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045화

C급 의뢰 50건을 완료했다. 평범한 오후였다. 강원도 산악 지역 C급 게이트. 군집형 개체 처리 의뢰. 루아는 의뢰를 마친 후 헌터 앱을 열었다. 의뢰 완료 확인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C급 의뢰 완료 누적 오십 건이 표시됐다. 루아는 잠시 그 숫자를 봤다. 그리고 앱을 닫았다.

처음 헌터 등록을 할 때 노트 첫 페이지에 적었던 목표였다. 에테르 탄도학 실전 검증 오십 건. 단순한 의뢰 수치가 아니었다. 루아는 각 의뢰에서 무언가를 배웠다. 처음에는 기초 공식 검증이었다. 중반에는 탄종 선택과 리드 사격 응용이었다. 후반에는 에테르 채널 집중과 파티 협력 전술이었다. 50건의 의뢰가 50번의 실험이었다.

귀가 후 노트를 꺼냈다. 첫 페이지를 열었다. 처음 목표를 다시 읽었다. 에테르 탄도학 실전 검증 오십 건. 완료. 그 아래에 다음 목표를 적었다. B급 승급. 드워프 에테르 단조 기초 완성. 진현과 합금 기반 탄종 개발. 강도윤 책 인터뷰 완료. 이 네 가지가 다음 단계였다. 목표를 적는 것은 루아에게 방향 확인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진현에게 50건 완료를 알렸다. 진현이 말했다. 데이터 정리 다 됐어요? 루아가 웃으며 말했다. 스프레드시트 링크 보낼게요. 진현이 말했다. 탄종 v3에서 v4까지 비교 데이터 특히 필요해요. 루아는 해당 데이터를 따로 정리해서 보냈다. 진현이 잠시 후 답했다. 이거 논문 수준이에요. 루아씨 데이터 관리 방식 대단해요. 루아는 그냥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했다. 진현이 말했다. 그 습관이 연구자 수준이에요.

이강혁에게도 연락했다. C급 50건 완료해서 B급 승급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강혁이 말했다. 잘 됐어요. 테스트 준비는 됐죠? 루아가 말했다. 네. 준비했습니다. 이강혁이 말했다. 솔직히 루아씨는 이미 B급 이상이에요. 심사가 형식적인 확인이 될 거예요. 루아는 그 말이 격려이면서 동시에 압박이라는 걸 알았다. 이강혁은 루아가 그 말에 부응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C급 목표 달성했어요. 어머니가 바로 답장했다. 정말? 잘 됐다! 밥 먹었어? 루아는 웃었다. 어머니의 반응이 항상 같았다. 잘 됐다는 말 뒤에 밥 먹었냐는 말. 루아가 답했다. 네 먹었어요. 어머니가 다시 보냈다. 다음 목표도 이렇게 해. 루아씨. 루아는 네 라고 답했다. 짧은 문자 교환이지만 충분했다.

그날 저녁 루아는 50건의 의뢰 데이터를 전체적으로 다시 보았다. 세 달 반의 기록이었다. 숫자 뒤에 각 의뢰의 날씨, 개체 유형, 장비 상태, 컨디션이 있었다. 기억이 납입됐다. 좋았던 것들과 힘들었던 것들. 처음 C급 게이트에서 손이 떨렸던 것. 진현을 처음 만난 날. 이강혁에게 파티 제안을 받은 날. 그루민을 처음 만났을 때의 당혹감. 이 모든 것들이 50건 안에 있었다. 루아는 노트를 닫고 내일 승급 심사 신청을 하기로 했다.

밤에 할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친할아버지 최영수였다. 루아야. 잘 되고 있어? 루아가 말했다. 네. C급 목표 달성했어요. 오늘. 할아버지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래, 잘 하고 있어. 군에 있을 때도 그렇게 했잖아. 묵묵하게. 루아가 말했다. 배운 거죠. 할아버지가 말했다. 다음엔 B급이지. 루아가 말했다. 네. 할아버지가 말했다. 잘 해. 루아는 통화를 마치고 한동안 폰을 들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은 짧았지만 무게가 있었다.

C급 50건 완료 후 루아는 데이터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모든 의뢰 데이터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한 파일이었다. 개체 유형별 탄종 효율. 게이트 환경별 에테르 농도 변화. 파티 vs 솔로 처리 효율 비교. 이 세 카테고리가 주축이었다. 진현에게 이 아카이브를 공유했다. 진현이 탄종 연구에 직접 활용할 수 있었다. 강도윤에게는 책 인터뷰 참고 자료로 제공했다. 루아의 데이터가 여러 방향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강도윤의 책 출판 준비가 본격화됐다고 했다. 원고 초안이 완성되면 루아에게 관련 부분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루아가 말했다. 정확성을 확인하는 건 할 수 있어요. 내용의 방향은 강도윤 씨 판단을 따를게요. 강도윤이 말했다. 당연하죠. 루아씨는 사례 제공자예요. 편집 결정은 제가 해요. 루아는 이 역할 분리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

할아버지 최영수와 긴 통화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루아야, 군에서 나온 것 후회하지 않아? 루아는 잠깐 생각했다. 말했다. 군에서 배운 게 지금 이 일에서 전부 쓰이고 있어요. 후회는 없어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 루아는 할아버지가 이 질문을 처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전역 결정을 할 때도 비슷한 대화를 했다. 할아버지는 루아가 확신을 갖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 아버지가 네 얘기 많이 해. 루아가 말했다. 아버지가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어. 요즘 루아가 잘 하고 있다고. 직접 말은 못 해도 자랑스러워해. 루아는 이 말이 뜻밖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는 말을 할아버지를 통해 들었다. 아버지와 루아는 서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할아버지가 그 간극을 메워주고 있었다. 루아는 다음에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하기로 했다.

이강혁 파티와 다섯 번째 B급 의뢰를 마쳤다. 루아의 ETA-2 탄종이 이제 파티 전술의 핵심 요소가 됐다. 이강혁이 의뢰 전 브리핑에서 루아의 탄종 준비 상황을 전술 계획에 포함시켰다. ETA-2가 있으면 방어막 개체는 루아가 담당. ETA-2 소진 이후에는 v4로 전환하며 파티 전체가 방어막 개체를 협공. 이 전술이 의뢰에서 실제로 작동했다. 처리 시간이 역대 최단이었다.

진현이 연락했다. 협회 연구 지원 신청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루아가 말했다. 강도윤 씨가 권리 관계 정리 중이에요. 그게 완료된 후에 신청하는 게 순서일 것 같아요. 진현이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신청 서류 준비는 미리 해둘 수 있어요. 루아가 말했다. 그루민씨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해요. 다음 수업에서 논의하기로 했어요. 진현이 말했다. 알겠어요. 루아씨가 다리 역할 해줘서 고마워요. 루아는 이 역할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드워프 에테르 방향 제어 훈련이 두 달을 넘겼다. 재현율이 칠십 퍼센트를 넘어섰다. 그루민의 기초 완성 조건인 구십 퍼센트까지 아직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방향 제어가 의식적으로 되는 구간이 늘어났다. 훈련 중 철제 막대에 에테르를 주입하고 방향을 원하는 쪽으로 바꿀 때 성공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루아는 이 훈련이 사격에서 에테르 자연 흐름 유도와 같은 방향이라는 걸 알았다. 두 훈련이 서로를 강화하고 있었다.

C급 50건 완료를 기념해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특별한 것을 해줬다. 좋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군 시절이나 헌터 활동 시작 이래로 혼자 밥을 사먹는 건 늘 기능적인 행동이었다. 에너지 보충.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먹었다.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한 자기 인정이었다. 음식이 평소보다 맛있었다. 루아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방법을 군에서는 잘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결과가 말해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도 괜찮았다.

저녁에 다음 단계 계획을 정리했다. B급 승급 심사. 드워프 방향 제어 훈련 구십 퍼센트 달성. ETA-3 개발 착수. 협회 공식 연구 지원 신청. 이 네 가지가 단기 목표였다. 장기적으로는 A급 게이트 도전. 에테르 탄도학 이론서 완성. 드워프 단조 중급 기술 습득. 루아는 목표 목록이 늘어난다는 게 성장의 증거라는 걸 알았다. 목표가 없으면 방향이 없었다. 목표가 많다는 것은 방향이 여럿이라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해나갔다.

C급 50건 완료 데이터를 진현에게 정식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서 전달했다. 탄종 유형별 의뢰 처리 결과. 에테르 채널 집중 적용 전후 비교. 개체 유형별 최적 탄종. 진현이 말했다. 이 보고서가 ETA 탄종 개발 로드맵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요. 루아가 말했다. 그렇게 쓰면 돼요. 진현이 말했다. 루아씨 데이터 없이는 제 연구가 반쪽이에요. 루아는 이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의 협업이 각자를 더 멀리 가게 했다.

C급 50건 완료를 기념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루아는 에테르 탄도학 노트 첫 권을 마무리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시 읽었다. 처음에는 공식만 있었다. 점점 실전 데이터가 쌓였다. 드워프 기술이 추가됐다. ETA 탄종 개발 과정이 담겼다. 이 한 권이 루아의 에테르 탄도학 여정 1권이었다. 루아는 새 노트를 꺼내 1페이지에 적었다. 에테르 탄도학 연구 노트 2권. B급 헌터. 드워프 단조 중급 훈련생. 스카이 스트라이커 파티원.

할아버지 최영수와 통화에서 루아가 말했다. 할아버지, 저 다음 목표는 A급이에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언제쯤으로 생각해? 루아가 말했다. 드워프 기술 연구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후요. 빠르면 일 년, 길면 이 년.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서두르지 마. 기반 없이 올라가면 위에서 버티기 어려워. 루아는 할아버지의 말이 군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라는 걸 알았다. 빠른 승진보다 역량이 먼저였다. 루아도 같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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