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A급 레이드 첫 참여
A급 레이드 참여 제안은 루아가 예상하지 못한 경로에서 왔다. S급 게이트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A급 헌터 박성호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 다음 달 대규모 A급 레이드에 에테르 탄도학 기반 원거리 전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레이드 규모는 루아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어떤 의뢰보다 컸다. A급 헌터 열두 명이 참여하는 합동 작전이었다. 게이트는 부산 인근 해안 지대에 발생한 A급 상위 게이트로, 내부에 복수의 A급 마수와 그 중 하나는 A급 최상위에 근접한 개체가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루아는 파티원들과 함께 레이드 참여를 결정했다. 스카이 스트라이커 전체가 레이드 구성에 포함되었다. 루아는 원거리 저격 지원 역할, 남궁태는 방어 포진 지원, 윤성재와 서채연은 중거리 화력 지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레이드 사전 회의에서 총 지휘를 맡은 박성호는 각 파티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배했다. 루아에게는 A급 최상위 마수 처리에 집중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가장 강한 개체를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나머지 마수들의 행동이 혼란에 빠진다는 전략이었다.
레이드 당일 아침, 열두 명의 A급 헌터들이 게이트 앞에 집결했다. 루아는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헌터들도 여럿 있었다. 각자의 배경과 전술이 달랐지만 모두 A급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게이트 진입 후 루아는 즉각 에테르 감지 모드에 들어갔다. 내부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공간 자체가 A급 게이트의 두 배 이상 넓었고, 에테르 농도도 훨씬 높았다. 루아의 감지 능력이 최대한으로 활성화되었다.
A급 최상위 마수의 에테르 반응은 게이트 중심부에서 감지되었다. 루아는 그 패턴을 분석하면서 접근 경로를 계획했다. 다른 헌터들이 외곽 마수들을 처리하는 동안 루아는 조용히 중심부를 향해 이동했다.
중심부 근처에 도달했을 때 루아는 처음 보는 규모의 마수와 마주쳤다. 에테르 반응의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루아는 손을 떨지 않았다. ETA-5를 장전하고 마수의 에테르 패턴이 자신이 읽을 수 있는 주기를 보여줄 때를 기다렸다.
마수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루아는 이미 다음 동작을 계산하고 있었다. 에테르 패턴이 공격 직전 급등하는 그 순간, ETA-5 두 발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탄종이 마수의 에테르 조작을 뚫고 핵심 지점에 도달했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다른 헌터들이 합류했다. 합동 공격으로 마수는 결국 쓰러졌다. 레이드 전체 성공이었다. 모든 헌터가 생환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면서 박성호가 루아에게 다가와 짧게 말했다. 에테르 탄도학의 가치를 오늘 직접 봤습니다.
A급 레이드 참여 결정을 내린 후 루아는 기존 의뢰들을 조정했다. 레이드 준비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 주간 단독 의뢰를 중단했다. 그 시간을 합동 전술 연구에 사용했다.
레이드 전술 회의에서 루아가 제안한 접근법은 에테르 감지 우선이었다. 열두 명의 헌터들이 개별적으로 에테르 반응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루아가 중앙 에테르 감지 역할을 맡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다른 헌터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박성호는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동의했다.
레이드 이틀 전, 루아는 이 레이드에서 처음으로 에테르 공명 상태를 실전에 적용해볼 생각을 했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는 주변 에테르의 변화를 더 넓은 범위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게이트 내부에서 그 능력을 사용하면 마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더 일찍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레이드 당일 게이트 진입 직전 루아는 잠깐 눈을 감고 에테르 공명 상태에 들어갔다. 주변 헌터들의 에테르 반응이 하나하나 인식되었다. 열두 명의 서로 다른 에테르 패턴이 공간 안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루아는 그 패턴들을 기억하며 눈을 떴다.
게이트 안에서 에테르 공명 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술 지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집중이 분산되면 공명 상태가 흔들렸다. 루아는 공명 상태를 간헐적으로 유지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를 조정했다.
A급 최상위 마수를 발견했을 때 루아는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그 마수의 에테르 패턴이 훨씬 복잡하게 읽혔다. 단순한 밀도와 주기만이 아니라, 마수의 에테르가 주변 공간 에테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느껴졌다. 그 정보가 정확한 사격 타이밍을 만들었다.
ETA-5 두 발로 마수의 핵심 에테르 집중 지점을 분산시키고, 그 분산된 상태에서 마지막 발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번 레이드에서 루아가 사용한 전술이었다. 이 방식은 기존의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최적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과 다른 접근이었다. 마수의 상태를 능동적으로 만들고 그 상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레이드 후 박성호는 루아에게 이번 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열두 명이 하나처럼 움직인 순간들이요. 박성호는 그 답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아가 전술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레이드 기록이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었을 때 에테르 공명 상태 적용이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다. 루아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한 능력이었다. 강도윤은 이 기록을 보고 새 논문 주제를 찾았다며 연락을 해왔다. 루아는 데이터 제공은 가능하지만 논문 작성은 강도윤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루민은 작업실에서 가끔 루아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드워프 장인들은 손이 기억한다고 한다. 손이 기억하면 머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루아는 그 말이 에테르 탄도학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이 기억하는 것. 그것이 모든 훈련의 목적이었다.
강도윤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들고 루아를 찾아왔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루아의 탄도 정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명 상태와 비공명 상태에서 각각 동일한 표적을 사격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루아는 동의했다.
실험 결과는 루아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공명 상태에서의 탄도 정밀도가 비공명 상태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오차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에테르 공명이 단순히 감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격 정밀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파티원들은 루아의 변화를 훈련에서 체감하기 시작했다. 윤성재가 루아와 합동 훈련을 하면서 루아의 사격 신호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읽힌다고 했다. 탄종이 날아가기 전에 루아의 에테르 흐름이 먼저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채연은 그것이 에테르 공명 상태가 루아의 사격 준비 단계에서 이미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발전의 속도가 루아에게도 때로는 빠르게 느껴졌다. 하나를 완성하면 다음 단계가 이미 보였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가끔은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 루아는 그런 날에는 총을 내려놓고 그루민의 작업실 옆에 그냥 앉아있곤 했다. 그루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S급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하지만 그 길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각 단계를 충분히 경험하고 소화해야 다음 단계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루아는 이미 배웠다. ETA-1부터 ETA-6까지가 그 증거였다.
제주도 레이드가 끝나면 루아는 S급 심사 예비 자격 심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해야 할 것들이 아직 있었다. ETA-6 실전 검증, 에테르 공명 상태 안정화, 그리고 파티원들과의 연계 전술 완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 루아는 드워프 명예 협력자 메달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같은 방향을 보는 자. 그루민이 말해준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루아는 그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목표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 공식 분야로 인정받은 이후 루아는 젊은 헌터들의 멘토 역할을 종종 요청받게 되었다. 모든 요청을 수락할 수는 없었지만, 월 한 번 협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에테르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항상 첫 번째 조언이었다.
남궁태가 팀 회식 자리에서 루아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름을 더 알릴 의뢰 해보는 게 어때. 대형 의뢰 한 번.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이름은 알아서 알려질 거야. 지금은 실력이 먼저야. 남궁태는 반박하지 않았다. 루아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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