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17화 — 수계형 데이터

협회 열람실은 이른 아침부터 열려 있었다. 루아는 오전 아홉 시에 도착했다. 열람실 입구에서 등록 헌터 카드를 제시하고 전용 구역으로 들어갔다. 전용 구역은 공개 열람실보다 좁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있었다.

수계형 개체 자료 요청서를 작성했다. AW 시리즈 전체 파일. SW 시리즈 개요. DW 시리즈 개요. 직원이 자료를 가지고 오는 데 이십 분이 걸렸다. 루아는 그 사이 이미 갖고 온 노트를 펼쳐 어제 기록을 다시 읽었다.

자료가 도착했다. AW 시리즈 파일이 두꺼웠다. 루아는 AW-1부터 순서대로 훑었다. AW-1은 소형 이동형이었다. AW-2는 군집형. AW-3은 어제 처리했다. AW-4에서 손이 멈췄다.

AW-4. 체장 삼 미터. 강습형 수중 개체. 마나 코어 위치 불명. 비고란에 특이 사항이 있었다. 마나 코어가 수중 이동 중 위치를 변경하는 것으로 관측됨. 이동 경로는 불규칙적. 표준 관통탄으로 마나 코어 파괴 확률 삼십 퍼센트 미만. 추가 검증 필요. 루아는 밑줄을 그었다.

마나 코어가 이동한다. 루아는 어제 자신이 정리한 원칙을 떠올렸다. 마나 코어는 에너지 소비 중심을 따른다. AW-4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수중 고속 이동 시 에너지 소비 중심은 추진 방향이었다. 두부 쪽이 맞았다. 그렇다면 코어는 두부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었다. 기록의 불규칙성은 이동 방향이 자주 바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루아는 노트에 가설을 썼다. AW-4 코어 이동 패턴 가설. 수중 이동 방향 전환 시 코어도 전환 방향으로 이동. 에테르 방사 방향 역추적으로 코어 위치 실시간 계산 가능. 가설 검증을 위해 실전 관측 필요. 루아는 항목 옆에 별표를 쳤다. 중요한 가설이었다.

열람실에서 나와 루아는 인천 쪽으로 향했다. 수계형 전문 탄종 공방을 찾기 위해서였다. 협회 게시판 장인 등록 목록에서 인천 북구에 수계형 전문 공방이 있다는 걸 전날 확인했다. 진현이라는 장인이 운영했다. 공방 주소와 연락처가 있었다. 루아는 미리 연락하지 않고 방문하기로 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공방은 공단 옆 골목 안쪽에 있었다. 문 앞에 작은 명패만 있었다. 진현 에테르 공방. 루아는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망치 소리가 잠깐 멈췄다가 발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오십대 초반 남자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얼굴에 기름 자국이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예약 없이 오셨어요? 루아가 말했다. 네. 수계형 탄종 상담하러 왔습니다. 남자가 잠깐 루아를 봤다. 들어오세요.

공방 안은 작업대 두 개와 냉각조, 선반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탄종 견본이 유리 케이스에 진열돼 있었다. 루아는 안내받은 의자에 앉았다. 어제 파주 게이트 데이터를 꺼냈다. AW-3 도약 패턴 수치, 탄착 각도, 체공 시간.

진현이 자료를 받아 훑었다. 직접 관측한 데이터군요. 루아가 말했다. 어제 수집했습니다. AW-4 대응 탄종을 만들고 싶습니다. 코어가 이동하니까 확산형이나 에테르 반응형으로 접근하면 어떨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반으로 갔다.

작은 탄환을 꺼냈다. 에테르 확산형입니다. 탄착 순간 에테르 파동을 방사하는 구조요. 반경 이십 센티 이내 마나 코어를 교란시킵니다. 완전 파괴 보장은 안 되지만 코어가 이동 중이라도 반경 안에만 있으면 유효합니다. 루아가 물었다. 가격이 어떻게 됩니까.

진현이 가격을 말했다. 루아는 잠깐 계산했다. 표준 관통탄 대비 여섯 배였다. 루아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실전 효과 확인이 먼저였다. 루아가 말했다. 열 발만 주문하겠습니다. 실전 검증 먼저 하고 싶습니다.

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이면 됩니다. 루아가 말했다. 기다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루아는 다시 앉았다. 한 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진현이 기다렸다. AW-4 에테르 방사 방향 역추적으로 코어 위치 실시간 계산이 이론적으로 가능할까요.

진현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물었다. 에테르 탄도학 공부합니까? 루아가 말했다. 스스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진현이 루아를 다시 봤다. 예전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연구한 사람이 있었어요. 실현은 못 했지만 방향은 맞았습니다. 혼자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계속 파면 뭔가 나올 겁니다.

공방을 나오면서 루아는 진현이 한 말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했다. 예전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미 비슷한 방향을 봤다는 건 방향이 맞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루아는 걸음이 조금 빨라지는 걸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루아는 진현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에테르 확산형 탄종 주문 완료. 사흘 후 수령. AW-4 대응 예비 탄종 확보 예정. 에테르 방사 역추적 코어 탐지법 가설 — 진현 장인도 방향 타당성 인정. 실전 검증 필요. 루아는 밑줄을 그었다.

저녁에 협회 게시판을 열었다. 새 의뢰가 두 건이었다. 하나는 안성 산악형 게이트. C급. 개체 MR-4. 하나는 여주 수계형 게이트. C급. AW-2. 루아는 안성 의뢰를 골랐다. 산악형 데이터가 아직 비어 있었다. 수계형은 조금 더 쌓은 다음에 다시 도전해도 늦지 않았다.

노트 뒤쪽에 게이트 유형별 진행 현황표를 업데이트했다. 평지형 완료. 삼림형 완료. 수계형 기초 수집 완료. 산악형 예정. 동굴형 예정. 루아는 예정 항목 두 개를 보며 계획을 세웠다. 산악형 다음 주. 동굴형 그 다음 주. 이 속도라면 한 달 안에 다섯 유형 기초 데이터를 모두 수집할 수 있었다.

노트를 닫으며 루아는 잠깐 창밖을 봤다. 어두웠다. 바람이 불었다. 루아는 내일 안성 게이트 준비를 시작했다. MR-4 자료를 출력해두기로 했다. 산악형은 고각 사격이 핵심이었다. 미리 계산을 해두면 현장에서 속도가 달라졌다.

사흘 후 진현 공방에서 에테르 확산형 탄종 열 발을 수령했다. 진현이 탄종을 건네며 말했다. 첫 사용 시 반드시 고정 표적으로 테스트하세요. AW-4는 이동이 빠르니까 탄종 자체의 확산 범위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현이 덧붙였다. 그리고 이 탄종은 에테르 파동 방사 때문에 사격자한테도 영향이 있어요. 마나 친화성이 낮으면 손목에 반동이 옵니다. 루아가 물었다. 어느 정도요. 진현이 말했다. 표준 관통탄의 두 배 정도. 사격 자세에서 잡아줘야 합니다. 루아는 메모했다.

공방을 나오면서 루아는 에테르 확산형 탄종의 실전 적용 순서를 정리했다. 먼저 협회 사격장에서 정적 표적에 쏴서 확산 범위를 실측한다. 범위 확인 후 AW-4급 수계형 의뢰에 적용한다. 효과 데이터를 수집해서 진현에게 피드백한다. 그러면 진현이 탄종을 개량할 수 있었다.

협회 사격장은 내일 예약이 가능했다. 루아는 예약을 넣었다. 에테르 확산형 탄종 테스트. 정적 마나 코어 표적 삼 미터, 오 미터, 십 미터 거리 각각 이 발씩. 데이터 수집. 루아는 테스트 계획을 노트에 정리했다.

저녁에 루아는 진현 공방 방문을 계기로 장인 네트워크에 대해 생각했다. 혼자 에테르 탄도학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장인의 기술력이 없으면 이론이 실전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진현처럼 수계형에 특화된 장인이 있다면 다른 유형에 특화된 장인도 있을 것이었다. 루아는 협회 장인 등록 목록을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격장 테스트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에테르 확산형 탄종을 삼 미터 표적에 쏘자 탄착 순간 빛이 퍼졌다. 마나 코어 시뮬레이션 표적이 반응했다. 반경 이십삼 센티 내 모든 마나 반응이 교란됐다. 진현이 말한 이십 센티와 오차 삼 센티. 일치하는 편이었다.

오 미터에서는 확산 범위가 약간 줄었다. 이십 센티 이내로. 십 미터에서는 더 줄었다. 십오 센티 정도. 거리가 늘어날수록 확산 범위가 감소했다. 루아는 이 데이터를 노트에 기록했다. AW-4 대응 시 최적 거리는 오 미터 이내였다. 수중 고속 개체를 오 미터 이내로 유도하거나 접근해야 했다.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진현에게 테스트 결과를 문자로 보냈다. 진현이 답장했다. 거리 감쇠가 예상보다 빠르군요. 탄두 에테르 유지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량 고민해보겠습니다. 루아는 답했다. 부탁드립니다. 실전 데이터 생기면 다시 공유하겠습니다. 이 짧은 교환이 루아와 진현의 협력 방식이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방향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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