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8화 — B급 게이트 (1)

경기 용인 외곽. 오전 9시 3분.

게이트는 폐공장 부지에 있었다. 지름 8미터. C급과 비교가 안 됐다. 가장자리가 출렁이는 속도도 달랐다. 더 느리고, 더 무겁게 진동했다. 마나 밀도가 높다는 신호였다.

강도윤이 루아 옆에 서 있었다.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방어구와 단검. 원거리 공격 장비는 없었다. 루아의 요청대로였다.

루아는 게이트를 봤다.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빛의 색이 달랐다. C급은 보랏빛이었다. 이건 붉은 기가 섞여 있었다. 열계열 마나 생태계일 가능성이 높았다. 보고서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다. 용인 지역 B급 게이트는 지열 지형 비율이 높다고.

강도윤이 루아 옆에 서 있었다.

협회 지정 의뢰라서 저도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내부에서 관측만 하겠습니다. 루아 씨 행동 반경에 최대한 방해 안 되게 움직이겠습니다.

B급 게이트 진입 경험 있습니까.

있어요. 전직 A급 헌터입니다. 지금은 협회 행정직이지만.

루아는 강도윤을 봤다. 손등의 흉터. 체형. A급 출신. 그럼 단검만 들고 온 게 최소한의 자기 방어라는 뜻이었다. 민간인을 데리고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내가 쏘는 방향 전방에 서지 마십시오.

당연하죠.

루아는 총을 들었다. 커스텀 TYPE-01이 약실에 있었다. 볼트를 당겼다 밀었다. 탄이 제대로 장전됐는지 감촉으로 확인했다. 진현이 만든 탄환이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기성품과 달랐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첫 10초.

루아는 멈췄다. 강도윤도 멈췄다.

내부는 달랐다.

C급과 규모 차이가 먼저 느껴졌다. 천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높은 게 아니었다. 마나 입자들이 충분히 올라가 있어서 어디까지가 내부의 끝인지 알 수 없었다. 공기가 달랐다. 무게가 있었다. 마나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공기는 미세하게 저항이 생겼다. 탄도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수치로 반영해야 했다.

지형은 붉은 암석 지대였다. 군데군데 균열이 있었고 균열 사이에서 오렌지빛 마나가 새어 나왔다. 지열형 게이트. 열 기반 마나 생태계. 개체들의 마나 타입이 열계열일 가능성이 높았다.

루아는 열화상 조준경을 빠르게 꺼내 조준 방향으로 훑었다. 화면이 전반적으로 붉었다. 지형 자체가 열을 내고 있었다. 열계열 마나가 강한 환경에서는 열화상이 오독을 일으킬 수 있었다. 개체가 지형 자체와 비슷한 온도를 가질 경우 식별이 어려웠다.

조준경을 다시 주간용으로 바꿨다.

눈으로 읽기로 했다.

강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열계열입니다. 암석형 마수 종류가 많아요. 주의하셔야 할 게, 이 개체들은 돌처럼 가만히 있다가 접근하면 공격해요. 정지 상태에서 식별이 어렵습니다.

루아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이미 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개체는 마나를 순환시킨다. 마나가 순환하면 주변 마나 밀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눈으로는 안 보이지만 게이트 내부의 마나 분위기에 리듬이 생겼다. 살아 있는 것들은 리듬이 있었다. 암석과 개체의 차이는 리듬이었다.

루아는 천천히 전진하면서 주변 마나 리듬을 읽었다.

첫 번째 개체를 발견한 건 진입 4분 후였다.

바위처럼 보이는 것들 중 하나가 달랐다. 마나 맥동 주기가 다른 암석과 달랐다. 약 1.2초 주기로 주변 마나 밀도가 미세하게 변했다. 숨을 쉬는 것처럼. 바위는 그러지 않는다.

루아는 멈췄다.

거리 55미터. 유효 사거리 안이었다. 개체는 아직 루아를 감지하지 못했다. 등을 보이고 있었다.

취약 지점 분석. 암석형 마수의 경우 보고서에 의하면 눈 부위 또는 등 중앙 척추 연결 부위가 약점이었다. 55미터에서 등 중앙을 노리기엔 각도가 낮았다. 정면에서 쏘면 갑각에 가로막혔다.

루아는 위로 올라갈 지형을 찾았다. 오른쪽에 암석 경사면이 있었다. 올라가면 높이 약 3미터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루아는 경사면을 올라갔다. 강도윤이 조용히 따라왔다. 소음이 없었다. A급 출신답게 이동 소음 통제는 됐다. 루아는 그 점을 평가했다. 방해가 안 됐다.

3미터 고도. 각도가 바뀌었다.

루아는 엎드렸다. 척추 연결 부위에 조준선을 맞췄다. 거리 재계산 57미터. 각도 하향 12도. 바람 없음. 마나 밀도 보정 플러스 3퍼센트. 수치가 정렬됐다.

방아쇠.

커스텀 TYPE-01이 발사됐다. 기성품과 다른 발사음이었다. 더 묵직했다. 에테르 함량이 높아서 발사 시 마찰이 더 컸다.

탄환이 개체 척추 연결 부위에 명중했다. 갑각이 달랐다. C급보다 두꺼웠다. 기성품이었다면 관통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스텀 탄환이 방어막을 뚫고 들어갔다.

개체가 쓰러졌다. 쓰러지는 소리가 컸다. 암석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와 비슷했다.

강도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탄환이 다르네요.

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볼트를 당겼다.

여섯 번째 개체를 처리할 때 지형이 바뀌었다.

예고 없이였다.

바닥이 진동했다. 균열이 넓어지더니 왼쪽 지형 전체가 3미터 내려앉았다. 루아는 이미 오른쪽으로 두 걸음 이동한 후였다. 보고서에서 읽었던 내용이 현실로 왔다. 진입 후 일정 시간 경과 시 지형 재구성. 예상했던 변수였다.

내려앉은 왼쪽에 개체 두 마리가 있었다. 높이 차이가 생겼다. 루아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각도가 됐다.

오히려 유리했다.

연속으로 두 발. 두 개체 처리.

강도윤이 기록 장비를 들고 있었다. 협회 태블릿. 루아의 이동 경로와 교전 상황을 입력하고 있었다. 전투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관측 임무를 정확히 수행하고 있었다.

지형 변화 이후 구역 배치 바뀌었습니다. 보스 위치가 이동했을 가능성 있어요.

방향은요?

중앙에서 북동쪽으로 당겼을 거예요. 이 지형 유형에서의 패턴입니다.

루아는 북동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나 밀도가 높은 방향이 있었다. 공기 자체가 약간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곳. 강도윤의 말이 맞았다.

북동쪽으로 이동했다.

보스 개체는 생각보다 컸다.

암석형이었지만 형태가 달랐다. 사족보행이 아니라 직립이었다. 높이 4미터. 몸 전체가 용암처럼 균열이 가 있었고 그 안에서 오렌지빛 마나가 흘렀다. 팔이 하나밖에 없었다. 오른팔. 왼쪽은 어깨까지만 있었다. 그 어깨 끝에서 마나가 집중됐다.

원거리 마나 포.

루아는 암석 뒤에 몸을 숨겼다. 강도윤도 바로 뒤에 붙었다.

보스 개체가 루아 방향을 보고 있었다. 이미 감지한 것 같았다.

왼쪽 어깨 끝에서 마나가 빠르게 집약됐다.

루아는 암석 뒤에서 낮게 엎드린 채 총구를 내밀었다. 발사 타이밍을 계산했다. 마나가 집약되는 속도를 봤다. 발사까지 약 2.5초. 루아가 총구를 내미는 데 1초. 조준에 0.8초. 발사에 0.2초. 합계 2초. 0.5초의 여유가 있었다.

루아는 총구를 내밀었다.

왼쪽 어깨 끝 마나 집약 지점. 집약 중인 마나를 흩어뜨리면 포격이 취소된다. 에테르 탄도학의 응용이었다. 마나를 정지시키는 게 아니라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

방아쇠.

탄환이 어깨 끝을 타격했다. 집약 중이던 마나가 폭발적으로 흩어졌다. 보스 개체가 비명을 질렀다. 마나 방출이 역류한 충격으로 오른팔까지 흔들렸다.

루아는 볼트를 당겼다.

보스 개체가 반응하기 전에 두 번째 탄환을 장전했다. 이번엔 흉골 중앙. 마나 회로의 핵심.

방아쇠.

보스 개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4미터짜리 암석 덩어리가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가 게이트 전체에 울렸다.

마나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루아는 일어섰다.

이동합니다.

강도윤이 이미 일어서 있었다.

둘이 진입구를 향해 뛰었다. 게이트 전체가 진동했다. 마나 입자들이 붕괴하며 바닥이 흔들렸다. 달리면서 루아는 탄약 소비를 셌다. TYPE-01 커스텀 12발. 예상보다 두 발 더 썼다. 지형 변화 대응에 한 발, 보스 진입 차단 시도에 한 발이 추가됐다. 허용 범위였지만 최적은 아니었다.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밝았다. 오전 햇빛이 쐈다. 폐공장 부지 위로 파란 하늘이 있었다. 게이트 안에서 나올 때마다 밖의 빛이 다르게 느껴졌다. 단지 밝은 게 아니었다. 생존을 확인하는 빛이었다.

강도윤이 숨을 골랐다.

B급 솔로 클리어입니다. 소요 시간 51분.

루아는 총을 케이스에 넣었다.

51분. 예상보다 길었다. 지형 변화 대응에 시간을 뺐겼다. 다음엔 더 빠를 것이다. 지형 변화 이후 재조준 시간 단축. 보스 진입 차단 타이밍 개선. 이 두 가지.

강도윤이 태블릿을 들고 루아를 봤다.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아까 빌딩에서 보던 표정과 달랐다. 뭔가를 새로 본 사람의 표정이었다.

...박 지부장님한테 보고해야겠군요.

루아는 차 키를 꺼냈다.

다음 의뢰는 언제 잡아줄 수 있습니까.

강도윤이 잠깐 루아를 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루아는 그 웃음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B급 클리어를 마치고 차를 타는 순간에도 루아가 묻는 건 다음 의뢰였다. 강도윤은 그게 좋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나중에 안다. 그게 루아가 루아인 이유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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