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058화
에테르 구조 변형 층 분리 재현율이 팔십오 퍼센트를 넘었다. 그루민의 다음 단계인 층 합치기로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루민이 확인하고 말했다. 됐어. 이제 합치기로 가자. 합치기는 분리보다 더 섬세해. 분리는 있는 구조를 여는 거고 합치기는 없는 구조를 만드는 거야. 에테르가 두 금속 사이에서 다리가 돼야 해. 루아는 이 설명에서 에테르 탄도학의 탄종 에테르 채널 설계와 같은 원리를 들었다. 없는 구조를 에테르로 만드는 것.
층 합치기 첫 실습을 했다. 두 개의 철 조각을 맞대고 경계면에 에테르를 집중시켰다. 에테르가 경계를 가로질러 흐르도록 유도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경계면이 잠깐 따뜻해졌다. 연결이 시작됐다가 사라졌다. 에테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루민이 말했다. 에테르를 잡고 있으려 하면 안 돼. 흐름이 계속되도록 해. 끊기지 않게. 강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루아는 이 조언이 에테르 유도형 집중 사격과 같은 원리라는 걸 알았다.
ETA-3 실전 데이터 누적으로 탄종 성능 프로파일이 완성됐다. 루아가 정리한 데이터를 진현에게 전달했다. 진현이 이 데이터로 ETA-4 설계 기준을 확정했다. 하이브리드 합금 탄두 채널. 에테르 자연 집중 유도 외형. 주변 에테르 활용 극대화. 이 세 가지가 ETA-4의 설계 방향이었다. 진현이 말했다. 하이브리드 합금 소재만 확보되면 설계는 완성이에요. 그루민씨 층 합치기 기술이 열쇠예요. 루아가 말했다. 훈련 중이에요. 재현율이 높아지면 바로 적용해요.
이종족 전담 팀 두 번째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드워프 출현 게이트였다. 그루민이 속한 집단과 다른 드워프 집단이었다. 루아는 그루민에게 사전에 이 집단에 대해 물어봤다. 그루민이 집단 표식 특징을 알려줬다. 에테르 문양이 원형이면 기술자 집단. 각형이면 전사 집단이라고 했다. 루아는 이 정보를 팀에 공유했다. 의뢰 현장에서 드워프 에테르 문양이 원형이었다. 기술자 집단이었다.
기술자 집단 드워프는 전사 집단보다 접촉이 쉬웠다. 에테르 인사를 했을 때 즉각 반응했다. 한종일이 기본 드워프 언어로 소통을 시도했다. 방언이 달라서 완전한 소통은 어렵지만 기본 의사전달이 됐다. 드워프들이 게이트 안에서 작업 중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에테르 자원을 채취하는 작업이었다. 루아는 이 작업이 드워프 합금 소재를 찾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루민에게 확인해봐야 했다.
드워프 기술자 집단과 협력 관계를 확인하고 의뢰를 완료했다. 게이트 안의 드워프들이 자발적으로 이탈 의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에테르 자원 채취 작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게이트가 닫힐 것이라고 했다. 루아는 이 정보를 협회에 보고했다. 강도윤이 말했다. 이번 의뢰로 이종족 게이트 자연 종료 케이스가 처음으로 문서화됐어요. 루아씨 팀 덕분에 협회 이종족 대응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어요.
그루민에게 드워프 기술자 집단 의뢰 결과를 보고하면서 에테르 자원 채취 작업에 대해 물었다. 그루민이 말했다. 기술자 집단은 게이트 안의 에테르 결정을 채취해. 그 결정이 드워프 합금 제작 원료 중 하나야. 루아가 말했다. 그러면 게이트 안의 에테르 자원이 드워프 기술과 연결되는 거네요. 그루민이 말했다. 맞아. 인간 세계와 드워프 세계가 게이트로 연결된 건 우연이 아닐 수 있어. 루아는 이 말이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진현에게 에테르 결정 채취 정보를 전달했다. 진현이 말했다. 에테르 결정이 합금 원료라면 드워프 합금 공급 경로가 하나 더 생기는 거예요. 게이트 안의 에테르 결정을 직접 채취할 수 있다면 합금 공급이 안정화돼요. 루아가 말했다. 협회와 드워프 사이에 공식 자원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 강도윤 씨에게 이야기해볼게요. 진현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ETA 탄종 생산이 안정화되고 더 많은 헌터가 쓸 수 있어요. 루아는 이 연쇄가 자신이 시작한 것들이 만드는 결과라는 걸 알았다.
강도윤에게 에테르 결정과 드워프 합금 연결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강도윤이 바로 반응했다. 이건 협회 차원에서 공식 논의가 필요한 내용이에요. 이종족과의 자원 거래 채널 확장. 협회 이종족 협력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수 있어요. 루아씨가 이 안건을 제안하면 루아씨 이종족 교류 이력이 결정적인 근거가 돼요. 루아는 이 방향이 단순한 탄종 연구를 넘어 협회 정책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이 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혼자 에테르 탄도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저녁에 루아는 지금까지의 연결 지도를 그려봤다. 에테르 탄도학. 진현의 탄종 연구. 그루민의 단조 기술. 이강혁 파티. 강도윤의 지원. 박유진과 한종일의 이종족 팀. 윤성재와 서채연. 협회 이종족 정책. 이 모든 것들이 처음에는 따로 있었다. 지금은 연결됐다. 루아는 이 연결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준비하고 신뢰를 쌓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다. 에테르가 길을 찾는다고 그루민이 말했다. 루아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었다.
층 합치기 훈련은 에테르 제어 기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 속했다. 루아가 기존에 습득한 층 분리 훈련이 에테르를 여러 결로 나누어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었다면, 층 합치기는 그 여러 결을 하나의 압축된 흐름으로 재통합하는 기술이었다.
이론적으로 층을 합치면 탄종 내부의 에테르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밀도가 높아질수록 관통력은 올라가지만, 통제에 실패할 경우 탄종 자체가 폭발하거나 사격 시 역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루민은 이를 드워프 야금에서의 합금 과부하 현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루아는 처음에는 두 개의 층을 합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성공률은 초반에 삼십 퍼센트 정도였다. 실패할 때마다 에테르가 손바닥을 타고 역류하며 손 전체에 저릿한 충격을 남겼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반복되면 누적 피로가 컸다.
성공률이 칠십 퍼센트를 넘기면서 루아는 세 개 층의 합치기에 도전했다. 세 개 층의 합치기는 단순히 두 개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각 층의 에테르 결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하나로 정렬하는 과정에서 훨씬 정교한 감각이 요구되었다.
그루민이 드워프 전통 도구 중 하나인 공명 조율기를 가져와 훈련에 활용했다. 조율기는 금속의 내부 진동 패턴을 시각화하는 장치였는데, 루아의 에테르 흐름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밤새 조율기의 반응과 루아의 에테르 흐름을 비교하며 최적의 합치기 경로를 찾아냈다.
훈련 삼 주차에 루아는 세 개 층 합치기 성공률 구십 퍼센트를 달성했다. 이 상태에서 ETA-4 설계를 시작했다. ETA-4는 층 합치기 기술을 탄종 구조에 직접 적용한 것으로, 기존 ETA-3보다 관통력이 약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설계 과정에서 루아와 그루민은 탄종의 내부 격벽 구조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루아는 에테르 흐름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격벽을 배치하고 싶었고, 그루민은 합금 내구성을 기준으로 구조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의견을 절충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협회 연구팀의 강도윤 박사가 설계도를 검토하기 위해 방문했다. 강도윤은 루아의 에테르 층 합치기 응용을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 구조가 기존 학계에서 이론으로만 다뤘던 에테르 압축 탄도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강도윤의 말에 따르면, 그 이론은 수십 년 전 에테르 탄도학의 선구자들이 제안했지만 실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려진 방식이었다. 루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특별히 흥분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내 손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ETA-4 설계 초안이 완성되었을 때, 루아는 그루민과 함께 소규모 시험 제작에 돌입했다. 첫 시제품은 실패였다. 두 번째도 실패였다. 하지만 세 번째 시제품에서 루아는 손끝으로 흐르는 에테르가 격벽 사이를 지나며 하나로 수렴되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꼈다.
ETA-4 시제품의 세 번째 버전을 테스트하는 날 아침, 루아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조용히 작업실로 향했다. 탄종 내부의 에테르 격벽이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루민이 전날 밤 마지막으로 보정 작업을 마쳤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험 사격장에서 루아는 천천히 탄종을 장전하고 숨을 고른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나온 탄종은 표적 강판을 완전히 관통했다. 강판 두께는 ETA-3으로 뚫던 것의 두 배였다. 그루민이 옆에서 측정 장비를 확인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도윤이 그날 오후에 연락을 해왔다. 협회 기술 위원회에서 ETA-4 시제품에 대한 비공개 검토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한참 생각한 뒤 공개 평가보다 자체 실전 검증을 먼저 하겠다고 답했다. 아직 A급 게이트에서 실제 마수를 상대로 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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