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35화 — 드워프 첫 대화

드워프어 통역사 한종일이 서울에 왔다. 오십대 초반의 남자였다. 드워프어 연구를 이십 년 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협회 회의실에서 루아, 이강혁, 한종일이 모였다. 한종일이 말했다. 드워프어는 언어 체계가 인간어와 많이 달라요. 완전한 번역은 어렵고 의미 전달 수준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강혁 파티 전원이 드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한종일도 함께였다. 드워프가 화로 앞에 있었다. 루아가 들어서자 드워프가 고개를 들었다. 루아가 고개를 숙였다. 드워프가 고개를 숙였다. 한종일이 앞으로 나섰다. 드워프어로 인사를 했다.

드워프가 반응했다. 자신의 언어를 하는 인간을 보자 표정이 달라졌다. 한종일이 루아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드워프가 자기 이름을 말했어요. 발음이 복잡해요. 한국어로 표기하면 그루민 정도가 됩니다. 루아가 말했다. 그루민이군요.

한종일을 통해 대화가 시작됐다. 드워프 그루민이 먼저 물었다. 번역에 시간이 걸렸다. 한종일이 전달했다. 저 총기를 만든 게 당신이냐고 묻습니다. 루아가 말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개조했고 부품을 장착해 씁니다. 한종일이 드워프어로 전달했다. 그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루민이 다시 물었다. 한종일이 전달했다. 저 총기의 에테르 흐름을 느끼느냐고 합니다. 루아가 말했다. 네. 에테르 채널 활성화 시 손에서 느껴집니다. 한종일이 전달했다. 그루민이 뭔가를 길게 말했다. 한종일이 천천히 번역했다. 에테르를 느끼는 자가 무기를 쓰면 무기도 느낀다. 그것이 단조의 시작이다.

에테르를 느끼는 자가 무기를 쓰면 무기도 느낀다. 루아는 그 말을 한 번 더 들었다. 단조의 시작이 사람에게 있었다. 좋은 무기는 좋은 사용자에게서 시작됐다. 루아는 이 개념이 에테르 탄도학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에테르를 이해할수록 무기가 그 의도에 반응했다.

루아가 그루민에게 물었다. 당신의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까. 한종일이 전달했다. 그루민이 루아를 한동안 봤다. 그러더니 말했다. 한종일이 번역했다. 배울 의지가 있는 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은 단조의 낭비다. 그루민이 화로 앞으로 돌아갔다. 작업을 시작했다. 루아도 앞으로 다가갔다.

그루민이 작업하는 걸 루아가 옆에서 봤다. 한종일이 중간중간 설명을 번역했다. 금속 가열 온도. 에테르 주입 타이밍. 망치질 각도. 에테르 각인 방향. 루아는 노트에 받아 적었다. 이게 드워프 에테르 단조 기법의 기초였다.

그루민이 작업하다가 루아의 노트를 봤다. 한종일을 통해 물었다. 기록하느냐. 루아가 말했다. 배우는 것은 기록해야 합니다. 그루민이 잠깐 생각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한종일이 번역했다. 기록은 배움의 그림자다. 실제 배움은 손에 있다. 루아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언제 손으로 배울 수 있습니까. 그루민이 말했다. 지금.

그루민이 루아에게 공구를 건넸다. 루아는 공구를 받았다. 그루민이 금속 조각을 가열로에 올렸다. 루아에게 뭔가를 말했다. 한종일이 번역했다. 가열이 끝나면 꺼내라. 루아는 시키는 대로 했다. 가열이 끝난 금속을 꺼냈다. 그루민이 에테르를 주입하는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루아에게 해보라고 했다. 루아는 에테르 채널을 통해 에테르를 금속에 흘려보내려 했다. 처음이었다. 어색했다. 하지만 미세하게 반응이 왔다.

그루민이 루아의 시도를 보고 무언가를 말했다. 한종일이 번역했다. 처음치고는 에테르 흐름이 안정적이다. 군인 출신이냐. 루아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루아도 따라했다. 드워프 단조 기술의 첫 수업이 시작됐다.

그루민과의 첫 대화에서 루아가 느낀 것은 드워프가 언어 이전의 신호로 소통한다는 것이었다. 언어가 통역됐지만 그보다 먼저 손짓, 눈빛, 자세가 신호였다. 루아가 총기를 보여줬을 때 그루민이 알아본 것은 언어가 아닌 총기 자체였다. 루아가 에테르 흐름을 느낀다고 했을 때 그루민이 고개를 끄덕인 것은 번역이 끝나기 전이었다. 에테르 반응을 그루민이 직접 감지한 것이었다.

드워프가 에테르를 직접 감지한다는 것은 루아에게 중요한 의미였다. 에테르 탄도학에서 루아가 아직 가지지 못한 능력이었다. 루아는 계산으로 에테르를 추정했다. 그루민은 직접 감지했다. 이 차이가 드워프 단조 기술과 인간 에테르 기술의 차이였다. 루아는 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에테르 탄도학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했다. 계산에서 감각으로.

첫 수업에서 루아가 에테르를 금속에 흘려보내는 시도를 했을 때 처음이라는 걸 감안하면 반응이 있었다. 그루민이 처음치고는 에테르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군인 출신이냐고 물었다. 루아는 군 복무 중 게이트 초기 진압에 참여했고 그 경험이 에테르 감각을 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전 경험이 에테르 반응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훈련이 아닌 생존이 필요한 상황에서 감각이 발달했다.

그루민의 두 번째 부품이 협회에서 분석됐다는 것을 루아는 알고 있었다. 에테르 집중 방출 부품. 탄착 순간 에테르를 집중 방출해서 마나 코어를 직접 교란한다. 루아는 이 부품을 첫 수업 때 그루민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드워프가 만든 부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루민이 기술을 전달하려는 상대가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한종일이 돌아가기 전에 루아에게 말했다. 루아씨가 드워프와 빠르게 신뢰를 쌓은 것은 루아씨의 에테르 감각 때문이에요. 드워프는 에테르를 느끼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반응해요. 기술자 본능이에요. 루아가 말했다. 그루민에게 더 배우고 싶습니다. 한종일이 말했다. 그루민도 그걸 원할 겁니다. 기술을 전달하고 싶은 장인은 받을 준비가 된 제자를 찾거든요. 루아씨가 그 조건을 충족하는 것 같습니다.

공식 탐사 의뢰가 끝나고 파티원들이 나가는 동안 루아는 마지막으로 그루민을 봤다. 그루민이 화로 앞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루아는 그 모습을 잠깐 봤다. 단조하는 손이 정확하고 리듬이 있었다. 망치질 하나하나에 의도가 있었다. 루아는 자신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방식이 저 손과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 하나하나에 계산이 있어야 했다. 에테르 탄도학이 그걸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루민과의 첫 대화 이후 루아는 드워프 단조 기초 수업을 이 주에 두 번씩 받기로 했다. 한종일이 번역을 담당했다. 수업은 말로 하지 않았다. 그루민이 작업하고 루아가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한종일이 중간중간 보충 설명을 번역했다. 에테르 주입 타이밍. 망치질 각도. 금속 온도 판단. 이 세 가지가 첫 두 번 수업의 내용이었다.

루아는 에테르 주입 타이밍이 가장 어려웠다. 금속 온도를 손으로 느끼면서 동시에 에테르 흐름을 조절해야 했다. 두 감각을 동시에 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하나를 집중하면 다른 하나가 흐트러졌다. 그루민이 한종일을 통해 말했다. 두 감각을 분리하지 마라. 하나의 감각이다. 루아는 이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뭔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온도와 에테르가 같은 흐름으로 느껴졌다.

그루민이 루아의 세 번째 시도를 보고 한종일을 통해 말했다. 처음 그 감각이 왔다. 이제 반복이다. 루아가 물었다. 얼마나 반복해야 합니까. 그루민이 말했다. 감각이 자동이 될 때까지. 루아는 그 기준이 에테르 탄도학 계산이 체화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반복이 감각을 자동화한다. 드워프 단조도 에테르 탄도학도 같은 원리였다.

진현이 수업 첫 두 번을 루아 허락을 받고 참관했다. 그루민도 진현의 참관을 허락했다. 진현이 장인이라는 것을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진현이 작업 과정을 꼼꼼히 관찰하며 노트를 썼다. 수업 후 진현이 루아에게 말했다. 에테르 주입 타이밍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정밀합니다. 측정 장비로 재현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를 알겠어요. 인간의 감각으로만 가능한 작업입니다. 루아가 말했다. 그래서 배워야 합니다.

드워프 단조 수업을 받으면서 루아는 에테르 탄도학이 어느 방향으로 완성될지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계산 정밀도 향상. 드워프 부품 연계. 드워프 단조 기술 적용 탄종.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에테르 탄도학은 개인 이론에서 무기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루아가 처음 노트에 썼던 에테르 탄도학이라는 단어가 이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아직 완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완성의 형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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