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에테르 탄도학 공인
강도윤의 두 번째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지 이 주 만에 헌터 학계에서 파문이 일었다. ETA-5의 에테르 자가 순환 방식이 기존 탄도 물리학의 기본 가정을 뒤흔든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데이터 신뢰성을 문제 삼았고, 일부는 반박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루아는 그 소식을 강도윤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새로운 것은 처음에 의심을 받는다. 루아는 그것이 학계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 논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박을 위해 접근해온 연구자 중 한 명이 직접 실험을 참관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루아는 수락했다. 그루민과 함께 ETA-5 실험 환경을 재현했고, 그 연구자가 직접 측정 장비를 조작하도록 했다. 루아는 결과를 조작할 생각이 없었다.
실험이 끝났을 때 연구자는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당장은 모르겠다고 했다. 루아는 현상이 먼저 있었고 이론이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학계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헌터 협회가 공식 입장을 냈다. 에테르 탄도학을 헌터 활동에 관련된 응용 학문 분야로 공식 인정하고, 관련 연구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에테르 탄도학은 학술 논쟁의 대상을 넘어 공인된 분야가 되었다.
루아는 그 소식을 듣고 강도윤과 그루민에게 먼저 연락했다. 세 사람은 저녁에 만나 조촐하게 그것을 기념했다. 특별한 자리는 아니었다. 루아의 숙소 인근 작은 식당에서 세 명이 함께 밥을 먹었다. 그루민은 드워프 방식으로 잔을 들었다.
에테르 탄도학 공인 이후 루아에게 들어오는 강연 요청이 크게 늘었다. 협회 헌터 교육 과정, 대학 특강, 이종족 연구 기관까지 다양했다. 루아는 현장 헌터 대상 강연만 선별적으로 수락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강연에서 루아는 항상 같은 것으로 시작했다. 에테르 탄도학은 어렵지 않습니다. 총을 더 잘 쏘기 위해 에테르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고, 그 이해가 쌓인 것입니다. 청중 반응은 매번 달랐지만 그 시작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공인 이후 협회 내에서 에테르 탄도학 기반 훈련 프로그램 개발이 시작되었다. 루아가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직접 훈련을 설계하지는 않았지만, 실전 경험에서 나온 핵심 원칙들을 제공했다. 감각이 이론보다 먼저다. 에테르는 느끼는 것이다.
공인 기념으로 강도윤이 루아에게 작은 선물을 줬다. 첫 번째 ETA-1 탄종의 설계 스케치를 액자에 담은 것이었다. 루아가 처음 에테르 탄도 실험을 할 때 썼던 노트를 강도윤이 사진으로 찍어 보관해두었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것을 작업실 한쪽에 세워두었다.
에테르 탄도학 공인이 확정되기 직전, 학계 반박 논문 두 편이 동시에 발표되었다. 두 논문 모두 ETA-5의 에테르 자가 순환이 자연 현상의 착각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루아는 그 논문들을 읽으면서 반박하고 싶은 마음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반박 논문의 주장 중 일부는 실제로 루아가 초기 실험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를 지적하고 있었다. 루아는 그 변수들을 검토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했다. 두 변수는 결과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루아는 그것을 추가 실험으로 공식 확인하기로 했다.
추가 확인 실험을 진행한 후 결과를 담은 보충 자료를 학술지에 제출했다. 반박 논문 저자들에게도 직접 이메일을 보내 데이터를 공유했다. 학문적 논쟁은 서로의 데이터가 충분히 공유될 때 의미 있다는 생각이었다.
협회 공인 발표 이후 루아에게 쏟아지는 연락 중 하나가 다른 국가 헌터 협회에서 온 것이었다. 에테르 탄도학을 자국 헌터 교육에 적용하고 싶다는 일본 헌터 협회의 공식 요청이었다. 루아는 협회를 통해 협력 가능한 방식을 논의하도록 안내했다.
그루민은 드워프 장인 협의회에 에테르 탄도학 공인 소식을 전하면서, 이것이 드워프 기술과 인간 헌터 능력의 결합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에서는 이를 기념해 ETA-5 탄종의 드워프 장인 협력 작품임을 공식 등재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강도윤의 첫 번째 책과 관련 논문들이 에테르 탄도학 공인을 계기로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 대학에서 에테르 탄도학을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강도윤이 그 소식을 루아에게 전할 때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루아는 그것을 보면서 강도윤에게도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실감했다.
공인 이후 첫 번째 헌터 대상 강연은 협회 대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좌석이 가득 찼다. 루아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시작했다. 에테르 탄도학은 어렵지 않습니다. 청중 중 일부는 이미 그 말을 여러 번 들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루아는 매번 그것이 진심이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젊은 헌터가 손을 들었다. 저도 에테르 탄도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총을 더 잘 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그 마음이 있으면 에테르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공인 기념으로 그루민이 만들어준 ETA-1 설계 스케치 액자를 작업실 벽에 거는 날, 루아는 그 앞에 잠깐 섰다. 처음에 그린 그 스케치가 이 자리까지 이어졌다. 선이 끊기지 않았다. 루아는 그것을 확인하면서 내일 그 선을 계속 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루민은 작업실에서 가끔 루아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드워프 장인들은 손이 기억한다고 한다. 손이 기억하면 머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루아는 그 말이 에테르 탄도학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이 기억하는 것. 그것이 모든 훈련의 목적이었다.
강도윤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들고 루아를 찾아왔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루아의 탄도 정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명 상태와 비공명 상태에서 각각 동일한 표적을 사격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루아는 동의했다.
실험 결과는 루아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공명 상태에서의 탄도 정밀도가 비공명 상태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오차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에테르 공명이 단순히 감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격 정밀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파티원들은 루아의 변화를 훈련에서 체감하기 시작했다. 윤성재가 루아와 합동 훈련을 하면서 루아의 사격 신호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읽힌다고 했다. 탄종이 날아가기 전에 루아의 에테르 흐름이 먼저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채연은 그것이 에테르 공명 상태가 루아의 사격 준비 단계에서 이미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발전의 속도가 루아에게도 때로는 빠르게 느껴졌다. 하나를 완성하면 다음 단계가 이미 보였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가끔은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 루아는 그런 날에는 총을 내려놓고 그루민의 작업실 옆에 그냥 앉아있곤 했다. 그루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S급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하지만 그 길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각 단계를 충분히 경험하고 소화해야 다음 단계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루아는 이미 배웠다. ETA-1부터 ETA-6까지가 그 증거였다.
제주도 레이드가 끝나면 루아는 S급 심사 예비 자격 심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해야 할 것들이 아직 있었다. ETA-6 실전 검증, 에테르 공명 상태 안정화, 그리고 파티원들과의 연계 전술 완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 루아는 드워프 명예 협력자 메달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같은 방향을 보는 자. 그루민이 말해준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루아는 그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목표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 공식 분야로 인정받은 이후 루아는 젊은 헌터들의 멘토 역할을 종종 요청받게 되었다. 모든 요청을 수락할 수는 없었지만, 월 한 번 협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에테르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항상 첫 번째 조언이었다.
남궁태가 팀 회식 자리에서 루아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름을 더 알릴 의뢰 해보는 게 어때. 대형 의뢰 한 번.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이름은 알아서 알려질 거야. 지금은 실력이 먼저야. 남궁태는 반박하지 않았다. 루아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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