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5화 — 소문

헌터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건 루아가 두 번째 의뢰를 마치고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제목은 단순했다. 야간 수정림 C급 솔로 클리어한 저격수 헌터 실화임?

내용은 더 단순했다. 경기 동북부 야간 게이트 클리어 기록이 협회 공개 데이터에 올라왔다. 저격수. 단독. 38분. 탄환 6발. 이걸 본 사람이 캡처해서 올렸다.

댓글이 이백 개가 넘었다.

루아는 그 글을 보지 않았다. 헌터 커뮤니티를 구독하지 않았다. 협회 앱만 열었다.

세 번째 의뢰를 찾고 있었다.

인천 외곽. C급 게이트. 발생 36시간. 미클리어. 2인 이상 파티 권장. 보수 290만 원.

루아는 파티 권장 의뢰를 자주 수락했다. 파티가 안 붙는 의뢰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협회가 위험도를 높게 보는 의뢰라는 뜻이기도 했다. 위험도가 높으면 클리어 후 기여도 점수가 더 높았다.

기여도 점수가 쌓이면 등급 재평가 기준을 충족한다. C급에서 B급으로 올라가려면 일정 점수와 클리어 횟수가 필요했다. 협회 기준 B급 재평가 최소 조건은 C급 게이트 클리어 15회 이상, 기여도 점수 800 이상, 단독 클리어 경험 3회 이상이었다. 루아는 지금 클리어 횟수 2회였다. 갈 길이 멀었다.

빠르게 올라가려면 클리어 횟수를 늘려야 했다.

수락했다.

인천 게이트는 항구 인근 창고 지대였다.

협회 직원이 현장에서 브리핑을 했다. 이번 직원은 달랐다. 오십 대 남자. 표정이 굳어 있었다.

파티 권장 의뢰인 거 아시죠? 솔로로 오신 겁니까?

네.

이 게이트 내부 구조가 다층형이에요. 2개 층으로 나뉘어 있고 보스가 최하층에 있습니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개체 수가 많아요. 저격수 단독으로는—

시작하겠습니다.

직원이 잠깐 루아를 봤다.

...서명해주세요. 단독 진입 동의서.

루아는 태블릿에 서명했다. 총 케이스를 들고 게이트 앞에 섰다.

내부에서 소리가 났다. 창고 게이트답게 금속 마찰음 비슷한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개체 수가 많을수록 소리가 복잡해진다. 적어도 20마리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볼트를 당겼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실제 창고와 닮아 있었다.

높이 10미터짜리 철골 구조가 두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마나로 구성된 금속 질감의 선반들이 가득했다. 1층은 좁고 길었다. 2층은 선반 위로 올라가야 했다. 형광등 같은 조명은 없었다. 대신 선반 곳곳에 마나 결정이 박혀 있었고, 희미한 청백색 빛을 내고 있었다. 시야가 어두웠지만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루아는 1층을 빠르게 훑었다. 개체들이 보였다. 이번 개체는 소형이었다. 50센티미터 크기. 개 비슷한 형태인데 다리가 여섯 개였다. 군집으로 움직였다. 한 무리에 여덟 마리에서 열 마리.

무리가 세 개였다. 총 약 25마리.

루아는 선반 위로 올라갔다. 2층 위치가 1층 전체를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저격수에게 유리한 지형이었다. 철골 선반 위에 엎드렸다. 표면이 차가웠다. 금속 냄새가 났다. 마나가 스며든 금속 특유의 냄새였다. 약하게 전기 냄새가 섞여 있었다.

1층에서 무리 하나가 이동하고 있었다. 루아는 무리 앞쪽 개체를 조준했다. 군집 선두를 쓰러뜨리면 후속 개체들이 혼란에 빠진다. CCT 공중 지원 유도에서 쓰는 논리와 같았다. 선두 타격으로 후속 무력화.

방아쇠.

선두 개체가 쓰러지자 무리가 흩어졌다. 흩어진 개체들이 서로를 들이받고 뒤엉켰다. 루아는 그 혼란 속에서 볼트를 당기고 재조준했다. 흩어진 개체 중 가장 큰 것을 골랐다. 혼란 속에서 무리를 재집결시키려는 개체였다. 제거하면 무리가 더 오래 흩어진 상태를 유지했다.

방아쇠. 방아쇠.

10분이 채 안 됐다. 두 무리가 정리됐다.

세 번째 무리는 루아가 2층에 있다는 걸 파악했다. 선반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리 여섯 개를 이용해 철골을 타는 속도가 빨랐다. 루아는 선반 끝으로 이동했다. 철골 구조물에 발을 딛고 올라섰다. 높이 10미터. 창고 최상단. 선반 위에서는 올라올 수 없는 위치였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세 번째 무리 전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공명 충격탄을 썼다. TYPE-03. 군집 마비용. 무리 선두에 한 발.

공명파가 퍼졌다. 개체들이 일제히 멈췄다. 에테르 회로 마비. 5초 창. 루아는 그 5초 안에 세 발을 더 쐈다. 마비 상태에서 대형이 흩어지지 않으니 처리가 빨랐다.

무리가 정리됐다.

보스는 최하층이었다. 선반 구조 아래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통로 폭이 좁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였다. 루아는 총을 접어들고 내려갔다.

최하층 보스는 달랐다.

크기가 소형이었다. 30센티미터. 여섯 다리형 개체와 같은 종이었다. 그런데 혼자였다. 주변에 다른 개체가 없었다. 최하층 공간은 비교적 넓었다. 사방이 마나 결정 벽으로 이루어진 직육면체 공간. 천장에서 청백색 빛이 내려왔다.

루아는 멈췄다.

작고 혼자인 보스. 마나 방출이 없었다. 공격성 없음. 그냥 구석에 앉아서 루아를 보고 있었다. 눈이 셋이었다. 이마에 하나, 양옆에 하나씩. 세 눈이 전부 루아를 향하고 있었다.

위험 신호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루아는 조준선을 유지한 채 3초를 기다렸다. 개체가 움직이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공격하지도 않았다. 단지 루아를 봤다. 마치 루아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고 있으면서도 피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루아는 그 인상을 무시했다.

방아쇠를 당겼다.

개체가 쓰러졌다. 소리 없이.

게이트가 진동했다. 마나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루아는 통로를 타고 올라와 진입구를 향해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보스가 소형이고 비전투적인 이유. 군집형 게이트에서 보스는 지휘 역할을 한다. 무리를 제어하는 마나 파동을 발신하는 역할. 따라서 직접 전투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처음 보는 유형이었다. 기억해 뒀다.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직원이 눈을 크게 떴다.

클...리어하셨어요?

소요 31분. 개체 28마리. 탄환 9발입니다.

직원이 태블릿을 들고 뭔가를 입력했다. 손이 조금 떨렸다.

루아는 총을 케이스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탄환 9발. 군집 처리 효율이 낮았다. TYPE-03 공명 충격탄이 있었기에 세 번째 무리 처리가 빨랐다. 없었다면 12발 이상 소비됐을 것이다.

탄환 종류와 수량 배분을 다시 검토해야 했다. 군집형 게이트에 진입할 경우 TYPE-03을 최소 두 세트는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TYPE-01 기성품의 에테르 함량 문제. 커스텀 탄환으로 교체할 시점이었다.

비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효율 손실이 더 크다.

차에 타면서 협회 앱을 열었다. 알림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 클리어 보고 접수 완료. 기여도 점수 적립.

두 번째: 협회 중부 지부장 면담 요청. 강도윤 팀장 연결.

루아는 두 번째 알림을 닫았다.

아직 B급 재평가 기준을 못 채웠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고 장비를 점검했다.

볼트 액션 소총. 총열 청소. 격발 기구 윤활. 조준경 렌즈 닦기. 탄환 재고 확인. TYPE-01이 11발 남았다. TYPE-03이 2발. 부족했다.

루아는 메모장을 열었다. 보충 목록을 정리했다.

TYPE-01 커스텀 탄환 30발. TYPE-03 공명 충격탄 10발. 에테르 크리스탈 소형 5개. 총열 청소 키트 소모품.

커스텀 탄환을 직접 제작할 수 있으면 비용이 줄었다. 루아는 제작 자격 요건을 검색했다. 헌터 등급 B급 이상 또는 탄환 제작 자격증 보유자.

C급인 지금은 구매밖에 없었다.

서울 강남 쪽 전문점. 강도윤이 명함을 줬다. 거기서 연결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협회와 관계를 맺으면 의뢰 선택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루아는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핸드폰에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였다.

밥은 먹었냐. 짧은 문자였다.

루아는 잠깐 화면을 봤다. 어머니 정현희는 루아가 헌터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 반대는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반대할 수 없다는 걸 두 사람 다 알았다. 루아가 결정하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답장을 보냈다. 먹었다.

사실이었다.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 게이트 가기 전이었다.

어머니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주말에 와라. 아버지가 보고 싶어한다.

루아는 화면을 봤다.

아버지 최정연. 딸이 CCT를 통과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잘했다 한 마디만 했던 사람. 루아가 전역하고 헌터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말이 없었다. 반대도, 걱정도 없었다. 다만 저녁에 전화가 왔다.

"총 아직 쓰냐."

"네."

"그래."

그게 전부였다.

루아는 주말에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탄환 보충 리스트를 저장하고 앱을 닫았다.

다음 의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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