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3화 — 명함 한 장
광주 시내 헌터 용품점 이글 기어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
간판이 크지 않았다. 골목 안쪽, 빌딩 사이에 끼인 자리였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쉬웠다. 루아는 처음 왔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협회 앱 지도에 표시된 유일한 총기 취급 점포였다.
1층은 일반 장비였다. 방어구, 포션, 마나 스톤, 각종 도구들. 형광등 불빛 아래 진열된 물건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손님도 제법 있었다. 대부분 젊은 헌터들이었다. 새로 장비를 맞추거나 소모품을 보충하러 온 것들. 입구 쪽에서 두 명이 방어구 사이즈를 재고 있었다. 직원이 줄자를 들고 옆에 섰다.
루아는 1층을 그냥 지나쳤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작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총기 및 원거리 특수 장비 — 2층. 화살표가 계단을 가리켰다. 표지판 가장자리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얼마나 찾는 사람이 없는지 짐작이 됐다.
2층은 조용했다.
공간이 좁았다. 1층의 절반도 안 됐다. 형광등 하나가 가운데 달려 있었는데 밝기가 미묘하게 낮았다. 진열대 두 개에 활, 석궁, 투척용 나이프가 놓여 있었다. 포장 박스째로 쌓인 것들도 있었다. 총기 섹션은 안쪽 구석이었다. 유리 케이스 하나. 그 안에 볼트 액션 소총 두 정과 반자동 권총 세 정이 누워 있었다.
먼지가 없었다. 그게 유일하게 관리된 부분이었다.
손님은 루아밖에 없었다.
점원이 카운터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안경을 쓰고 있었다. 시선이 루아에게 닿았다가, 루아가 들고 있는 총기 케이스로 내려갔다. 아무 말 없이 카운터에서 일어났다.
헌터 총기 사용자라는 걸 바로 알아본 것이었다.
총기 계열 탄환 찾으세요?
에테르 침투탄. TYPE-01 계열. 구경 7.62밀리.
점원이 잠깐 루아를 봤다. 그리고 카운터 아래 서랍을 열었다.
재고가 많지는 않아요. 총기 쪽은 수요가 없어서. 여기 TYPE-01 기성품은 5발 단위로 포장되어 있고, 한 세트에 팔만 원입니다. 에테르 함량이 표준 규격이라 커스텀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어요.
몇 세트 있습니까.
네 세트요.
다 주십시오.
점원이 서랍에서 파우치 네 개를 꺼냈다. 루아는 하나를 집어 들고 포장을 뜯었다. 탄환을 꺼내 손가락으로 훑었다. 탄두 표면의 에테르 크리스탈 코팅.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결정 구조. 밀도가 낮았다. 점원 말이 맞았다. 커스텀 탄환에 비해 침투력이 20퍼센트 정도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
쓸 수는 있다.
기성품의 약점은 균질성이다. 탄환마다 에테르 코팅 두께가 미묘하게 다르면 탄도 편차가 생긴다. 커스텀은 그걸 개별 조정하는데, 기성품은 제조 공정 내 허용 오차 범위로 납품된다. 루아는 손가락으로 탄환 네 발을 하나씩 훑었다. 허용 오차 내에서 가장 균질한 것을 골랐다.
세 발.
루아는 그 세 발을 따로 챙겼다. 나머지는 다시 파우치에 넣었다. 점원이 말없이 지켜봤다.
세 세트를 파우치에 넣고 하나는 그대로 들었다.
TYPE-02 계열은 없습니까. 유도 비콘 탄.
점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특주 제작 계열이에요. 여기서는 취급 안 합니다. 서울 강남 쪽 헌터 용품 전문점에 가셔야 할 거예요. 아니면 직접 재료 구해서 제작하시거나.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답이었다. 지방 점포에서 특주 탄환을 취급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낮았다. 확인 차 물어본 것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계단 쪽으로 걸었다.
계단 입구에 사람이 서 있었다.
남자였다. 삼십 대 초반. 키가 컸다. 민간 복장이었지만 왼쪽 팔에 완장을 차고 있었다. 헌터 협회 완장. 흰 바탕에 파란 문양. 협회 소속 직원이나 현직 헌터가 공무 중에 차는 것이었다.
루아는 계단 3미터 전부터 그를 봤다.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까지 루아 쪽에서 먼저 반응할 이유가 없었다. 군에서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상대가 먼저 패를 내게 하라.
남자가 먼저 말했다.
최루아 헌터님 맞으시죠?
루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협회 중부 지부 헌터 관리팀 강도윤입니다. 오늘 경기 광주 C급 게이트 솔로 클리어 기록이 올라왔더라고요. 확인차 나왔습니다.
루아는 그제야 멈췄다.
강도윤. 키 185센티미터 내외. 체형은 단단했다. 어깨 너비가 넓었고 목 근육이 발달했다. 손등에 옅은 흉터가 있었다. 왼손 검지 마디 바깥쪽.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절단상이 회복된 흔적이었다. 전투 경험이 있다는 뜻이었다. 현역 헌터 출신이거나 현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협회 관리팀에 배치된다는 건 B급 이상의 전투 경험이 있다는 의미였다.
서서 기다리는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긴장이 없었다. 처음 보는 헌터를 기다리면서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건, 상대를 위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루아를 파악했거나, 아니면 그냥 그런 성격이거나.
기록 확인은 협회 앱으로도 됩니다.
강도윤이 피식 웃었다. 불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렇긴 한데요. C급 솔로 클리어야 흔한 일이지만, 오늘 클리어는 특이했어요. 발생 48시간 경과 게이트, 보스 포함 중형 개체 4마리. 소요 시간 22분. 저격수 단독. 탄환 소비 5발.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탄환 5발로 보스 포함 4마리를 잡으면 통상 저격수가 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에요. 어떻게 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탄도 계산입니다.
강도윤이 잠깐 침묵했다.
그게 다입니까?
네.
단답이었다. 루아는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 계산에서 탄도 편차를 읽었고, 두 번째 탄부터 수정값을 반영했다. 개체들의 이동 패턴을 먼저 관찰하고, 겹치는 경로를 찾아서 탄환 1발에 2마리 경로가 맞물리는 지점을 계산했다. 마지막 보스는 단독으로 잡았다. 22분의 대부분은 관찰에 쓰였고, 사격 자체는 7분도 안 걸렸다. 그게 전부였다. 더 길게 말할 내용이 없었다.
루아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도윤이 옆을 따라붙었다.
저격수 계열은 협회에서 솔직히 선호하지 않아요. 단거리 전투력이 낮고, 파티 의존도가 높고, 단독 운용 시 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요. 근데 오늘 기록은 달랐어요. 지부장님도 보셨습니다.
그래서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심. 루아는 그 단어를 듣고 협회가 원하는 게 뭔지 대략 파악했다. 실적 좋은 헌터를 파악해 두고, 나중에 고위험 의뢰에 투입하거나, 협회 소속 레이드 팀에 연결하거나. 군에서 우수 인력 관리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관심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본질은 자원 파악이었다.
루아는 관심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말할 이유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왔다. 1층 출입문 앞까지 왔다. 루아는 문을 밀었다.
강도윤이 명함을 내밀었다.
이거 받아두세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파티 매칭이라도 원하시면 연락 주시고요.
루아는 명함을 받았다. 보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었다. 루아는 주차장으로 걸었다.
차에 탔다.
명함을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았다. 강도윤. 헌터 협회 중부 지부. 헌터 관리팀 팀장. 전화번호. 그 아래 작게 전 B급 헌터라고 적혀 있었다.
예상한 대로였다.
루아는 명함을 한 번 봤다가 앞유리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일 의뢰를 확인해야 했다. 탄환 재고를 정리해야 했다. 서울에 올라가서 TYPE-02 재료를 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유도 비콘 탄이 없으면 항공 지원 연계가 불가능하다. 지금은 C급 게이트라 필요가 없었지만, B급부터는 달라진다. 군에서도 항공 유도 없이 단독 교전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게이트 안에서 항공 지원은 없다. 그렇다면 대신이 필요하다. 루아는 그걸 탄환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다. TYPE-02 유도 비콘 탄을 먼저 박아두고, 그 신호를 따라 TYPE-03 폭발탄이 들어가는 연계 방식이었다. 개념은 항공 유도와 동일했다. 단지 탄환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대신, 수평으로 이동할 뿐이었다.
아직 실전에서 쓴 적은 없었다. C급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루아는 시동을 걸었다.
강도윤의 명함은 대시보드 위에 그대로 있었다.
버리지는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루아는 운전하면서 협회 앱을 음성 명령으로 열었다. 오늘 클리어 보고서가 올라와 있었다. 소요 시간, 처리 개체 수, 탄환 소비량, 클리어 판정. 수치들이 화면에 나열됐다.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협회 주목 의뢰자 태그 — 등록 완료.
루아는 화면을 껐다.
주목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의뢰가 들어오면 하고, 탄환이 줄면 채우고, 게이트가 열리면 닫으면 됐다.
그게 전부였다.
창밖으로 서울 방향 하늘이 보였다. 구름이 없었다. 루아는 잠깐 하늘을 봤다가 도로로 시선을 내렸다. 오른쪽 차선에 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속도가 조금 느렸다. 루아는 차선을 바꿨다. 불필요하게 막히는 상황은 피하는 게 낫다.
TYPE-02 재료 구하는 경로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강남 용품점 두 곳을 가봐야 했다. 재료가 없으면 직접 가공해야 했다. 가공에 필요한 에테르 크리스탈 조각도 따로 구해야 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다음 게이트도 맑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저격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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