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2화 — 귀성

어머니가 주말에 오라고 했던 말이 일 주일 지났다. 루아는 그사이에 화성 게이트를 다녀왔고, 협회 호출을 받았고, 다음 의뢰 검토를 마쳤다. 주말이 됐다. 약속을 지켜야 했다. 루아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어머니와의 약속은.

토요일 오전에 차를 몰았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갔다. 부모님 집은 대전이었다. 두 시간 반 거리. 혼자 운전하는 시간이 루아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라디오를 끄고 그냥 달렸다. 조용했다. 생각할 수 있었다. 게이트 데이터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용인, 화성. 두 게이트의 개체 패턴 비교. 코어 위치 편차. 에테르 탄도학 적용 효율. 다음 게이트에서 확인해야 할 가설 목록. 운전 중에 하는 정리는 메모 없이 머릿속에서만 진행되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더 잘 됐다. 쓰지 않아도 남는 것이 진짜 이해였다.

집에 도착한 건 낮 열두 시 반이었다. 대전 외곽의 단독주택. 루아가 중학교 때부터 살던 집이었다. 마당에 차를 댔다. 현관문 벨을 누르기 전에 문이 먼저 열렸다. 어머니 정현희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손에는 주방장갑이 있었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왔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배고프지. 들어와. 밥 다 됐어."

루아는 신발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예전과 같았다. 거실 소파 위치도, 주방 냄새도, 창가에 놓인 화분도. 어머니는 이미 점심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된장찌개와 갈치조림. 루아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메뉴였다. 어머니는 루아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아버지 최정연은 거실에 있었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지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신문이 한쪽에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는 루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왔냐."

"네."

그게 전부였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항상 그랬다. 짧고 단단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루아는 그 방식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많으면 그만큼 틀릴 여지도 많다는 것을 아버지도 알았다. 두 사람은 그 점에서 닮아 있었다.

밥상이 차려졌다. 셋이 앉았다. 어머니가 밥을 퍼 담았다. 아버지는 갈치 한 점을 집었다. 루아는 된장찌개를 먼저 먹었다. 오랜만에 집밥이었다. 편의점 도시락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면서도 루아는 밥 먹는 걸 자주 놓쳤다. 게이트 가기 전에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급하면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요즘 어때." 어머니가 물었다.

"일은 잘 됩니다."

"힘들지 않아?"

"괜찮습니다."

어머니는 더 묻지 않았다. 루아가 이렇게 대답하면 더 나올 것이 없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 루아는 괜찮다고 할 때 실제로 괜찮았다. 그러니까 믿었다. 어머니 정현희는 루아가 결정하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헌터가 되기로 했을 때도 말리지 않았다. 말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서가 아니라, 루아가 충분히 생각했다는 걸 알아서였다.

식사 중반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총 아직 쓰냐."

루아는 잠깐 아버지를 봤다. "네."

"그래." 아버지가 갈치를 집으며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어머니가 옆에서 가볍게 웃었다. "아버지가 뉴스에서 헌터 저격 장면 봤거든. 저격수가 나왔는데 그거 루아 아니냐고 물어봤어."

루아는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밥을 먹었다. "아니었습니다. 다른 팀이에요." 루아가 말했다. "다른 저격수입니다."

"그래." 아버지가 또 그렇게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커피를 내왔다. 루아는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들었다. 집 안은 조용했다. 아버지는 다시 신문을 집었다.

루아는 가끔 자신이 사격을 시작한 게 아버지 때문이 아닌지 생각했다. 아버지 최정연은 젊을 때 사격 선수였다. 국가대표 후보까지 갔지만 어깨 부상으로 그만뒀다. 루아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사격장에 간 적이 두 번 있었다. 아버지는 총을 잡는 자세만 보여주고 자신은 쏘지 않았다. 사격장을 나오면서 한 마디 했다. "자세가 전부야." 루아는 그 말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세가.

군대에 가서 저격 특기 신청을 했을 때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 배정이 확정되고 나서야 알렸다. 전화로 소총 저격 특기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잠깐 멈췄다가 "그래라"라고 했다. 루아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반대도, 걱정도 없었다. 그게 아버지 최정연이었다.

어머니가 커피잔을 들고 옆에 앉았다. "다음에 또 와라."

"네." 루아가 대답했다.

오후 네 시쯤 집을 나섰다. 현관에서 어머니가 음식을 여러 통에 담아줬다. 갈치조림, 나물, 된장. 루아는 받았다. 아버지는 나오지 않았다. 거실에서 "잘 가라"라고 했다. "네." 루아가 대답했다. 차를 타고 나오면서 백미러에 집이 작아지는 걸 봤다. 대전이 서울보다 하늘이 더 넓었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기압이 약간 높았다. 탄도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였다. 루아는 핸들을 잡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루아는 이번 귀성을 돌아봤다. 매번 똑같은 것 같지만 매번 조금씩 달랐다. 어머니는 매번 밥을 준비했고, 아버지는 매번 짧게 말했다. 달라지는 건 루아였다.

C급이었을 때는 귀성하면서 아무것도 안 됐다는 감각이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상태. 집에 가는 게 약간 무거웠다. 지금은 달랐다. B급이 됐고, 솔로 클리어를 두 번 해냈고, 에테르 탄도학이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아직 완성은 아니었지만 방향은 맞았다.

아버지가 "총 아직 쓰냐"고 물었다. 매번 같은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확인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헌터를 그만두지 않았냐고.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 아직 하고 있냐는 질문이 아니라, 계속 하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응원하는 방식이 아버지답게 짧았다. 최정연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루아는 아버지가 젊었을 때 사격을 그만뒀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모른다.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격장에서 자세만 보여주고 쏘지 않았던 것, 그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쏠 수 없었던 것인지, 쏘지 않기로 한 것인지. 루아는 알 수 없었다.

하이패스를 통과했다. 서울까지 삼십 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왔다. 루아는 핸들을 잡고 달렸다. 뒷좌석에는 어머니가 싸준 음식 통들이 있었다. 갈치조림, 나물, 된장. 냄새가 났다. 집 냄새였다.

다음 게이트는 이틀 뒤였다. 경기도 수원. 유형은 미확정. 루아는 준비할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TYPE-02 탄환 수령, 장비 점검, 지형 데이터 검토.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할 일들. 집에 도착하면 노트를 펼치고 다음 게이트 준비 목록을 작성할 것이었다.

서울 시내로 들어왔다. 신호에 걸렸다. 루아는 잠깐 핸들 위에 팔을 올렸다. 창밖에 빌딩들이 보였다. 서울 밤하늘이었다.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는 이 하늘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루아가 기억하는 하늘은 항상 게이트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첫 번째 게이트가 한국에 출현했다. 그때부터 세계가 달라졌다.

신호가 바뀌었다. 루아는 출발했다. 집까지 십 분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가 싸준 음식을 냉장고에 넣었다. 갈치조림을 꺼내 먹었다. 직접 요리하는 음식과 어머니 음식은 달랐다. 루아도 요리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어머니 음식은 달랐다. 뭐가 다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루아는 그냥 더 맛있다고만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노트를 펼쳤다. 다음 게이트 준비 목록을 작성했다. 수원 게이트. 탐지 계열 헌터와 2인 팀. 탐지가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는지 먼저 알아봐야 했다. 개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식인지, 아니면 사전에 영역을 스캔하는 방식인지. 방식에 따라 루아의 전술이 달라졌다. 협회 의뢰 상세 정보를 열어서 탐지 헌터 프로필을 확인했다. 이서준. B급 탐지 계열. 영역 스캔 방식. 반경 오십 미터 내 개체 위치 실시간 제공.

좋은 조합이었다. 탐지가 개체 위치를 알려주면 루아는 이동 없이 최적의 사격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접근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밀림형이면 나무 위에서. 평지형이면 고지대에서. 개체 위치 정보가 있으면 정찰에 쓰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클리어 시간이 줄어들 것이었다.

루아는 이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게이트 전날 사전 미팅 요청. 전술 공유를 위해. 루아가 먼저 연락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할 필요가 있었다. 상대의 탐지 방식과 루아의 저격 방식이 맞아야 효율이 났다. 어긋나면 오히려 방해가 됐다. 이서준이 몇 분 뒤 답장을 보내왔다. 내일 오전 가능합니다. 카페 어디서 만날까요.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