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0화 — 두 번째 저격
화성 게이트는 밀림형이었다. 게이트 입구는 경기도 화성 외곽의 빈 공터에 형성돼 있었다. 협회에서 게이트 반경 오십 미터에 펜스를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루아는 장비 점검을 마치고 게이트 담당 헌터와 간단하게 정보를 교환했다. 내부 지형 데이터, 관측된 개체 수, 게이트 생성 시점으로부터 경과 시간. 게이트 내부는 습하고 어두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식생 밀도 상. 개체 규모 소형. 예상 클리어 난이도 중.
게이트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공기가 달랐다. 습도가 확 올라갔다. 온도도 바깥보다 이 도쯤 높았다. 식생이 빽빽했다. 지상 오 미터 이상의 나무들이 시야를 막고, 땅은 낙엽과 균류로 뒤덮여 있었다. 발을 딛을 때마다 습한 흙이 눌렸다. 밀림형 게이트 특유의 무거운 감각이었다. 마나가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식물형 개체들이 방출하는 마나는 동물형과 달리 느리고 퍼져 있었다. 안개처럼.
솔로 의뢰였다. B급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다. 주요 개체 수 추정 삼십에서 오십. 보스는 수목 기반 마나 개체, 분류명 VT-7형이었다. VT-7형은 밀림형 게이트에서 자주 출현하는 식물형 개체로, 이동 속도가 느리지만 마나 방어막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었다. 물리 공격에 내성이 있었다. 마나를 직접 타격해야 했다. 그래서 저격수에게 유리한 개체이기도 했다. 마나 코어만 정확히 타격하면 방어막이 의미 없어졌다.
루아는 지형 데이터를 머릿속에 넣었다. 협회 측이 제공한 탐색 드론 데이터가 있었지만 내부 지형은 실제로 걸어봐야만 했다. 데이터는 참고일 뿐이었다. 밀림형 게이트는 식생이 계속 변했다. 식물형 개체들이 마나로 식생을 변형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루아는 삼십 분간 외곽을 조용히 돌았다. 개체들의 이동 패턴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어느 경로로 순찰하는지, 마나 방출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높은 지점에서 사격할 수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루아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지상 팔 미터 높이의 가지였다. 주변 나무보다 굵고 안정적인 나무를 골랐다. 흔들림이 없어야 했다. 저격 자세를 잡고 TYPE-01을 꺼냈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형이 다르게 보였다. 지상에서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개체들의 이동 경로가 위에서는 한눈에 들어왔다. 나무 사이의 간격, 지표면의 굴곡, 개체들이 선호하는 이동 루트. 정보의 양이 달랐다. 저격수가 높은 위치를 선호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시야가 전술이 된다.
첫 번째 사격은 정찰 목적이었다. 단일 개체를 선택하고 마나 코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완전히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마나를 담은 탄환을 사용해서 개체 몸 부위별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탄환이 개체의 몸을 스칠 때 마나 반응이 달랐다. 코어와 가까울수록 교란 반응이 크고 빨랐다. 코어에서 멀수록 반응이 약했다. 루아는 그 차이를 눈으로 읽었다. 마나를 시각화하는 능력은 헌터가 된 이후 꾸준히 훈련해온 기술이었다. 처음에는 흐릿하게만 보였다. 지금은 윤곽을 읽을 수 있었다.
루아는 데이터를 기록했다. 밀림형 개체는 코어가 몸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식물형이면 줄기, 뿌리, 또는 잎의 특정 부위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VT-7형은 기간부 하단에 코어가 있었다. 통상 자세로는 은폐되는 위치였다. 지상에서 정면으로 사격하면 코어에 도달하기 전에 방어막에 막혔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사격하면 기간부 하단이 노출됐다. 지상에서는 불가능한 각도였지만 나무 위에서는 가능했다.
루아는 각도를 계산했다. 에테르 탄도학의 응용이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도, 마나 흐름을 읽고 탄도를 조정하면 경로를 만들 수 있었다. 탄환이 수직에 가깝게 낙하하면서 코어를 관통하는 경로. 계산 결과는 가능했다.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내려갔다. 개체의 기간부 하단에 정확히 박혔다. 코어가 파괴되는 순간의 마나 폭발이 짧고 강하게 터졌다. 개체가 쓰러졌다. 루아는 다음 개체로 시선을 옮겼다.
게이트 클리어에 두 시간이 걸렸다. 보스는 다른 개체들과 달리 게이트 중앙부 깊숙이 있었다. 일반 개체들을 정리하면서 접근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었다. 접근 경로에서 세 번의 교전이 있었다. 루아는 나무를 타고 이동했다.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탐지 가능성이 낮았다. 식물형 개체들은 지면의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무 위에서는 그 반응을 피할 수 있었다.
보스의 코어는 기간부가 아니라 수관 부분에 있었다. 일반 VT-7형과 달랐다. 루아는 처음에 기간부를 노렸다가 반응이 없자 코어 위치를 재탐색했다. 시간이 걸렸다. 보스급 개체는 코어 위치가 변이하는 경우가 있었다. 데이터에 없는 패턴이었다. 루아는 수관 부분에 마나 반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이십 분을 썼다.
보스가 낮은 가지를 통해 이동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동 중에는 수관 부분이 잠깐 열렸다. 창문 같은 순간이었다. 0.8초 정도의 틈. 그 안에 쏴야 했다. 루아는 호흡을 고르고 기다렸다. 보스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수관에 고정했다. 열렸다.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두 번의 굴절을 거쳤다. 나뭇가지 사이의 간격을 통과하면서 마나 흐름을 이용해 경로를 미세하게 꺾었다.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었다.
탄환이 수관 코어에 박혔다. 보스가 무너지는 데 삼 초가 걸렸다. 루아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게이트 클리어 알림이 울렸다. 총 사용 탄수 십이 발, 소요 시간 이 시간 사 분. 노트를 꺼내 기록했다. 굴절 사격 실전 최초 성공. 마나 탄도 조정 효율 예상치와 일치. VT-7형 보스 코어 위치 예외 케이스 기록. 보스급 개체는 코어 위치가 변이할 수 있음. 사전 정찰 항목에 추가할 것. 루아는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담당 헌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가 나오는 걸 보고 빠르게 걸어왔다.
"클리어 확인됐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탄수 얼마나 쓰셨어요?"
"열두 발입니다."
담당 헌터가 루아를 봤다. 뭔가 말하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클리어 확인서에 서명을 받았다.
루아는 서명을 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에 도착해서 장비를 실었다. TYPE-01을 케이스에 넣었다. 탄창을 교체했다. 잔탄 수를 확인하고 기록했다. 모든 절차가 끝난 뒤에 차에 탔다.
핸들을 잡고 잠깐 앉아 있었다. 굴절 사격이 실전에서 성공했다. 데이터가 쌓였다. 보스급 개체의 코어 위치 변이도 확인했다. 오늘 게이트에서 얻은 것들을 정리했다. 좋은 게이트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지만 해결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해결하는 것이 실력이었다.
차를 출발시켰다. 서울로 가는 길. 라디오는 끄고 달렸다. 오늘 게이트에서 확인한 것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했다. VT-7형 보스의 코어 위치 변이 가능성. 보스급 개체는 일반 개체와 코어 구조가 다를 수 있다는 가설. 다음 게이트에서 보스를 만나면 코어 위치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했다. 이번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루아는 이 교훈을 프로토콜에 추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시간 후 서울에 도착했다. 루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노트를 꺼냈다. 게이트에서 확인한 것들을 전부 기록했다. 개체 수, 코어 위치, 교전 횟수, 소요 탄수, 소요 시간, 굴절 사격 성공 조건. 마지막으로 오늘의 결론을 적었다. 에테르 탄도학 응용 — 굴절 사격 실전 적용 가능 확인. 보스급 개체 코어 위치 정찰 프로토콜 수립 필요. 다음 목표: 굴절 사격 성공률 안정화.
집에 돌아온 건 오후 여섯 시였다. 루아는 장비를 내려놓고 바로 샤워를 했다. 게이트 내부의 습기가 온몸에 배어 있었다. 밀림형 게이트는 끝나고 나서도 냄새가 남았다. 식물성 마나 특유의 풀냄새가 옷에 스며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다.
루아는 저녁을 챙겨 먹으면서 노트를 폈다. 오늘 게이트에서 확인한 사항들. 굴절 사격 실전 성공. 보스 코어 위치 변이 확인. 지상보다 고지대 사격 위치의 정보 우위 재확인. 이 세 가지가 오늘의 핵심이었다. 루아는 각각에 대해 한 단락씩 정리했다. 굴절 사격은 앞으로 표준 전술로 쓸 수 있었다. 보스 코어 위치는 반드시 정찰 단계에서 확인해야 했다. 고지대 위치는 밀림형 게이트에서 기본 전술로 채택할 것.
노트를 덮고 다음 게이트 의뢰를 확인했다. 수원 지역. 아직 게이트 유형이 특정되지 않았다. 입구 생성이 이틀 뒤였다. 루아는 준비 목록을 작성했다. 탄환 수령, 장비 점검, 지형 사전 조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준비했다. 게이트는 들어가봐야 알지만, 들어가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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