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8화 — 안성 산악형 게이트
안성 게이트는 버스로 두 시간이 걸렸다. 협회 안내 차량이 등산로 입구까지 올라가 줬다. 루아는 장비를 내리고 준비를 확인했다. 산악형은 처음이었다. 전날 밤에 MR-4 자료를 세 번 읽었다.
MR-4. 산악 환경 특화 비행형 개체. 체장 이 미터. 날개폭 사 미터. 마나 코어 위치 흉부 중앙. 정적 상태 기준. 비행 중 코어는 날개 추진 중심부로 이동. 공격 패턴은 상공에서 강하 돌진. 평균 비행 고도 이십에서 이백 미터. 루아는 수치들을 다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고각 사격이 핵심이었다. 지상에서 이십 미터 위를 보고 쏘는 것과 이백 미터 위를 보고 쏘는 건 완전히 달랐다. 각도가 가팔라질수록 중력의 영향이 복잡해졌다. 바람도 고도가 올라갈수록 강해졌다. 루아는 오면서 버스 안에서 고도별 각도 보정표를 만들었다.
협회 안내원이 함께 올라갔다. 게이트 경계까지 이십 분이 걸렸다. 안내원이 말했다. 산악형은 개체가 주로 위쪽에 있습니다. 고개를 자주 올려다보세요. 그리고 경사면이 미끄러우니 발밑도 조심하시고요. 루아는 말없이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환경이 산이었다. 나무, 바위, 경사면. 하늘이 부분적으로만 보였다. 시야가 불규칙했다. 루아는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서 소리를 들었다. 날개 소리가 먼저 올 것이었다. 아니면 마나 진동이 먼저 올 수도 있었다.
첫 번째 MR-4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오십 미터 위. 나무 꼭대기에 날개를 접고 있었다. 루아는 걸음을 멈췄다. 앉은 상태라면 마나 코어는 흉부 중앙이었다. 쏠 수 있었다. 하지만 루아는 기다렸다.
앉은 상태에서 쏘면 비행 중 코어 이동 패턴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 비행 상태에서 쏘는 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줬다. 루아는 돌멩이를 집어 MR-4가 앉은 나무 줄기 쪽으로 던졌다. 소리가 났다. MR-4가 날개를 폈다.
날아오르는 순간 루아는 총구를 들었다. 흉부 방향 이십삼 도 고각. 방아쇠를 당겼다. 탄이 날아갔다. 그러나 관통이 아니었다. MR-4가 비틀렸지만 계속 날았다. 루아는 즉시 분석했다. 비행 시작 직후 코어가 이미 이동했다. 흉부 중앙이 아니었다.
MR-4가 고도를 높였다. 루아는 눈으로 따라갔다. 비행 자세를 봤다. 날개를 수평으로 편 채 앞으로 기울었다. 추진력은 날개 끝에서 나왔다. 날개 뿌리 쪽이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을 것이었다. 코어가 거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MR-4가 강하 돌진을 시작했다. 루아를 향해 내려왔다. 루아는 옆으로 달렸다. 바위 뒤로 몸을 낮췄다. MR-4의 날개가 스치고 지나갔다. 돌풍이 왔다. 루아는 즉시 일어났다. MR-4가 다시 상승했다.
이번엔 날개 뿌리를 겨눴다. MR-4가 상승 중이었다. 사십 도 고각. 날개 뿌리 방향. 방아쇠를 당겼다. MR-4가 요동쳤다. 날개가 비틀렸다. 속도가 줄었다. 완전 관통은 아니었지만 추진력이 감소했다.
고도가 낮아졌다. 오십 미터에서 삼십 미터로. 루아는 다시 조준했다. 이번엔 고도 삼십 미터 기준 이십팔 도 고각. 날개 뿌리와 흉부 중간 지점. 방아쇠를 당겼다. 관통. MR-4가 빠르게 낙하했다.
루아는 옆으로 피하며 MR-4가 지면에 충돌하는 소리를 들었다. 충격이 컸다. 확인 사살을 위해 다가갔다. 마나 코어 파괴 확인. 루아는 노트를 꺼냈다. 적었다. MR-4 비행 중 코어 이동 날개 뿌리 방향 확인. 최적 탄착 고각 이십팔 도. 날개 비틀기 후 재조준 유효.
두 번째 MR-4는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하늘이 열린 능선 위 이백 미터 상공이었다. 루아는 올려다봤다. 그 거리에서 바람 영향이 컸다. 현재 바람이 초속 삼 미터 정도였다. 고각 사십오도 이상이 필요했다. 탄착 오차 이 미터까지 허용했다.
루아는 보정값을 계산했다. 이백 미터 고도. 바람 우측 방향 초속 삼 미터. 고각 사십팔 도. 좌측 이십 센티 보정. 루아는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이 상공으로 날아가는 건 보이지 않았다. 이백 미터 위에서 MR-4가 요동쳤다. 맞았다.
MR-4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루아는 기다렸다. 백 미터 고도에서 추가 탄을 쐈다. 관통. MR-4가 낙하했다. 루아는 옆으로 이동하며 낙하 경로에서 벗어났다. MR-4가 루아에서 오 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게이트를 나왔다. 루아는 장비를 정리하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소모 탄수 오 발. 소요 시간 사십팔 분. MR-4 두 개체. 협회 직원이 보고서를 받으며 말했다. 탄수가 적네요. 이백 미터 고각 사격도 성공하셨어요? 루아가 말했다. 두 번째 탄에 성공했습니다. 첫 번째가 보정값 확인용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루아는 산악형 항목을 노트에 정리했다. MR-4 비행 중 코어 위치 이동 패턴. 고도별 각도 보정 수치. 바람 보정 방법. 날개 비틀기 후 재조준 기법. 항목들이 빠르게 채워졌다. 현장 경험이 있으니 정리가 훨씬 빨랐다.
루아는 창밖을 보다가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렸다. 비행형 개체는 지상형보다 관측 조건이 좋았다. 시야가 트였고 개체 움직임이 예측 가능했다. 반면 고도 계산 복잡성이 높았다. 장점과 단점이 달랐다. 루아는 비행형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것이었다. 다른 건 익히면 됐다.
안성에서 돌아오는 날 저녁 루아는 협회 장인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산악형 특화 탄종이나 고각 사격 보조 장비를 만드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다. 목록은 길었다. 루아는 탄종 전문, 장비 전문, 소재 전문으로 나눠서 봤다. 산악형 특화는 아직 없었다.
없다는 건 기회이기도 했다. 루아는 이 생각을 노트에 적었다. 산악형 특화 탄종 개발 가능성. 고각 사격 시 탄속 안정화. 바람 영향 최소화를 위한 탄두 형태 수정. 이 방향으로 진현과 상담해볼 수 있었다. 진현은 수계형 전문이었지만 다른 유형 탄종도 개발 경험이 있을 것이었다.
루아는 안성 게이트에서 쏜 네 발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첫 번째 탄: MR-4 앉은 상태 흉부 조준, 관통 실패. 두 번째 탄: 비행 중 날개 뿌리 조준, 날개 비틀기 성공. 세 번째 탄: 이십팔 도 고각, 날개 뿌리 흉부 중간 조준, 관통. 네 번째 탄: 이백 미터 고각 사십팔 도, MR-4 명중, 하강 유도. 다섯 번째 탄: 하강 중 추가 관통.
탄 한 발이 낭비됐다. 첫 번째 탄. 비행 중 코어 이동을 예측하지 못하고 정적 상태 코어 위치를 그대로 조준한 것이었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비행형 개체는 비행 시작 직전에 이미 코어가 이동을 시작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건 그 이후여야 했다.
루아는 수정 원칙을 노트에 추가했다. 비행형 개체 대응 원칙 추가. 비행 시작 직후 코어 이동 완료까지 최소 영점 이 초 대기. 이 시간 후 날개 추진 중심 조준. 이 원칙이 있었다면 첫 번째 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원칙은 실패에서 나왔다. 루아는 그게 불쾌하지 않았다.
안성 의뢰에서 루아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확인했다. 산악 지형에서 발소리가 멀리 전달됐다. 바위와 나무가 소리를 반사했다. 이 때문에 MR-4가 루아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루아는 이 특성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발소리로 MR-4의 공격 방향을 유도할 수 있었다. 밀폐 공간 유인 기법과 같은 원리였다.
발소리 유인. 루아는 노트에 새 항목을 만들었다. 환경 음향 특성 활용. 삼림형에서는 소리가 흡수됐다. 수계형에서는 수면이 소리를 흡수했다. 산악형에서는 소리가 반사됐다. 동굴형에서는 반향이 심했다. 각 환경마다 소리의 특성이 달랐다. 이 특성이 개체 유인이나 탐지에 영향을 줬다.
환경 음향 활용도 에테르 탄도학의 일부로 포함시킬 수 있었다. 탄도 계산만이 아니라 상황 통제. 루아는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에테르 탄도학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총을 잘 쏘는 기술에서 시작해서 이제 환경을 읽고 상황을 만드는 방법론이 되어가고 있었다.
산악 지형의 또 다른 특성은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였다.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고 공기 밀도가 달라졌다. 공기 밀도가 달라지면 탄도가 미세하게 바뀌었다. 이백 미터 고도에서 그 영향이 얼마나 됐는지 루아는 아직 정확히 계산하지 못했다. 다음 산악형 의뢰에서 확인해야 할 변수였다.
산악형 의뢰를 하나 더 찾아봤다. 이번엔 남해 쪽 산악 게이트가 있었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었다. 고도가 높으면 온도 변화와 공기 밀도 변화가 컸다. 루아가 안성에서 확인하지 못한 변수였다. 루아는 의뢰를 수락했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 변화를 직접 측정할 기회였다.
안성 게이트에서 사용한 탄종은 표준 관통탄이었다. 산악형 고도 이백 미터에서도 효과가 있었지만 탄착 정확도를 높이려면 탄두 형태를 개선할 여지가 있었다. 진현에게 산악형 고각 안정화 탄종 개발 가능성을 물어봐야 했다. 수계형 탄종 피드백을 주면서 함께 논의하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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