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060화
협회 이종족 협력 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 협회 고위 담당자들과 헌터 대표들이 참석했다. 루아는 준비한 자료로 발표를 했다. 드워프 그루민과의 기술 교류 경과부터 시작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에테르 결정과 드워프 합금의 관계. ETA 탄종 개발 성과 수치. 이종족 게이트 전담 팀 운영 결과. 발표를 마치자 참석자들에서 질문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드워프와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구축했냐는 것이었다. 루아가 답했다. 기술을 먼저 요청하지 않았어요. 배우겠다는 자세로 접근했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루민씨가 가르쳐준 것을 실전에서 적용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순환이 신뢰를 만들었어요. 한 참석자가 말했다. 헌터가 이종족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를 구축한 사례를 처음 들었습니다. 루아는 이 방식이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이라는 걸 알았다.
협회 담당자가 발표 후 루아에게 말했다. 드워프 자원 거래 공식화 안건이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 같아요. 루아씨 사례가 설득력 있었어요. 강도윤이 옆에서 말했다. 데이터가 말했어요. 루아씨가 발표를 잘 못한다고 했는데 데이터가 충분하면 발표가 필요 없더라고요. 루아가 말했다. 결과가 설명하는 거죠. 강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루아씨답네요. 루아는 이날 공청회가 에테르 탄도학 연구가 외부 세계와 공식적으로 연결되는 날이었다는 걸 알았다.
공청회 결과가 파티에 공유됐다. 이강혁이 말했다. 루아씨, 대단해요. 이종족 거래 정책에까지 영향을 줬어요. 이서준이 말했다. 우리 파티에 정책 만드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에요? 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루아씨가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조용히 하는데 깊이 있어요. 루아가 말했다. 과장이에요. 데이터가 있으면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이강혁이 말했다. 그 데이터를 쌓은 게 루아씨잖아요. 루아는 파티원들의 신뢰가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그루민에게 공청회 결과를 보고했다. 드워프 자원 거래 공식화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 한종일이 통역했다. 그루민이 말했다. 드워프 세계에서도 인간과의 거래를 원하는 집단이 있어. 하지만 공식 채널이 없어서 못 했어. 이게 만들어지면 드워프 입장에서도 좋아. 루아가 물었다. 그루민씨는 이 방향을 처음부터 원하셨나요. 그루민이 말했다. 루아가 좋은 방향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르쳤어. 루아는 그루민이 처음부터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드워프 자원 거래 공식화 협상이 시작됐다. 협회 대표와 그루민 집단 대표. 한종일이 통역을 맡았다. 루아가 양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협상 첫 세션에서 에테르 결정 거래 수량과 대가를 논의했다. 드워프 측이 원하는 것은 에테르 탄도학 연구 결과 공유였다. ETA 탄종 설계 데이터. 진현에게 확인했다. 진현이 말했다. 탄종 제작 방법은 공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설계 원리 데이터는 가능해요. 원리를 알아도 제작은 드워프가 직접 해야 하니까요.
협상 두 번째 세션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에테르 결정 월 이십 단위 공급. 대가로 ETA 탄종 설계 원리 데이터 정기 공유. 협회가 중개 수수료로 에테르 측정 장비 기술 지원. 세 가지가 합의됐다. 강도윤이 말했다. 이 합의가 드워프와 인간 최초의 공식 자원 기술 거래예요. 역사적인 날이에요. 루아는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다음 ETA 탄종 개발을 위한 소재 확보가 더 현실적인 의미였다.
협상 완료 후 진현에게 연락했다. 에테르 결정이 정기 공급되면 하이브리드 합금 탄두 제작이 안정화된다는 걸 확인했다. 진현이 말했다. ETA-4 제작 시작할 수 있겠어요. 그루민씨 층 합치기 기술 수준이 충분하면 바로 들어가요. 루아가 말했다. 층 합치기 재현율 육십 퍼센트예요. 두 달 내로 팔십 퍼센트 달성 목표예요. 진현이 말했다. 그때 맞춰서 하이브리드 합금 원료 준비해둘게요. 루아는 두 달 안에 ETA-4 개발이 시작된다는 것을 노트에 기록했다.
저녁에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TV에서 협회 공청회 뉴스 나왔어요. 작게 나왔지만. 아버지가 잠깐 후에 답했다. 봤어. 루아 얼굴 나오더라. 루아가 말했다. 아시는 분 있었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어. 알아보는 사람 있었어. 잘 했어. 루아는 아버지가 뉴스를 봤다는 것이 뜻밖이었다. 아버지가 루아의 헌터 활동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방식이었다. 직접 말하지 않지만 보고 있었다. 루아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C급 헌터로 시작한 것이 이제 B급 헌터이자 이종족 전담 팀장이자 에테르 탄도학 연구자이자 드워프 단조 훈련생이 됐다. 하나씩 쌓인 것들이 지금을 만들었다. 루아는 내년 목표를 정리했다. A급 도전. ETA-4 개발 완료. 드워프 단조 중급 완성. 에테르 탄도학 이론 완성. 이 네 가지가 내년의 방향이었다. 루아는 노트를 닫았다. 내일 또 훈련이 있었다. 목표는 항상 내일의 훈련으로 시작했다.
협회 대강당은 공청회 당일 오전부터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헌터 협회 본부 간부진, 이종족 연구소 소속 학자들, 드워프 자원거래 실무자들, 그리고 현장 헌터 대표들까지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자리를 채웠다. 루아는 발표자 대기석에 앉아 행사 진행 순서를 조용히 되새겼다.
공청회는 협회 부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이종족 자원거래 공식화는 오랫동안 논의만 되었던 사안이었다. 법적 기반이 없었고, 거래 단위와 가격 산정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종족과의 소통 창구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협회 연구팀의 이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족 자원이 인간 헌터의 무기 강화 및 탄종 제작에 활용될 경우 전투 효율이 최소 삼십 퍼센트 이상 향상된다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청중 사이에서 낮은 웅성임이 퍼졌다.
루아의 발표 차례가 되었을 때, 강당 안의 분위기는 이론 발표 때보다 훨씬 긴장감 있게 변해 있었다. 루아는 단상에 오르면서 자료 화면을 확인하고 마이크를 조정했다. 화면 첫 장에는 단순한 제목 하나만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배운 것들.
루아는 이종족 전담 팀 운영 초기의 혼란부터 이야기했다. 번역 이어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해가 생겼던 사례, 이종족의 영역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불필요한 충돌이 벌어질 뻔했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청중은 조용히 집중했다.
그리고 지하 작전을 소개했다. 이종족과 공동으로 A급에 가까운 마수를 처리했던 그 사례는 청중에게 분명한 충격을 주었다.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협력의 전제는 상호 이해라는 것을 루아는 가능한 한 간결하게 전달하려 했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몇 가지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왔다. 이종족의 자원을 거래할 때 이를 강제가 아닌 자발적 거래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윤리적 질문도 있었다. 루아는 자신이 본 것을 토대로 답했다. 그들은 교환을 원한다. 단지 공정한 기준이 없었을 뿐이다.
공청회가 끝난 뒤 그루민이 루아를 찾아왔다. 드워프 장인 협의회에서 이번 공청회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종족 자원거래가 공식화될 경우 드워프 합금 기술과 결합한 특수 탄종 제작 협력이 가능해진다는 전망을 조용히 전해줬다.
루아는 그루민의 말을 들으며 그루민이 처음 자신에게 드워프 기술을 가르쳐 준 날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 이종족 협력, 드워프 기술. 그것들은 루아 혼자 만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과 존재들의 의지가 겹쳐 이 자리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공청회 결과 문서에는 이종족 자원거래 시범 운영 승인이 명시되었다. 구체적인 거래 기준과 절차는 추후 소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었지만, 첫 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루아는 그날 밤 작은 메모 한 줄을 남겼다. 시작됐다.
공청회가 끝난 후 루아는 협회 로비에서 강도윤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강도윤은 루아의 발표가 이론 전문가들에게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전하며, 자신이 집필 중인 책에 이번 사례를 포함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루아는 흔쾌히 동의했다.
드워프 자원거래 시범 운영 승인이 확정된 직후, 그루민은 드워프 본진에 소식을 전했다. 장인 협의회는 시범 운영의 첫 파트너로 루아와 스카이 스트라이커 파티를 지정하겠다는 의향을 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 이 협력이 공식화될 경우 ETA-4 이후 탄종 개발에도 드워프 합금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날 일지에 짧게 적었다. Arc 2가 끝나간다. 이종족과 드워프, 그리고 에테르 탄도학. 세 가지 흐름이 하나로 모였다. 다음은 A급이다. 루아는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 너머로 새로운 게이트가 열리는 희미한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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