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7화 — B급 데이터

강도윤이 보낸 파일은 세 개였다.

B급 게이트 클리어 보고서 42건. 미클리어 기록 9건. 그리고 B급 게이트 내부 지형 분류 매뉴얼 PDF.

루아는 사흘 동안 파일을 검토했다.

책상 위에 메모지를 펼쳐놓고 항목별로 분류했다. 군 시절에도 같은 방식을 썼다. 임무 전 첩보 분석. 변수를 나열하고,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대응 방안을 미리 정해둔다. 42건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루아는 밥을 두 번 건너뛰었다. 그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배가 고프다는 감각이 작업을 멈추게 할 만큼 강해진 다음에야.

B급 게이트 내부 특성 정리.

첫째, 면적. C급 평균 면적의 3~5배. 유효 저격 거리가 늘어난다. 좋은 조건이다.

둘째, 지형. 단일 지형이 아닌 복합 지형. 개활지, 폐쇄 공간, 수직 구조물이 혼재. 지형 판독에 시간이 걸린다. 진입 직후 3초 정지 원칙 대신 10초로 늘린다.

셋째, 가변 구조. 전체 보고서 42건 중 11건에서 내부 지형 변화가 보고됐다. 진입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거나 특정 개체 처리 후 지형이 재구성됐다. 예측 불가능 변수. 대응 방안: 이동 경로를 단일 경로에 의존하지 말 것. 항상 대체 경로를 확보한다.

넷째, 개체. C급 대비 마나 밀도 2~4배. 에테르 침투탄의 관통력이 낮아진다. 더 많은 탄환이 필요하거나 더 정확한 취약 지점 타격이 필요하다. 현재 보유한 기성품 탄환은 불충분하다.

루아는 넷째 항목에 밑줄을 그었다.

탄환 문제가 가장 컸다.

다섯째, 미클리어 원인. 9건의 미클리어 보고서를 분류했다. 원인은 세 가지. 탄약 소진, 지형 변화로 인한 고립, 예상 외 개체 수. 탄약 소진이 가장 많았다. 5건. 저격수 계열은 특히 탄약 관리가 관건이었다.

루아는 보고서를 덮고 메모를 봤다. 준비 항목 다섯 가지. 이 중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건 탄환 문제였다.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강도윤이 말했던 대로 TYPE-02 유도 비콘 탄은 특주 제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TYPE-01 커스텀 탄환이었다. 기성품으로는 B급 개체의 마나 방어막을 신뢰성 있게 관통할 수 없었다.

루아는 강남구 헌터 전문 용품점 목록을 검색했다. 탄환 커스텀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세 군데가 나왔다. 가장 후기가 많은 곳을 걸렀다. 후기 중 70퍼센트 이상이 군 출신 헌터라면 그 가게를 골랐다. 군 출신 헌터의 요구 기준은 까다롭다. 그 기준을 통과한 후기가 많다는 건 납품 수준이 검증됐다는 뜻이었다.

에테르 탄약 전문이라고 표시된 곳을 골랐다.

다음 날 오전에 찾아갔다.

가게 이름은 탄도였다. 한글로 그냥 탄도.

지하 1층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두꺼운 방음 문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화약 냄새와 에테르 냄새가 섞였다. 루아에게는 낯익은 냄새였다. 군 시절 탄약고 옆에서 몇 년을 보냈다. 이 냄새가 나는 공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조건반사가 생겼다.

조명은 밝았다. 작업대 두 개가 있었고 그 뒤로 탄약 재료들이 분류되어 선반에 꽂혀 있었다. 에테르 크리스탈이 등급별로 구분된 투명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A등급이 가장 왼쪽. 밀도가 달랐다. 빛을 투과하는 양이 달랐다.

주인은 40대 남자였다. 이름은 진현이라고 작업복에 수놓아져 있었다. 작업 장갑을 끼고 있었다. 루아가 들어서자 장갑을 벗지 않고 고개만 들었다.

볼트 액션 계열이에요? 구경이요?

7.62밀리. 에테르 침투탄 커스텀 제작 원합니다. 크리스탈 코팅 밀도 기성품 대비 두 배. 역위상 파동 출력 30퍼센트 향상.

진현이 루아를 봤다. 장갑을 천천히 벗었다.

군 출신이에요?

전직.

CCT 계열이죠?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현이 작업대 앞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 스펙이면 크리스탈 등급을 올려야 해요. A등급 에테르 크리스탈을 써야 하는데, 재료비가 올라갑니다. 20발 기준으로 150만 원 정도 나올 거예요.

합니다.

언제까지 필요해요?

3일 안에.

진현이 잠깐 루아를 다시 봤다. 이번엔 다른 종류의 시선이었다. 확인하는 시선. 루아가 말한 스펙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TYPE-02 계열도 물어보시려고 한 거 아닌가요?

루아가 멈췄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C급 솔로 클리어 여섯 번에 야간 운용까지 한 저격수면 다음 목표가 B급이고, B급 들어가기 전에 유도 비콘 탄 찾는 거 루틴이에요. 여기 오는 CCT 출신들이 다 그 경로로 와요.

루아는 잠깐 진현을 봤다.

CCT 출신 헌터가 여럿 있습니까.

게이트 터지고 나서 군 출신 헌터가 확 늘었죠. 특히 특수전 계열. CCT, UDT, 707. 전술 기반이 있으니까 헌터 적응이 빠르더라고요. 근데 총기 계열이 비주류다 보니 탄환 공급이 항상 문제예요. 시중에 커스텀 제작 해주는 곳이 별로 없어서 저한테들 많이 와요.

진현이 선반에서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TYPE-02 유도 비콘 탄은 단가가 더 세요. 재료에 에테르 공명 수정이 들어가는데, 현재 수급이 불안정해서요. 10발 기준 200만 원 이상 나올 수 있어요.

같이 제작해 주십시오. 10발.

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를 더 적었다.

TYPE-01 커스텀이랑 TYPE-02 같이 쓰는 거면, 탄도 보정값이 서로 달라요. 무게가 다르거든요. 같은 소총으로 두 가지 쓸 때 교차 오차 보정표 드릴게요. 따로 계산해서 쓰세요.

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작자가 먼저 언급했다는 건 진현이 일을 제대로 안다는 뜻이었다.

사흘 후.

루아는 탄도 가게에서 커스텀 TYPE-01 20발과 TYPE-02 10발을 수령했다.

파우치를 열었다. TYPE-01 커스텀을 한 발 꺼내 손가락으로 훑었다. 기성품과 달랐다. 크리스탈 코팅이 더 촘촘했다. 탄두 선단의 밀도감이 높았다. 손끝에서 더 강한 냉기가 느껴졌다. 에테르 함량이 충분하다는 신호였다. 발끝을 훑어봤다. 공차가 없었다. 탄환마다 균일했다. 그게 기성품과 가장 큰 차이였다.

TYPE-02는 처음 손에 쥐어봤다. 탄환 뒤쪽에 접이식 안테나 구조물이 내장되어 있었다. 일반 탄환보다 무게가 약 12퍼센트 무거웠다. 진현이 건넨 보정표를 폈다. 탄도 보정값이 거리별로 계산되어 있었다. 손글씨였다. 직접 계산했다는 뜻이었다.

루아는 보정표를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파우치를 정리했다.

강도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B급 준비 완료. 의뢰 잡아주십시오.

강도윤의 답장이 2분 만에 왔다.

경기 용인. 발생 24시간 B급 게이트. 협회 지정 의뢰. 제가 동반합니다. 모레 오전 9시.

루아는 수첩을 닫았다.

남은 이틀 동안 B급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달리 이번엔 탄환 소비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어떤 개체 유형에 몇 발이 들어갔는지. 어떤 전술에서 탄약 낭비가 발생했는지. 탄약 낭비는 대부분 두 가지 경우였다. 첫째, 취약 지점 파악 실패. 둘째, 지형 변화 후 재조준 실패.

첫째는 사전 지식으로 줄일 수 있었다. 보고서에 개체 유형별 취약 지점이 정리되어 있었다.

둘째는 훈련이었다. 루아는 이미 아파트 주변 공원에서 이틀 연속으로 빠른 재조준 훈련을 했다. 지형 변화 시뮬레이션. 기준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점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는 훈련이었다.

모레가 됐다.

진현의 가게를 나오면서 루아는 TYPE-01 개조 주문이 잘 됐다는 걸 확인했다. 진현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말하면 명확하게 구현했다. 그 점이 좋았다.

루아는 골목을 나오면서 B급 게이트 데이터를 다시 머릿속에서 검토했다. 사십이 개의 게이트 보고서를 읽었다. 공통점이 있었다. B급 보스는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반경 내에 호위 개체를 뒀다. 숫자는 달랐지만 패턴은 같았다. 보스에게 접근하기 전에 호위 개체를 처리해야 했다. 그게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부분이었다.

루아의 방식으로는 달랐다. 호위 개체를 전부 처리한 뒤 보스에게 가는 게 아니라, 호위 개체들의 움직임을 읽고 보스가 노출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보스가 움직이는 순간 코어가 잠깐 열렸다. 그 틈을 노리는 것. 이론은 맞았다. 실전에서 확인이 필요했다.

차에 타서 용인 게이트 사전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지상형 평지. 식생 낮음. 시야 확보 양호. 루아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장거리 저격이 가능했다. 굳이 근접하지 않아도 됐다. 사전 정보가 맞는다면.

루아는 시동을 걸었다. 이틀 뒤 게이트 입구가 열렸다. 그때 봐야 알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준비뿐이었다. 탄환 수령, 장비 점검, 경로 숙지. 루아는 목록을 머릿속에서 확인했다. 빠진 것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밥은 먹었냐. 루아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다시 앞을 봤다. 신호가 빨간불이었다. 먹었다고 답장을 보냈다. 사실이었다. 진현 가게 근처 백반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루아는 가끔 밥을 거르는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먹었다.

어머니가 다시 보냈다. 이번 주에 올 수 있어. 루아는 잠깐 달력을 떠올렸다. 이틀 뒤 용인 게이트. 그다음 날 장비 정비. 이번 주 안에는 힘들었다.

다음 주에 가겠다고 보냈다. 어머니가 답장했다. 알겠어. 밥 먹을 때 연락해.

신호가 바뀌었다. 루아는 출발했다. 게이트가 생기면서 일상이 달라진 것들 중 하나가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자주 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말하지 않았지만 루아가 없는 시간에 걱정했다. 그걸 루아는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자주 갈 수가 없었다. 게이트는 일정대로 열리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것이 헌터의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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