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에테르 구조물 분석

게이트에서 수집한 에테르 구조물 스캔 데이터를 들고 루아가 찾아간 곳은 강도윤 박사의 연구실이었다. 강도윤은 데이터를 받아들고 화면으로 불러오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강도윤이 입을 열었다. 이 패턴은 에테르 정류(整流) 구조입니다. 에테르가 자연 상태에서 무작위로 흐르지 않고 일정한 방향과 순서를 갖도록 유도하는 장치예요. 인공물이에요.

루아는 그 말을 되새겼다. 인공물.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게이트 안에서 그것도 A급 게이트 내부에 인공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없었다.

강도윤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자료 중 일부를 꺼내 비교했다. 수십 년 전 S급 게이트 폭발 사건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흐릿한 사진들이었다. 거기에도 비슷한 문양이 있었다. 학계에서는 자연 생성 에테르 결정 패턴으로 분류했지만, 강도윤은 늘 석연치 않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루아는 이 사실을 협회에 공식 보고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강도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표정에서 보였다. 두 사람은 결국 보고하되, 해석 없이 사실만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협회 기술 정보 센터에 보고서를 제출하자 예상보다 빠른 반응이 돌아왔다. 이 내용을 검토한 위원회에서 루아를 직접 면담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협회 내에서도 이 종류의 구조물에 대한 별도 내부 파일이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면담은 협회 고위 간부 두 명과 외부 전문가 한 명이 동석한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루아는 게이트 내부에서 직접 감지한 내용과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질문들은 예상보다 구체적이었고, 루아가 답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면담이 끝난 후 간부 중 한 명이 루아를 붙잡았다. 이 정보는 당분간 외부 공개가 어렵습니다. 협조를 부탁드려요.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이 구조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공유해 주십시오.

루아는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루민에게 연락했다. 드워프 전통 기록에 에테르 정류 구조물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루민은 알겠다고 짧게 답했고, 이틀 뒤 뜻밖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가지고 왔다.

드워프 고대 기록에는 그 구조물을 에테르 길잡이라고 불렀다. 게이트가 처음 열리던 시대, 그 구조물이 게이트 내부 에테르 흐름을 안정화시켜 인간과 이종족의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 루아는 그 기록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뭔가 엄청난 것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도윤이 꺼낸 오래된 자료 파일에는 수십 년 전 헌터 협회 창설 초기의 게이트 탐사 기록이 담겨 있었다. 그 당시 기록자들은 게이트 내부의 에테르 흐름이 특정 지점에서 특이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관찰했고, 그것을 자연 에테르 결정 집적이라고 분류해두었다. 강도윤은 그 분류가 틀렸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두 사람이 기록과 루아의 스캔 데이터를 비교하자 패턴이 일치했다. 단지 시대가 달랐을 뿐, 같은 종류의 구조물이 서로 다른 게이트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자연 현상이라면 이 정도의 일관성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협회 기술 정보 센터의 담당 간부는 루아가 제출한 보고서를 받고 사흘 만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이었다. 루아는 그 빠른 반응 자체가 이미 내부에 관련 정보가 존재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면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루아의 머릿속에서 오래 남았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은 게이트가 안정화되는 시점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이 없는 게이트는 불안정하게 팽창하거나 갑자기 붕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협회 내부 집계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 사실이 에테르 탄도학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테르가 정류 구조 안에서 안정되고 방향성을 가질 때 탄종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게이트 안의 에테르가 정류될 때 공간 자체가 안정된다. 같은 원리가 다른 스케일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루민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을 때 그루민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드워프 고대 문서에 게이트를 다스리는 자는 에테르 길잡이를 이해하는 자라는 구절이 있다. 루아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에테르 탄도학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협회의 비공개 요청에 동의했지만, 루아는 강도윤과의 연구 작업만큼은 계속하기로 했다. 외부 공개가 어렵더라도 이해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강도윤도 같은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비정기적으로 만나 데이터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 연구가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것을 루아는 직감했다. 하지만 당장은 ETA-5 개발이 더 급했다. 루아는 연구와 개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재편했다. 그루민과의 작업이 더 많아질 것이었다.

그날 밤 루아는 노트에 세 가지 축을 적었다. 에테르 탄도학, 이종족 협력, 에테르 정류 구조물.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점에서 만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직 그 점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루아는 계속 나아가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협회 고위 간부로부터 추가 연락이 왔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 관련 연구 소위원회에 루아를 자문 위원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실전 활동과 병행이 가능한 조건에서만 수락하겠다고 답했다. 그 조건은 수락되었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 자문 위원직을 수락한 다음 날, 루아는 협회 내부 소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했다. 좌석에는 에테르 물리학 연구자 두 명, 협회 기술 담당 간부 한 명, 그리고 이종족 연구 전문가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루아는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현장 경험으로는 가장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서는 에테르 정류 구조물을 어떻게 분류하고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루아는 구조물을 발견한 위치 정보와 에테르 반응 데이터를 공유했다. 에테르 물리학 연구자 중 한 명이 루아의 손끝을 통한 에테르 감지가 기계 측정 장비를 넘어서는 정밀도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회의 후 그 연구자가 따로 루아에게 다가왔다. 손을 통한 에테르 감지 방식을 측정 가능한 형태로 재현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루아는 재현은 어렵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각이 발생하는지를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연구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했다.

강도윤은 그 연구자와 이미 협력 관계에 있었다. 루아가 자문 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세 사람의 협력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루아는 실전 데이터와 에테르 감지 경험을 제공하고, 강도윤은 이론적 해석을 담당하고, 연구자는 측정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역할이었다.

이종족 전담 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오거 계열 개체와 루아가 다시 마주친 것은 이 시기였다. 협회 이종족 연락 창구를 통해 그 개체가 에테르 정류 구조물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정보가 전달되어 왔다. 이종족 연구 전문가가 루아에게 통역 역할을 부탁했다.

오거 계열 개체는 에테르 정류 구조물을 그들의 언어로 고요한 돌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게이트 안에 있을 때 그들의 영역이 안정된다는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루아는 그 경험이 협회의 내부 집계 데이터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이종족 연구 전문가에게 전달했다.

그루민은 드워프 고대 기록에서 고요한 돌과 유사한 표현을 찾아냈다. 세 가지 기록 체계가 모두 같은 현상을 다른 언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드워프의 에테르 길잡이, 인간 학계의 에테르 정류 구조물, 이종족의 고요한 돌. 루아는 그 일치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위원회 두 번째 회의에서는 루아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테르 정류 구조물의 분포 패턴을 분석했다. 발견된 위치들을 지도에 표시하자 특정한 간격으로 배열되는 경향이 보였다. 에테르 물리학 연구자는 그 간격이 대형 게이트 폭발 범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루아는 그 가능성을 들으면서 에테르 탄도학의 근본 원리가 훨씬 큰 구조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탄종 안의 에테르 정류가 마수를 관통하는 힘을 만들듯, 게이트 안의 구조물이 공간 자체를 안정화하는 힘을 만드는 것이라면. 스케일이 다를 뿐 같은 원리였다.

집으로 돌아와 루아는 노트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에테르 정류 = 탄도 원리의 거시 구조? 그 옆에 물음표를 여러 개 그렸다. 아직 가설이었다. 하지만 가설이 있다는 것은 탐구할 방향이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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