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040화

의뢰 준비를 하던 오전에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루아야. 이것 좀 봐. 사진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루아는 파일을 열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였다. 제목이 보였다. 어제 B급 게이트 원거리 저격 헌터 실력 보셨어요? 본문에 누군가가 게이트 근처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루아의 사격 자세가 멀리서 찍혀 있었다. 댓글에는 저 분 정말 안정적이다, 원샷 원킬이었어 같은 반응이 달려 있었다.

루아는 폰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남에게 포착된 게 어색했다. 군에서 저격수 포지션은 노출되지 않는 게 기본이었다. 헌터 활동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불편했다. 어머니에게 답했다. 봤어요. 어머니가 바로 답장을 보냈다. 엄마 친구들이 너야? 물어봤어. 자랑스러워서 맞다고 했어. 루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다시 보냈다. 루아야, 조심은 해야 해. 근데 엄마는 네가 저렇게 서 있는 거 보니까 군 있을 때 생각났어. 항상 저렇게 집중했잖아. 루아는 그 문자를 두 번 읽었다. 어머니가 군 시절을 언급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루아가 답했다. 걱정 마세요. 잘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보냈다. 알아. 우리 루아 항상 잘 해. 조심해.

루아는 폰을 가방에 넣었다. 감정이 복잡했다. 어머니가 군 시절을 떠올렸다는 게 특이했다. 루아도 가끔 군에서의 시간을 생각했다. 동료들. 훈련. 임무. 그때 쌓은 것들이 지금 이 일에서 쓰이고 있었다. 군 경력이 헌터 활동의 기반이라는 걸 루아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머니에게는 다른 의미로 보였을 것이었다. 아들이 계속 위험한 곳에 서 있는 모습.

이강혁 파티 단체 채팅방에 그 커뮤니티 캡처가 공유됐다. 박유진이 올린 거였다. 루아씨 인터넷에 떴어요! 이서준이 말했다. 오, 유명해지는 거 아니에요? 이강혁이 말했다. 파티 원거리 지원 포지션 인정받은 거죠. 루아는 짧게 답했다. 그냥 의뢰 잘 처리하면 됩니다. 파티원들이 웃으면서 맞다고 답했다. 루아는 관심이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파티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저녁에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했다. 드문 일이었다. 아버지가 받았다. 루아야? 루아가 말했다. 그냥 잘 지내시는지 해서요. 아버지가 말했다. 잘 있어. 너도 잘 지내지? 루아가 말했다. 네. 잘 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 어머니한테 커뮤니티 사진 봤다. 사격 자세 좋던데. 루아는 그 말이 예상 밖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헌터 활동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것이. 잘 하고 있어, 라는 말 대신 사격 자세 좋던데, 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

아버지와 짧은 통화가 끝난 후 루아는 창가에 서 있었다. 헌터 활동을 시작할 때 가족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걱정시킬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일이 루아가 가진 능력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어머니의 자랑스럽다는 말, 아버지의 사격 자세 좋던데 라는 말. 직접적인 응원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루아를 보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음 날 의뢰를 준비하면서 루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비를 점검했다. 총기. 탄종. 에테르 측정기. 노트. 가족의 시선이 루아를 더 조심하게 만들었다. 더 잘 준비하게 만들었다. 군에서 배운 건 준비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가방을 닫았다. 오늘도 일을 잘 처리하면 됐다. 그게 루아가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다.

커뮤니티 캡처를 본 이후 어머니가 루아의 헌터 활동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끔 관련 커뮤니티 글을 보내왔다. 루아씨 같은 원거리 헌터 분석 글이에요 라는 메모와 함께. 루아는 그 글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방식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추측이었다. 하지만 원거리 헌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건 확인됐다. 에테르 탄도학이 일반 헌터 커뮤니티에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루아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이 늘었다. 처음에는 어머니 근황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점점 루아의 헌터 활동에 대한 짧은 질문이 섞이기 시작했다. B급은 C급이랑 많이 달라? 루아가 답했다. 개체 강도가 다르고 에테르 농도가 높아요. 아버지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준비 잘 해. 루아는 이 짧은 대화가 아버지의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관심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방식. 루아도 같은 방식이었다.

외삼촌 박준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락이 뜸했던 편이었다. 루아야, 헌터 하고 있다고 들었어. 어머니한테. 루아가 말했다. 네. 외삼촌이 말했다. 잘 되고 있어? 루아가 말했다. 잘 하고 있어요. 외삼촌이 말했다. 그래. 뭐든 잘 하잖아 우리 루아가. 루아는 외삼촌이 자신을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렀던 게 생각났다. 우리 루아. 가족들 사이에서 루아는 항상 조용하지만 잘 하는 아이였다. 지금도 그 시각이 변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루아 아파트에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와도 되냐고. 루아는 물론이라고 했다. 주말에 어머니가 왔다. 아파트를 둘러보며 어머니가 말했다. 생각보다 잘 정리돼 있네. 루아가 말했다. 습관이에요. 어머니가 주방을 보더니 말했다. 밥은 해먹어? 루아가 말했다. 가끔요. 어머니가 루아를 위해 점심을 만들었다. 두 사람이 같이 밥을 먹었다. 오랜만이었다.

식사 후 어머니가 루아의 노트를 봤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라고 적힌 표지. 어머니가 말했다. 이게 공부하는 거야? 루아가 말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예요. 어머니가 말했다. 군 있을 때부터 이런 거 연구했어? 루아가 말했다. 군에서 시작했어요. 헌터 되고 나서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요. 어머니가 노트를 조심스럽게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는 내용은 모르지만 이걸 네가 열심히 한다는 건 알아.

어머니가 돌아가기 전에 말했다. 루아야, 너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루아가 물었다. 그렇게 보여요? 어머니가 말했다. 응.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고 그걸 잘 하고 있으면 잘 사는 거야. 루아는 이 말이 단순하지만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루아가 에테르 탄도학이 뭔지, 드워프 단조가 뭔지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루아가 그 일들에서 방향을 찾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 루아는 가족에 대해 생각했다. 어머니 김지숙. 아버지 최민호. 친할아버지 최영수. 친할머니 최순덕. 외할아버지 박창호. 외할머니 박정순. 외삼촌 박준서. 막내 삼촌 최민준. 이 사람들이 루아의 배경이었다. 직접 도움을 주지 않아도 이 사람들의 존재가 루아가 무언가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잘 하고 있어 라는 말. 밥은 먹었어 라는 말. 이 말들이 루아에게 충분한 응원이었다.

그날 저녁 루아는 B급 의뢰를 한 건 더 처리했다. 어머니가 다녀간 날이었지만 의뢰는 의뢰였다. 루아는 평소와 같이 준비하고 평소와 같이 처리했다. 게이트를 나오면서 루아는 가족들이 걱정하는 위험한 곳에서 자신은 오히려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는 걸 알았다. 준비된 상황. 명확한 목표. 계산 가능한 변수. 이것이 루아가 편안한 환경이었다. 어머니는 그 위험함을 봤지만 루아는 그 안의 질서를 봤다.

어머니 방문 이후 아버지와 통화 빈도가 늘었다. 루아가 먼저 연락하기 시작했다. 짧은 통화였지만 이전보다 내용이 생겼다. 아버지가 물었다. 요즘 어떤 의뢰 해? 루아가 답했다. B급 게이트 파티 의뢰와 단독 의뢰를 병행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힘들진 않아? 루아가 말했다. 준비가 되면 힘들지 않아요. 아버지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그래. 루아는 그 짧은 대화가 아버지에게 많은 의미를 담은 것임을 알았다.

루아의 헌터 활동이 가족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다는 걸 외삼촌 박준서에게서 다시 확인했다. 외삼촌이 말했다. 아버지가 루아 자랑을 요즘 자주 해. 루아가 말했다. 아버지가요? 외삼촌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 직접 루아한테 말하진 않겠지만 어른들 모임에서는 말해. 잘 하고 있다고. 루아는 아버지의 방식을 이제 이해했다.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루아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응원이었다.

어머니가 보내준 커뮤니티 글 이후로 루아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사격장 직원이 말했다. 혹시 온라인에서 원거리 저격 헌터로 화제가 된 분이에요? 루아가 잠깐 생각했다가 말했다. 그 사진은 맞는데 화제가 됐는지는 몰랐어요. 직원이 말했다. 에테르 사격 방식이 독특하다고 사람들이 관심 가져요. 루아는 관심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늘도 훈련을 해야 했다.

루아는 자신의 헌터 활동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혼자였다. 지금은 진현이 있었다. 이강혁 파티가 있었다. 강도윤이 있었다. 그루민이 있었다. 한종일이 있었다. 이 사람들 각각이 루아가 하는 일의 다른 부분을 지지하고 있었다. 군에서는 분대가 있었다. 지금은 다른 종류의 분대가 생겼다. 목적은 달랐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점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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