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6화 — 지부장 면담
C급 게이트 다섯 번째 클리어를 마친 날, 강도윤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엔 문자였다.
최루아 헌터님. 지부장님이 직접 면담 요청하십니다. 일정 편하신 때로 잡아드리겠습니다. 강도윤.
루아는 문자를 읽었다. 그리고 협회 앱을 열었다. 기여도 점수를 확인했다. B급 재평가 기준까지 남은 점수가 얼마 안 됐다. 한 번만 더 C급 클리어를 하면 기준을 충족했다.
면담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의뢰를 하나 더 잡았다. 여섯 번째. 클리어하고 나서 다음 날 오전에 협회 중부 지부로 들어갔다.
협회 중부 지부는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었다.
17층짜리 건물 전체를 쓰고 있었다. 유리 외벽에 협회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 협회 예산이 늘었다는 걸 건물이 말해주고 있었다. 1층 로비 바닥은 대리석이었다. 청소가 잘 됐고 조명이 밝았다.
1층은 헌터 등록과 의뢰 접수. 안쪽에 긴 대기줄이 있었다. 대부분 루아 또래거나 더 어렸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 헌터가 직업이 된 세대. 이들 중 상당수가 1년 안에 현장에서 사라질 것이었다. 통계였다. 감상이 아니었다.
2층부터 10층은 각종 팀 사무실. 11층 이상은 고위직.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에서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최루아 헌터님 맞으시죠? 1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강도윤 팀장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엘리베이터를 탔다. 버튼을 누르면서 루아는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내부를 스캔했다. 카메라 위치 두 군데. 비상 버튼 위치. 내부 공간 2×2미터. 폐쇄 공간 습관이었다. 군 시절부터 어딜 들어서든 출구와 위협 요소를 먼저 확인했다.
12층에서 내리자 강도윤이 서 있었다.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루아는 고개만 끄덕였다.
강도윤이 복도를 걸었다. 루아가 따라갔다. 복도 양쪽으로 사무실들이 있었다. 유리 벽 너머로 직원들이 보였다. 일하는 사람들. 게이트를 직접 가지 않으면서 게이트와 연결된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들. 이 건물이 서 있는 이유가 현장 헌터들 때문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문 하나 앞에서 멈췄다. 지부장실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강도윤이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지부장은 오십 대 여성이었다.
머리카락이 짧게 잘려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얼굴에 피로가 있었다. 쌓인 피로였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년이 쌓인 피로. 그래도 눈빛은 또렷했다. 책상 위에 서류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루아가 들어서자 안경 너머로 봤다.
앉으세요.
루아는 의자에 앉았다. 강도윤은 벽 쪽에 서 있었다.
지부장이 서류 한 장을 들었다. 루아의 클리어 기록이었다. 루아는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만든 기록이었다.
최루아 헌터. 등록 2주 만에 C급 솔로 클리어 여섯 번. 기여도 점수 B급 재평가 기준 충족. 탄환 효율이 통상 저격수의 세 배. 야간 열화상 운용, 다층 구조 단독 클리어. 파티 없이 군집형 게이트 처리.
지부장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저는 박성애입니다. 지부장 박성애. 중부 지부 책임자예요. CCT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공군에서 게이트 초기 진압 작전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고요. 동료 두 명 전사 상황에서 단독 항공 유도로 게이트 봉쇄. 무공훈장.
박성애가 루아를 봤다.
사실입니까?
네.
박성애가 잠깐 손을 모았다. 서류를 내려다봤다가 다시 루아를 봤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격수 계열 헌터가 이 정도 기록을 내는 건 처음입니다. 협회 전국 데이터 기준으로도. 지금 당장 B급 재평가를 진행할 수 있어요. 통상 절차를 거치면 두 달이 걸리는데, 특례 조항으로 2주 안에 처리 가능합니다.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성애가 다른 서류를 들었다.
A급 레이드팀 구성 중입니다. 중부 지부 산하 전속 팀. 협회가 직접 운용하는 대형 게이트 전담팀이에요. 지금 구성원이 세 명인데, 관측 지원과 원거리 화력이 비어 있어요. 루아 씨의 역할이 딱 맞습니다.
루아는 잠깐 박성애를 봤다.
저는 솔로로 운용합니다.
박성애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습니까?
루아는 잠깐 생각했다.
파티는 타인의 판단에 의존합니다. 저격수의 핵심은 단독 판단입니다. 누군가 움직이고 나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기 전에 계산하는 게 저격입니다. 파티 구조에서는 그 계산을 공유해야 하는데, 계산을 공유하는 순간 속도가 줄어듭니다.
박성애가 루아를 봤다.
B급 이상 게이트는 혼자 감당이 어렵습니다. C급이랑 다릅니다.
B급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박성애가 잠깐 침묵했다. 강도윤도 아무 말 없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B급 솔로 클리어 기록은 협회 전국에 열 명도 안 됩니다. 모두 A급 이상 헌터예요.
그 기록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박성애가 강도윤을 봤다. 강도윤은 표정이 없었다.
잠시 후 박성애가 말했다.
좋아요. B급 솔로 클리어 기록을 만들어 오면 다시 얘기합시다. 단, 안전 규정상 첫 B급 진입은 관측 지원 인원 한 명 동반이 의무입니다. 규정이에요.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측 지원이면 됩니다.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박성애가 강도윤에게 눈짓을 했다.
강도윤이 말했다.
제가 동반하겠습니다.
면담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면서 강도윤이 말했다.
B급 첫 진입은 솔직히 말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B급은 내부 구조 자체가 달라요. C급은 단일 지형인데, B급부터는 복합 지형입니다.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진입할 때랑 나올 때 내부가 다른 경우.
루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 정보는 어디서 확인합니까.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있어요. 기존 B급 클리어 팀의 보고서.
보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강도윤이 잠깐 루아를 봤다.
...보내드릴게요.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루아가 탔다.
닫히기 직전에 강도윤이 말했다.
언제 B급 들어가실 겁니까.
데이터 검토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루아는 1층으로 내려가면서 B급 게이트 데이터를 이미 머릿속에서 분류하기 시작했다. 복합 지형. 가변 구조. 고마나 밀도. 고전투력 개체.
변수가 늘었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루아는 그 시간을 아끼려 하지 않았다. 군에서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준비에 쓰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현장에서 줄어드는 위험이다.
1층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왔다. 테헤란로 위로 햇빛이 쏟아졌다.
루아는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었다.
B급 보고서 42건. 검토하는 데 이틀은 걸릴 것이었다.
시작했다.
지부장실을 나오면서 루아는 잠깐 복도에 서 있었다. 팀 배정 제안을 거절했다. 예상대로였다. 박성애 지부장은 거절을 예상했는지 크게 설득하지 않았다. 데이터로 말하겠다는 루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좋다고 했다.
루아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로비로 내려가면서 방금 나눈 대화를 복기했다. 솔로 B급 허가. 강도윤 동행 관찰. 조건은 단순했다. 결과를 내면 됐다. 루아는 결과를 내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자신감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확신이었다. C급 게이트 솔로 클리어 실적, 탄착 정밀도, 에테르 탄도학 현장 적용 성과. 숫자들이 루아를 지지했다.
로비에서 강도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루아가 나오는 걸 보고 일어섰다.
"어떻게 됐어요?" 강도윤이 물었다.
"솔로 B급 허가 났습니다." 루아가 말했다.
"좋네요." 강도윤이 수첩을 꺼냈다. "첫 B급 의뢰는 언제 잡으실 거예요?"
"이번 주 안에요."
"같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현장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까?"
"게이트 밖은 협회 허가 영역이에요." 루아가 말했다. "보고서는 올라갑니다. 데이터는 거기서 보면 됩니다."
강도윤이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기록 계속 하겠습니다."
루아는 그를 두고 밖으로 나갔다. 오후 햇빛이 강했다. 루아는 눈을 잠깐 가늘게 떴다가 차를 찾았다. 다음 B급 의뢰를 검색했다. 경기도 용인. 지상형 게이트. 등록 개방 이틀 뒤. 루아는 의뢰 신청을 눌렀다.
집에 돌아와서 B급 게이트 관련 자료를 찾았다. 기존에 C급 게이트에서 수집한 데이터로는 B급 개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협회 헌터 정보망에서 B급 개체 관련 보고서를 내려받았다. 마나 방어막 구성. 코어 위치 분포. 기동 패턴. 루아는 한 시간 동안 읽었다.
B급과 C급의 차이는 단순히 규모만이 아니었다. B급 개체는 마나 코어가 더 깊은 곳에 위치했다. 방어막 층위도 복잡했다. 단순히 외부에서 관통하는 것만으로는 안 됐다. 코어까지 마나가 도달하는 경로를 먼저 설계해야 했다. 에테르 탄도학이 필요한 이유였다. 마나 흐름을 읽고 경로를 최적화하는 것. 루아는 노트를 꺼내서 B급 개체에 맞춘 접근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작업했다. 새벽 두 시에 노트를 덮었다. B급 게이트 초입 전술 초안이 완성됐다. 완벽하지 않았다. 실전에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방향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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