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제61화

루아가 A급 승급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날은 스카이 스트라이커 파티가 결성된 지 정확히 열두 달이 되는 날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루아는 그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고, 의도적으로 맞춰 신청서를 냈다.

협회 승급 심사 창구는 이른 오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루아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비슷한 목적으로 왔을 것으로 보이는 헌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을 감추고 있었다.

루아의 차례가 되어 창구로 다가가자 담당 직원이 서류를 검토했다. B급 실적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고, 이종족 전담 팀 운영 기록과 A급 게이트 탐색 의뢰 완료 이력이 함께 첨부되었다. 직원은 잠깐 자료를 살피더니 이례적으로 탄탄한 이력이라고 말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최소 삼 주에서 한 달 이내에 심사 일정이 통보된다고 했다. 루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창구를 벗어났다. 밖으로 나오자 파티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궁태가 승인됐냐고 물었고, 루아는 아직 심사가 남았다고 짧게 답했다.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루아는 ETA-4 실전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강도윤 박사와 협의해 A급 이하 중상급 게이트에서 시험 사용 허가를 받았다. 시험 조건은 단순했다. 기존 ETA-3와 동일한 마수를 상대로 두 탄종의 관통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테스트 당일 날씨는 맑고 건조했다. 루아는 새벽부터 장비를 점검하고, ETA-3와 ETA-4를 각각 열 발씩 준비했다. 그루민은 측정 장비를 들고 동행했다. 테스트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게이트는 이미 열린 상태였고, 안에서는 중급 마수들의 에테르 반응이 규칙적으로 감지되었다.

첫 번째로 ETA-3를 사용했다. 루아는 익숙한 감각으로 탄종을 장전하고 마수의 에테르 패턴을 읽으며 타이밍을 잡았다. 발사 후 탄종은 마수의 외피를 관통하며 정확한 지점에 도달했다. 그루민의 장비가 수치를 기록했다.

다음은 ETA-4였다. 루아는 탄종을 장전하면서 손끝에서 미세하게 다른 에테르 밀도를 느꼈다. 층이 합쳐진 에테르의 압축감은 ETA-3와 분명히 달랐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의 반동이 약간 더 강했고, 탄종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마수는 ETA-4 한 발에 완전히 쓰러졌다. 같은 종류를 상대로 ETA-3는 두 발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루민이 수치를 확인하고 조용히 루아에게 측정지를 내밀었다. 관통력 수치는 ETA-3 대비 정확히 두 배 이상이었다.

루아는 수치를 한참 바라보다가 측정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날은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이게 맞는 방향이다. 루아는 다음 탄종 설계인 ETA-5의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처음으로 떠올렸다.

루아는 A급 심사 신청을 앞두고 자신의 전투 기록 전체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B급 의뢰 수행 건수, 이종족 전담 작전 참여 횟수, A급 게이트 보조 투입 이력까지 빠짐없이 문서화했다. 서류 작업을 마친 뒤 루아는 잠시 그 서류들을 바라봤다. 숫자들이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대신하고 있었다.

협회 창구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직원이 이종족 전담 팀 운영 기록란에서 눈을 멈췄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B급 헌터의 이력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항목이었다. 직원은 잠깐 고개를 들어 루아를 봤다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검토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더 걸렸다.

신청서가 접수되고 나서 루아는 협회 로비에서 잠깐 벤치에 앉았다. 창밖으로 도시의 오전 풍경이 펼쳐졌다. 출근하는 사람들,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사람들. 헌터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이 거기 있었다. 루아는 자신이 그 일상을 지키는 쪽에 서 있다는 사실을 매번 새로 확인했다.

ETA-4 실전 테스트 준비는 심사 신청과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루민이 준비한 탄종 스무 발을 수령하고 사격 기록지와 측정 장비를 챙겼다. 테스트를 진행할 중급 게이트는 협회를 통해 사전 예약한 곳으로, 마수 밀도와 구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역이었다.

테스트 당일 현장에서 루아는 ETA-3와 ETA-4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동일한 마수 개체를 상대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측정 항목은 관통 깊이, 에테르 전달 효율, 마수 전투 불능까지의 시간 세 가지였다. 그루민은 옆에서 장비를 조작하며 수치를 기록했다.

열다섯 번의 비교 사격이 끝났을 때 그루민이 데이터를 정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ETA-4는 모든 항목에서 ETA-3를 상회했고, 특히 에테르 전달 효율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루아는 그 수치를 보면서 탄종 내부의 층 합치기 구조가 실전에서도 온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루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ETA-5는 이것보다 한 단계 더 가야 한다. 단순히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에테르가 탄종 안에서 스스로 정렬되도록. 루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루민이 이미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파티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남궁태가 심사 날짜를 물었다. 루아는 통보받으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서채연은 우리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루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심사는 파티 전체의 평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루아는 A급 심사 관련 공개된 기출 정보를 검토했다. 심사마다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완전한 사전 준비는 불가능했지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요소들을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루아는 파티원들의 강점과 약점을 대입하면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먼저 상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놓고 거기서 살아 돌아오는 방법을 생각했다. 루아가 항상 해온 방식이었다. 최선을 상상하는 것보다 최악을 준비하는 것이 더 확실했다. 심사 통보가 오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 준비를 최대한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준비 기간의 마지막 날, 루아는 혼자 사격장에 나가 ETA-4를 열 발 쐈다.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다. 총을 내리면서 루아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내일 통보가 와도 괜찮다. 준비됐다.

심사 통보 문자를 받은 저녁, 루아는 파티원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주 뒤입니다. 준비 시작합시다. 남궁태의 답장이 가장 빨랐다.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는 그 답장을 보면서 팀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A급 심사 신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루아는 협회 인근 카페에 들렀다.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앞으로 이 주를 어떻게 보낼지 정리했다. 단순히 훈련을 강도 높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심사에서 예상 외의 변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합격을 가르는 핵심이라는 것을 루아는 여러 선배 헌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었다.

루아는 파티원들 각각의 강점을 다시 종이에 적어봤다. 남궁태: 방어 지속력 최고. 윤성재: 사거리와 정밀도의 균형. 서채연: 다중 회로 동시 운용. 그리고 루아 자신: 에테르 패턴 감지와 ETA-4 탄도. 네 명의 강점을 하나의 전술 흐름으로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했다.

훈련 첫째 날, 파티원들이 모였을 때 루아는 설계한 전술 흐름을 화이트보드에 그려서 설명했다. 각자의 역할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까지 포함한 내용이었다. 파티원들은 조용히 듣다가 질문을 던졌고, 루아는 하나씩 답했다.

서채연이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루아의 사격 직전에 자신이 마수의 시야를 마법으로 일시 차단하면 마수가 패턴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마수의 반응이 불규칙해지면 루아의 에테르 패턴 감지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루아는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날 실험을 해봤다. 서채연의 시야 차단 마법이 적용되었을 때 마수의 에테르 패턴은 더 불규칙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잃은 직후 방어 반응으로 에테르 밀도가 일시 급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루아는 그 급상승 직전의 순간이 오히려 더 명확한 사격 타이밍을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전술에 즉시 반영되었다. 서채연의 마법이 먼저 들어가고, 마수의 방어 반응이 최고점에 이를 때 루아가 쏘는 방식이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타이밍이 정교해졌다. 파티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심사 일주일 전, 루아는 전체 훈련을 일시 중단하고 파티원들에게 하루 쉬라고 했다. 과훈련은 실전에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루아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쉬는 날 루아 자신도 총을 내려놓고 그루민의 작업실에서 ETA-5 설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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