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2화 — 첫 번째 계산

게이트 내부는 어두웠다.

정확히는 빛이 없다는 표현이 맞지 않았다. 빛은 있었다. 다만 출처가 없었다. 공중 어딘가에서 희뿌연 마나 입자들이 빛을 발산하며 부유하고 있었다. 안개와 조명의 중간쯤 되는 질감이었다. 덕분에 시야가 확보됐지만 거리감이 무너졌다. 50미터가 100미터처럼 보였고, 10미터가 5미터처럼 느껴졌다.

루아는 진입 직후 멈췄다.

3초. 눈이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훈련장에서 반복한 루틴이었다. 게이트든 건물 내부든 낯선 환경에 들어서면 무조건 3초를 멈춰 감각을 조율한다. 귀를 먼저 열고, 코로 냄새를 읽고, 그다음 눈으로 확인한다.

귀에 들어온 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였다. 단일 개체가 아니었다. 여러 마리. 불규칙한 간격. 군집이 흩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코에 들어온 건 썩은 고기 냄새였다. 짙었다.

루아는 총을 들었다.

C급 게이트 내부는 대개 하나의 생태계처럼 구성된다. 협회 매뉴얼에 따르면 C급 기준 내부 면적은 평균 축구장 두 배 수준. 주요 개체는 중형 마수 3~8마리, 군집형 소형 마수 10~30마리. 보스 개체 1마리.

발생 48시간이 지났다는 건 내부 개체들이 이미 영역을 확립했다는 의미였다. 처음 진입한 파티가 교란을 가하기 전까지는 개체들이 일정 구역에 머물렀다. 그게 오히려 솔로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표적은 계산이 쉽다.

루아는 천천히 전진했다.

지형은 황무지에 가까웠다. 갈라진 흙바닥, 군데군데 솟은 바위 덩어리. 루아는 바위를 등지고 이동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시선은 정면보다 약간 위를 향했다. 마수들은 대개 높은 곳을 좋아했다.

예측은 맞았다.

30미터 전방. 바위 위에 실루엣이 하나 있었다.

루아는 즉시 멈추고 자세를 낮췄다.

실루엣은 개와 비슷한 형태였다. 어깨 높이 약 1미터. 몸 전체가 검은 갑각으로 덮여 있었다. 두개골 부분에 마나가 집중된 듯 희미한 보랏빛이 맥박처럼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했다.

갑각 마수. C급 표준 개체. 갑각 두께 추정치 6~8센티미터. 일반 물리 공격으로는 관통이 어렵다. 목표 지점: 두개골 보랏빛 맥동 부위. 갑각이 가장 얇은 지점이자 마나 회로가 집중된 곳.

볼트를 당겼다. TYPE-01이 약실에 들어앉는 감촉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루아는 숨을 반쯤 내쉬고 멈췄다.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은 짧고 날카로웠다.

에테르 침투탄 특유의 발사음이었다. 일반 탄환보다 약간 높은 음역대. 크리스탈 박막이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섞였다.

탄환이 날아갔다.

갑각 마수의 두개골에 닿는 순간, 탄두 선단부에 집약된 에테르가 역위상 파동을 방출했다. 갑각 표면의 마나 방어막이 0.3밀리초 동안 반전됐다. 그 찰나에 탄환이 밀고 들어갔다.

마수가 쓰러졌다. 소리도 없었다. 바위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소리만 났다.

루아는 이미 볼트를 당기고 있었다.

빈 탄피가 배출됐다. 두 번째 탄환이 약실에 들어갔다. 루아는 총구를 왼쪽으로 옮겼다. 쓰러지는 소리에 반응해 두 번째 개체가 바위 뒤에서 나타났다. 거리 45미터.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움직이는 표적.

루아는 개체의 속도를 눈으로 읽었다. 초속 약 8미터. 직선 돌진. 45미터를 6초 안에 주파한다. 탄환의 비행 시간 0.06초. 선행 각도 보정값 계산.

방아쇠.

두 번째 개체가 앞발이 꺾이며 고꾸라졌다. 관통 지점은 목 아래쪽 갑각이 얇은 부위였다. 3미터를 더 미끄러지다 멈췄다.

루아는 총구를 돌리지 않았다. 볼트를 당기는 동안 귀로 나머지 개체들의 위치를 추적했다. 쓰러지는 소리 두 번에 반응한 건 네 방향이었다. 남은 탄환은 한 발.

셈이 맞지 않는다.

루아는 천천히 일어서지 않았다. 대신 옆으로 굴렀다.

바위 위에서 무언가가 뛰어내린 건 루아가 자리를 비운 직후였다.

땅이 울렸다. 세 번째 개체였다. 두 마리보다 몸집이 컸다. 어깨 높이 1.5미터. 갑각 색이 달랐다. 짙은 보라색. 마나 밀도가 더 높다는 신호였다.

루아는 구른 자세 그대로 바위 뒤에 등을 붙였다. 개체가 방향을 전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탄환이 한 발 남았다. 파우치에 두 발이 더 있었다. 재장전 시간 4초. 개체가 바위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 약 2초.

루아는 파우치를 열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으로 총을 쥔 채 왼손을 뒤로 뻗었다. 손가락이 바위 표면의 요철을 확인했다. 거칠었다. 잡을 수 있었다.

개체가 바위 모서리를 돌아왔다.

루아는 이미 바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높이 3미터. 개체가 올려다봤다. 루아는 내려다봤다. 거리 4미터. 총구를 정수리에 맞췄다.

방아쇠.

세 번째 개체가 앞다리가 풀리며 쓰러졌다.

루아는 바위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파우치를 열고 탄환을 재장전했다. 두 발. 탄창에 밀어 넣고 볼트를 잠갔다.

그리고 사방을 살폈다.

나머지 개체들이 있었다. 아직 접근하지 않았다. 세 동료가 쓰러지는 걸 본 군집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더 강하게 달려들거나, 한발 물러서거나. 이 개체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영리하다. 혹은 우두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보스 개체는 5분 후에 나타났다.

크기는 달랐다. 같은 갑각 마수 계열이었지만 어깨 높이가 2미터를 넘었다. 갑각이 검은색에 가까웠고 표면에서 마나가 흘러내렸다. 두 개의 뿔이 두개골에서 앞으로 뻗어 있었다. 뿔 끝에서 보랏빛 에너지가 모이고 있었다.

원거리 마나 방출형. 돌진과 동시에 에너지탄을 발사할 수 있는 개체.

루아는 바위 위에서 내려와 지형을 훑었다. 트인 공간이 두 군데 있었다. 하나는 정면, 하나는 왼쪽 측면. 루아는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체의 에너지탄 발사 방향이 정면 기준이라면 측면 각도로 이동하는 게 회피 확률을 높인다.

거리 80미터. 루아는 자세를 낮추고 엎드렸다.

바람이 없었다. 습도는 낮았다. 가시거리는 충분했다.

문제는 갑각이었다. 이 개체의 표면에서 마나가 흐른다는 건 방어막이 갑각 위에 한 겹 더 있다는 의미였다. 에테르 침투탄 한 발로는 돌파가 불확실했다.

루아는 탄환 두 발을 확인했다.

두 발. 충분하다.

첫 번째 발은 뿔 사이 이마 부위. 갑각이 상대적으로 얇고 마나 회로가 집중된 지점. 관통 목적이 아니다. 마나 방어막을 교란하는 것이 목적.

두 번째 발은 방어막이 흔들리는 0.5초 이내. 같은 지점. 이번엔 관통.

연속 사격. 볼트 액션으로 가능한 최소 간격. 루아의 기록은 0.8초였다. 계산상 가능했다.

보스 개체가 루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루아는 숨을 멈췄다.

방아쇠.

총성.

볼트를 당기고 밀었다. 0.8초.

방아쇠.

두 번째 탄환이 첫 번째 탄환이 뚫어놓은 궤도를 따라 들어갔다. 방어막이 재건되기 0.2초 전이었다.

보스 개체의 앞다리가 무너졌다. 이마에서 보랏빛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됐다가 사그라들었다. 뿔이 힘을 잃었다. 개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땅이 울렸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소형 개체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가 달아났다. 보스가 쓰러지자 군집의 결속이 해체됐다.

루아는 천천히 일어섰다.

탄창이 비었다. 파우치도 비었다.

5발을 가져갔고, 5발을 썼다.

게이트가 흔들렸다.

보스 개체가 사망하자 내부 마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기가 진동했다. 희뿌연 마나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흩어지며 점차 사그라들었다. 루아는 탈출 타이밍을 계산했다. 게이트 붕괴까지 통상 5~8분. 진입구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진입구에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루아는 그 빛을 향해 걸었다.

걸으면서 손가락으로 빈 파우치를 닫았다. 탄환 5발. 총 4마리 처리. 보스 포함. 솔로 클리어.

수치가 맞았다.

루아는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오후의 햇빛이 쐈다. 협회 직원 두 명이 초소에서 뛰어나왔다.

"클리어...하셨어요?"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케이스를 열고 총을 넣었다. 잠금장치를 걸었다.

뒤에서 게이트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보랏빛이 수축하며 사라졌다.

직원 하나가 다가왔다. 손에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클리어 확인됐습니다. 보수 380만 원은 등록 계좌로 입금 처리됩니다."

"탄환 보충하는 곳 근처에 있습니까."

직원이 잠깐 멈췄다가 답했다.

"헌터 용품점은 광주 시내에 두 군데 있는데요, 총기 계열 전문은..."

루아는 핸드폰을 꺼냈다. 지도 앱을 열었다.

"됩니다."

차 키를 들고 주차된 쪽으로 걸었다. 뒤에서 직원이 무슨 말을 더 했지만 루아는 이미 듣지 않고 있었다.

탄환 재고가 줄었다. 다음 의뢰 전에 보충해야 했다.

할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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