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1화 — 등록
화성 게이트 클리어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틀이 지났다. 루아는 오후에 협회 본부에서 호출을 받았다. 의뢰 담당자가 아니라 등록 관리팀 쪽이었다. 호출 사유는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실적 데이터 확인 및 등급 운용 검토. 루아는 특별한 감정 없이 서류를 챙겨 갔다. 이런 절차가 처음이 아니었다. 헌터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비정상적인 실적을 올릴 때마다 협회에서 확인 절차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번거로웠다. 지금은 익숙했다.
담당자는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이름표에 한민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루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모니터를 열었다. 파일을 빠르게 정리하는 손놀림이 능숙했다. 이런 확인 절차를 자주 진행하는 사람이었다.
"최루아 헌터님 맞으시죠." 한민정이 확인했다.
"네."
"B급 솔로 의뢰 실적 확인이 필요해서요." 한민정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용인 게이트 클리어, 화성 게이트 클리어. 기록이 맞게 올라왔는데, 저격 계열 헌터가 단독으로 솔로 B급을 이틀 연속이면 내부 데이터 확인 절차가 있어요. 규정이에요."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하지 못한 호출이 아니었다. 솔로 B급이 이례적이라는 건 루아도 알고 있었다. 저격 계열 헌터는 보통 팀 지원 포지션으로 분류됐다. 단독으로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 드문 경우를 루아가 연속으로 해냈으니 협회 측에서 확인하려는 건 당연했다.
"게이트 내 마나 측정기 기록과 탄흔 분석이 나왔고요." 한민정이 화면을 넘겼다. "이상 없이 승인됩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쪽에서 신기해서요. 저격 계열 헌터가 B급 솔로를. 지금까지 공식 기록상으로는 전례가 없었거든요."
"전무합니까." 루아가 물었다.
"전무하다시피 해요. 저격 계열은 팀 의뢰에 배정되는 게 일반적이라서." 한민정이 루아를 봤다. "어떻게 가능하신 거예요? 솔직히 궁금해서요. 저격수가 단독으로 보스를 처리하려면 근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텐데."
"근접전을 피하면 됩니다." 루아가 말했다. "근접전이 불가피하게 되는 게 판단 실수예요. 사전 정찰을 충분히 하고 교전 순서를 설계하면 근접전 없이 클리어할 수 있어요."
한민정이 잠깐 루아를 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기록했다.
"다음 의뢰부터 B급 솔로 우선 배정 옵션 추가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루아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민정이 뭔가 더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루아는 그 기미를 알면서도 기다리지 않았다. 충분한 대화였다.
협회를 나오는 길에 강도윤과 또 마주쳤다. 이번엔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그는 작은 수첩에 볼펜으로 무언가를 빠르게 쓰고 있었다. 루아가 지나가려고 하자 고개를 들었다.
"화성 게이트도 솔로 클리어하셨죠." 강도윤이 말했다.
"네."
"굴절 사격을 쓰셨다던데요." 강도윤이 수첩을 닫았다. "탄흔 분석 데이터 봤어요. 직선 탄도가 아니더라고요. 두 번 꺾였어요. 나뭇가지 사이를 통과하면서. 그게 의도적인 거죠?"
루아는 멈췄다. "보고서 봤습니까."
"분석 데이터는 내부 열람 대상이에요. 관리팀 소속이라 접근권이 있습니다." 강도윤이 말했다. "에테르 탄도학. 그렇게 부르신다고 들었어요. 탄환의 경로를 마나 흐름으로 조정하는 기술."
"아직 이름 붙일 단계가 아닙니다." 루아가 말했다. "완성된 이론이 아니에요."
"이름이 있어야 기록이 가능합니다." 강도윤이 말했다. "이름 없는 기술은 전파가 안 돼요. 이론이 있어도 언어화가 안 되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지 않아요. 기술이 사람에게 묶여 있으면, 그 사람이 없어졌을 때 기술도 같이 없어져요."
루아는 잠깐 그를 봤다. "완성되면 연락하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강도윤이 수첩을 다시 꺼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루아는 들어갔고 강도윤은 타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루아는 혼자 하강하면서 그가 한 말을 생각했다. 이름이 있어야 기록이 가능하다. 이름 없는 기술은 전파가 안 된다. 루아는 수첩을 꺼내 적었다. 에테르 탄도학 언어화 조건 검토. 재현 가능한 실전 케이스 확보 이후.
협회를 나온 루아는 진현의 가게로 향했다. 탄환 추가 주문 때문이었다. TYPE-02 탄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TYPE-02는 마나 조정 탄도용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일반 탄환보다 마나 주입이 쉽게 설계돼 있었다. 진현이 루아의 요청 사항을 반영해서 개조한 것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 진현이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 루아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TYPE-02 재고 확인하러 왔습니다." 루아가 말했다.
"화성 게이트 다녀왔어?" 진현이 물었다.
"네."
"쓰인 거 몇 발이나 됐어?"
"열두 발."
진현이 작업대 아래 서랍을 열었다. 탄환 케이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TYPE-02 이십 발 있어. 더 필요해?"
"삼십 발 정도 맞춰주시면 됩니다."
"언제 필요해?"
"다음 게이트 전에요. 이틀 내로."
"할게." 진현이 수첩에 뭔가를 적었다. "굴절 쏘는 거 쓰기 시작했어?"
루아는 잠깐 멈췄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탄환 분석 요청 들어왔거든. 협회 쪽에서. 화성 게이트 탄흔 데이터." 진현이 루아를 봤다. "내가 만든 탄환이니까 물어보더라고. 이 탄환이 이런 경로로 날아가는 게 가능하냐고."
"뭐라고 했습니까."
"가능하다고 했지. 쏘는 사람이 마나 조정을 할 수 있으면." 진현이 다시 작업대를 봤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엔 탄환 문제가 아니야. 루아 씨 능력 문제야."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TYPE-02 개조는 마나 주입을 쉽게 해주는 거야. 하지만 주입된 마나를 탄도 조정에 쓰는 건 탄환이 하는 게 아니라 쏘는 사람이 하는 거거든." 진현이 말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
"그렇습니까." 루아가 말했다.
"응. 그래서 탄환 계속 개발할게. 루아 씨가 더 정밀하게 쓸 수 있도록." 진현이 수첩을 덮었다. "이틀 뒤 오전까지 맞춰놓을게."
"감사합니다." 루아가 말했다.
가게를 나오면서 루아는 잠깐 멈췄다. 이름이 있어야 기록이 가능하다고 강도윤이 말했다. 탄환을 만드는 진현도, 기록하려는 강도윤도, 루아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루아만 이것을 이론이라고 부르기 망설이고 있었다.
데이터가 더 필요했다. 그것만은 맞는 생각이었다.
가게를 나오면서 루아는 자신의 에테르 탄도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했다. 이론의 형태는 갖춰지고 있었다. 마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이용해 탄환의 경로를 조정한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하는 건 달랐다. 마나를 읽으면서 동시에 사격 자세를 유지하고, 호흡을 조절하고, 방아쇠 타이밍을 잡고, 탄도를 계산해야 했다. 이것들을 동시에 하는 것은 훈련으로 몸에 익혀야 했다. 이론을 알고 실전에서 쓰는 것 사이에는 긴 과정이 있었다.
루아는 B급이 된 이후 게이트 클리어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솔로 의뢰를 주로 받았다. 팀 의뢰도 간간이 들어왔지만 루아는 솔로를 선호했다. 솔로에서는 모든 판단이 루아의 것이었다. 팀에서는 협의가 필요했다. 루아는 협의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전술 방식이 설명하기 어려웠다. 에테르 탄도학을 모르는 팀원에게 탄환이 굴절될 거라고 말하면 믿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믿지 않으면 작전이 틀어졌다.
언제까지 솔로만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B급 최상위, 그리고 A급으로 가면 팀 레이드가 기본이 됐다. 루아는 그때를 위해 에테르 탄도학을 언어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강도윤이 말한 것처럼 이름이 있어야 기록이 가능하고, 기록이 가능해야 전파가 된다. 팀원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루아는 협회 건물을 나오면서 다음 의뢰 일정을 확인했다. 수원 게이트. 이틀 뒤. 아직 유형 확정이 안 됐지만 규모는 중형이었다. 솔로가 아닌 소규모 팀 의뢰였다. 두 명. 루아와 탐지 계열 헌터 한 명. 루아는 탐지 계열과 함께 하는 게 처음이었다. 탐지가 있으면 개체 위치를 미리 파악하기 쉬워질 것이었다. 전술이 달라졌다.
루아는 이날 의뢰 완료 후 진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 삼림형 게이트에서 개체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탄속과 개체 속도의 비율 계산법에 대해 상담하고 싶었다. 진현이 답장을 보내왔다. 이동형 개체 대응 탄종 상담이면 방문하세요. 루아는 다음 주 방문 일정을 잡았다.
삼림형 게이트에서의 경험이 에테르 탄도학에 새 항목을 만들었다. 이동 중 개체 사격법. 정지 개체와 이동 개체의 조준법은 달랐다. 정지 개체는 현재 위치를 겨눴다. 이동 개체는 예상 위치를 겨눠야 했다. 리드 사격이었다. 군에서 배운 기법이었지만 개체에 적용하면 변수가 더 많았다. 마나 코어 이동 패턴까지 추가됐다.
루아는 리드 사격과 에테르 탄도학을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개체 이동 속도, 개체 이동 방향, 코어 이동 패턴,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계산해서 탄착 지점을 예측하는 것.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가능해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초탄으로 마나 코어를 노릴 수 있었다. 루아는 이 목표를 노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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