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5화 — 클리어 이후
수원 게이트 클리어 후 현장 담당자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서준이 옆에서 보충 설명을 했다. 탐지 계열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루아가 작성하는 것과 양식이 달랐다. 개체 이동 패턴, 마나 방사 범위, 개체 간 반응 연동 여부. 루아가 놓치는 부분을 이서준이 채웠다.
"보고서 따로 내도 됩니까?" 루아가 담당자에게 물었다.
"둘이 같이 내도 되고, 따로 내도 됩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팀 의뢰면 같이 내는 게 편하긴 한데."
"같이 내겠습니다." 이서준이 말했다. 루아를 봤다. "괜찮으시죠?"
루아는 잠깐 생각했다. 문제없었다. "네."
게이트 밖에서 이서준이 루아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다른 의뢰도 하실 생각 있으세요?"
루아는 잠깐 그를 봤다. "왜요."
"탐지랑 저격 조합이 잘 맞았습니다. 개체 위치 정보를 제가 제공하면 루아 씨가 처리하는 방식이요. 비효율이 없었어요." 이서준이 말했다.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게 아니에요. 의뢰 기반으로요. 잘 맞는 의뢰가 있으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루아는 이서준이 어떤 사람인지 오늘 게이트 하나로 알게 됐다. 능력이 있었다. 말이 많지 않았다. 필요한 것만 말했다. 게이트 안에서 침착했다. 개체가 접근했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함께 일하기 어렵지 않은 사람이었다.
"의뢰에 따라서요." 루아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서준이 말했다. "연락처 주시면 맞는 의뢰 있을 때 연락할게요."
루아는 연락처를 줬다. 이서준도 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루아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 게이트를 정리했다. 새로 확인한 것들이 있었다. 움직이는 마나 방어막. 균열 타이밍 예측. 이서준의 탐지와의 연계 전술. 이 세 가지가 오늘 얻은 핵심 데이터였다.
움직이는 방어막은 보스급 개체에서 나타나는 고급 방어 패턴인 것 같았다. 앞으로 보스를 마주칠 때는 이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했다. 방어막이 유동적이라면 균열 위치를 고정적으로 계산해서는 안 됐다. 패턴 분석이 먼저 필요했다.
탐지와의 연계는 예상보다 효과적이었다. 개체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들어오면 사격 준비 시간이 줄어들었다. 정찰에 쓰는 에너지를 사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서준의 방식이 루아의 방식과 잘 맞았다. 말이 적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했다. 과잉 정보는 오히려 판단을 느리게 했다.
루아는 에테르 탄도학 노트에 오늘 데이터를 기록했다. 가설 목록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유동적 방어막에서의 균열 타이밍 패턴 분석 가능성. 탐지 계열과의 연계 전술 효율화 방법.
기록을 마치고 수첩을 덮었다. 오늘 게이트는 좋았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서준이었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다음에 또 의뢰 생기면 연락드릴게요. 루아는 읽고 짧게 답장했다. 네. 보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밤에 강도윤에게서 연락이 왔다. 문자였다. 수원 게이트 보고서 봤습니다. 균열 타이밍 사격 방식, 처음 나온 케이스입니다. 기록해두겠습니다.
루아는 문자를 읽고 잠깐 생각했다. 강도윤은 보고서를 계속 열람하고 있었다. 루아가 의뢰를 할 때마다 보고서가 올라갔고, 강도윤은 그것을 읽었다. 어떤 의도인지 루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루아의 방식을 기록하고 싶다는 것. 이론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
아직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강도윤이 빠르게 답했다.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같은 답이었다.
루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노트를 다시 폈다. 에테르 탄도학 완성 조건 목록. 아직 채워지지 않은 칸들이 많았다. 데이터가 더 필요했다. 게이트가 더 필요했다. 루아는 다음 의뢰를 앱에서 검색했다. 경기도 파주. 수계형 게이트. 다음 주 초에 입구가 열렸다.
승인을 눌렀다.
집에 돌아온 루아는 오늘 게이트에서 배운 것들을 에테르 탄도학 노트에 기록하면서 한 가지를 생각했다. 탐지와의 연계가 가능하다면, 다른 계열과의 연계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근접 계열이 전위에서 개체를 유인하고, 루아가 후방에서 정리하는 구성. 그것이 나중에 팀 레이드의 기본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이었다. 루아는 솔로를 유지하면서 에테르 탄도학을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팀에 들어가면 자신의 전술이 아닌 팀의 전술에 맞춰야 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루아만의 방식을 완성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서준과의 의뢰 기반 협업은 계속할 생각이었다. 오늘처럼 잘 맞는 파트너는 드물었다. 말이 적고, 능력이 있었고, 게이트 안에서 침착했다. 루아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핸드폰을 보니 강도윤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수원 게이트 클리어 확인했습니다. 탐지-저격 연계, 흥미롭습니다. 루아는 짧게 답장했다.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강도윤이 답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루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음 의뢰를 검색했다. 파주 수계형 게이트. 이틀 뒤. 솔로 의뢰였다. 이서준 없이 혼자 가는 게이트. 수계형은 수면 위 또는 습지 지형이었다. 저격 위치 선정이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에테르 탄도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루아는 승인을 눌렀다.
파주 게이트 전날 밤, 루아는 수계형 게이트 관련 데이터를 찾았다. 협회 보고서 삼십여 건. 수면 반사로 인한 마나 굴절 현상. 습지 지형에서의 저격 발판 확보 문제. 루아는 하나하나 읽고 메모했다. 수면에서 마나가 반사되면 탄도 굴절에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었다. 새로운 실험이 될 것 같았다.
루아는 노트를 덮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게이트가 보이는 것 같았다. 개체들의 이동 경로, 마나 흐름, 탄도 경로. 항상 계산하고 있었다. 루아는 그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이것이 자신의 방식이었다.
파주 게이트를 앞두고 루아는 수계형 지형에서의 저격 문제를 정리했다. 핵심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발판 확보. 수면이나 습지에서는 안정적인 저격 자세를 잡기 어려웠다. 둘째, 마나 반사. 수면이 마나를 반사하면 탄도 굴절 계산이 복잡해졌다.
첫 번째 문제 해결책: 수면 위가 아닌 육지 쪽에서 최대한 사각을 확보하는 것. 수계형 게이트는 섬이나 둑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서 쏘면 발판 문제는 해결됐다. 두 번째 문제는 좀 더 복잡했다. 수면 반사 마나의 굴절 패턴을 먼저 파악해야 했다. 진입 직후 정찰 시간이 더 필요했다.
루아는 이 두 가지 해결책을 노트에 기록했다. 수계형 게이트 프로토콜 초안. 이것도 실전에서 검증해야 했다. 가설은 가설일 뿐이었다. 하지만 가설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 시작이 빨랐다.
파주 게이트는 다음 날이었다. 루아는 장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TYPE-01, TYPE-02 탄환. 수계형이라 방수 처리가 된 케이스도 챙겼다. 총기가 물에 닿으면 안 됐다. 루아는 체크리스트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불을 껐다.
오전 다섯 시에 눈이 떠질 것이었다. 다음 날 게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는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협회 앱에서 파주 게이트 상세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게이트 내부 초기 탐색 데이터가 추가됐다. 수면 면적 육십 퍼센트. 섬과 습지 지형. 개체 분류 AW-3형. 수중 마나 개체. 분류명이 생소했다. 루아는 협회 데이터베이스에서 AW-3형을 찾았다.
수중 개체는 처음이었다. AW-3형은 수면 아래에서 이동하다가 공격할 때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개체였다. 평소에는 수면 아래에 있어서 저격이 불가능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을 포착해야 했다. 그 순간이 창문이었다.
루아는 이것이 또 다른 타이밍 사격이라고 생각했다. 수원 게이트의 유동 방어막 타이밍과 유사했다. 개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패턴을 읽고, 그 순간에 발사하는 것. 다만 수중에서 수면 위로 나오는 속도가 빨랐다. 타이밍 창이 더 좁았다.
노트에 추가했다. AW-3형 대응 전술 가설. 수면 돌출 패턴 분석 필요. 돌출 직전 마나 반응 읽기 가능 여부 확인. 루아는 이것이 가능한지 아직 몰랐다. 게이트에서 확인해야 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게이트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는 기다리는 것이 싫지 않았다. 다음 게이트는 새로운 데이터였다.
파주 게이트는 B급이었다. 수계형이라 난이도가 조금 올라갔다. 솔로였다. 루아는 혼자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에 여전히 익숙했다. 이서준과 함께 했던 수원 게이트 이후에도. 혼자라는 건 변수가 적다는 뜻이었다. 루아는 그것을 장점으로 봤다. 다음 날 혼자 파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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