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6화 — 파주 수계형 게이트

파주 의뢰는 협회 게시판에 오전에 올라왔다. C급 수계형 게이트. 에테르 잔류 농도 표준. 개체 예상 수 삼에서 오. 보수는 사십오만 원. 루아는 게시판을 보자마자 수락 버튼을 눌렀다. 수계형은 처음이었다.

전날 밤 루아는 협회 데이터베이스에서 수계형 관련 자료를 최대한 뽑아냈다. 협회 공개 파일에는 AW 시리즈 항목이 있었다. AW는 Aquatic Warden의 약자였다. 수계 환경 특화 개체를 지칭하는 분류 코드였다. AW-1부터 AW-7까지 기록이 있었고 파주 게이트 예상 개체는 AW-3이었다.

AW-3 기본 제원. 체장 일 점 팔 미터. 어뢰형. 마나 코어 두부 후방 십오 센티미터. 수중 이동 속도 초속 사십 킬로미터. 수면 돌파 시 속도 감소 없음. 도약 시 최대 고도 이 미터. 체공 시간 영점 칠 초. 루아는 이 수치를 탄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체공 시간 영점 칠 초. 그게 문제였다. 수면 위에 나와 있는 시간이 겨우 칠백 밀리세컨드였다. 그 안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루아는 계산했다. 표준 관통탄 삼십사 구경 기준 탄속 초속 구백 미터. 거리 이십 미터라면 탄이 개체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영점 영이이 초. 사격 결정 시간이 관건이었다.

사격 결정 시간을 줄이려면 도약 예측이 선행돼야 했다. 루아는 AW-3의 습성 기록을 다시 읽었다. 수면 아래에서 마나를 충전하는 패턴. 충전 완료 직전에 수면 진동이 강해진다. 진동은 충전 시작 이후 세 차례 반복된다. 세 번째 진동 최고조 시점이 도약 시작점이다.

루아는 노트에 다이어그램을 그렸다. 수면을 기준선으로 잡았다. AW-3의 수중 충전 위치를 점으로 표시했다. 세 번의 진동 타이밍을 화살표로 표시했다. 도약 궤적을 호로 그렸다. 탄착 지점을 별표로 찍었다. 수면 위 일 미터 오십 지점. 고각 이십삼 도.

파주 게이트는 강변 습지였다. 협회 직원이 경계 테이프를 치고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는 장비를 내리고 입장 서류에 서명했다. 직원이 말했다. 오늘 수위가 어제보다 높아요. 주의하시고, 미끄럼 조심하세요. 루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끼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환경이 즉시 달라졌다. 습도가 높았다. 풀 냄새, 진흙 냄새, 물 냄새가 섞였다. 바닥이 질었다. 루아는 발밑을 보며 이동했다. 서두르면 미끄러질 것이었다. 속도를 줄이고 발을 넓게 짚었다.

수면이 보였다. 잔잔했다. 루아는 수면 가장자리에서 이 미터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바람이 없었다. 좋은 조건이었다. 루아는 총기를 꺼내 안전 장치를 해제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파문이 왔다. 좌측 십팔 미터 지점. 루아는 발을 돌렸다. 총구를 수면 방향으로 조정했다. 파문이 첫 번째 진동이었다. 루아는 마음속으로 셌다. 하나.

두 번째 진동. 파문이 더 커졌다. 반경이 넓어졌다. 루아는 고각을 이십삼 도로 고정했다.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세 번째 진동. 수면이 터졌다. AW-3이 솟구쳤다. 루아는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총성. AW-3의 두부 후방이 관통됐다. 개체는 수면 위 일 미터 이십에서 멈췄다가 옆으로 기울며 떨어졌다. 수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

루아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파문이 시작됐다. 거리 이십이 미터. 루아는 총구를 이동하며 타이밍을 다시 셌다. 이번엔 진동 간격이 약간 달랐다. 더 짧았다. 두 번만에 도약이 올 것 같았다. 루아는 보정했다. 두 번째 진동에 방아쇠를 당겼다. 관통.

세 번째 AW-3은 정면 이십오 미터에서 왔다. 이번엔 수면 아래 실루엣이 보였다. 수면 직하에서 빠르게 이동했다. 루아는 도약 예측 위치를 잡았다. 이동 경로를 봤을 때 두 미터 앞에서 도약할 것이었다. 루아는 그 지점을 먼저 겨눴다. AW-3이 솟구쳤다. 탄이 먼저 그 위치에 있었다. 관통.

세 개체 처리. 소모 탄수 삼. 루아는 게이트 안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추가 개체가 있는지 확인했다. 파문이 더 이상 없었다. 클리어였다. 루아는 자세를 정리하고 노트를 꺼냈다.

기록. 수계형 AW-3. 도약 예측 유효 조건. 진동 패턴 관측 가능할 것. 시야 내 수면 거리 이십 미터 이내. 탄착 고각 이십삼 도 기준. 체공 시간 영점 칠 초 내 방아쇠 결정 가능. 이동 중 개체는 도약 경로 예측 후 선행 조준 유효.

게이트를 나오면서 루아는 날씨가 흐려졌다는 걸 알아챘다. 구름이 두꺼워졌다. 협회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는 보고서 양식을 받아 작성했다. 소모 탄수 삼. 소요 시간 이십칠 분. 개체 삼 처리 완료. 직원이 보고서를 보더니 말했다. 빠르게 처리하셨네요. 루아가 말했다. 예측 사격이 가능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루아는 탄도 노트에 수계형 항목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평지형과 삼림형만 있었다. 오늘로 수계형이 추가됐다. 항목 아래 소항목들을 만들었다. AW-3 기본 데이터. 도약 예측 조건. 탄도 보정 수치. 주의 환경 조건.

수치를 정리하면서 루아는 수계형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고 느꼈다. 육지형 개체는 이동이 평면적이었다. 수계형은 수직 차원이 추가됐다.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이 입체적 움직임이 탄도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복잡함을 예측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수계형 에테르 탄도학의 핵심이었다.

루아는 노트 여백에 수계형 사격법 원리를 두 줄로 요약했다. 첫째, 도약 전 마나 충전 진동 패턴을 읽어 도약 시점을 예측한다. 둘째, 도약 예정 위치를 선점해 탄착점을 고정하고 대기한다. 이 두 가지가 수계형 사격의 기본이었다.

AW-4와 AW-5는 AW-3보다 큰 개체였다. 패턴이 다를 것이었다. 루아는 다음에 수계형 의뢰를 받을 때 AW-4 이상을 만날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은 의뢰를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AW-3에 안주하면 수계형 데이터가 편협해졌다. 다양해야 했다.

루아는 노트를 닫고 내일 협회 방문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수계형 추가 자료 열람. 수계형 탄종 전문 공방 탐문. 루아는 일반 표준 관통탄이 AW-4 이상에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록을 읽었었다. 더 나은 탄종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먼저 확인해야 했다.

루아는 이날 저녁 진현 공방에 예약 문자를 보냈다. AW-3 데이터를 토대로 수계형 전문 탄종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진현은 이틀 후 방문하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루아는 그 사이 AW-4, AW-5 자료를 더 찾아볼 계획을 세웠다.

수계형 의뢰를 하나 더 수락할지 고민했다. 여주 수계형 게이트가 게시판에 있었다. 개체가 AW-2였다. AW-3보다 작은 군집형 개체였다. 데이터를 쌓는다는 관점에서는 군집형 대응법이 필요했다. 단일 개체와 군집 개체는 사격 우선순위 계산이 달랐다.

군집형 개체를 만났을 때의 원칙. 루아는 생각을 정리했다. 가장 가까운 것부터? 가장 위험한 것부터? 마나 코어 크기가 큰 것부터? 기준이 필요했다. 지금은 답이 없었다. 여주 의뢰를 통해 데이터를 얻어야 했다. 루아는 여주 의뢰도 수락했다.

파주 데이터와 앞으로 수집할 여주 데이터를 합치면 수계형 항목이 조금 더 두꺼워질 것이었다. 에테르 탄도학은 얇은 자료로는 일반화가 어려웠다. 두세 개의 게이트에서 얻은 데이터는 경향이지 법칙이 아니었다. 법칙이 되려면 더 많은 검증이 필요했다.

루아는 노트에 장기 계획을 한 줄 적었다. 각 지형 유형 최소 오 건 이상 의뢰 완료 후 원칙 재검증. 지금은 각 유형 한두 건씩밖에 없었다. 아직 경향 수준이었다. 루아는 그게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 쌓아야 할 게 많다는 게 앞으로의 의뢰에 목적을 줬다.

파주 게이트 이후 루아는 수계형 의뢰를 더 찾아봤다. 여주 수계형이 아직 남아 있었다. AW-2 군집형. 루아는 의뢰를 수락했다. 군집형 개체 우선순위 계산이 단일 개체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다. 파주에서는 단일 개체들이 순서대로 등장했지만 군집은 동시에 왔다. 그때 판단 기준이 없으면 늦는다.

협회 데이터베이스에서 AW-2 군집 패턴을 확인했다. 평균 군집 수 오에서 칠. 동시 도약 패턴 드물고 순차 도약이 일반적. 군집 내 마나 코어 강도 차이 있음. 가장 강한 코어가 군집 리더 역할. 리더 먼저 처리 시 나머지 개체 혼란 상태 발생. 루아는 이 항목에 별표를 쳤다. 리더 우선 처리가 답이었다.

여주 의뢰는 사흘 후였다. 루아는 그 사이 AW-2 군집 패턴을 더 읽었다. 군집 리더 식별 방법이 관건이었다. 마나 코어 강도 차이가 시각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루아는 에테르 방사 강도가 리더 쪽이 더 강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수면 진동의 크기와 빈도로 리더를 식별하는 게 가능할지 현장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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