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A급 심사 합격
심사의 최종 관문은 게이트 가장 깊은 지점에 위치한 지정 마수였다. 협회 측이 사전 정보로 제공한 수준은 A급 하위 등급이었지만, 루아가 현장에서 에테르 반응을 직접 감지해보니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다.
파티는 최종 교전 전 잠깐 멈추어 대형을 재정비했다. 루아는 지금까지의 에테르 소모량과 남은 ETA-4 탄종 수를 확인했다. ETA-4 여섯 발, ETA-3 여덟 발이 남아 있었다. 충분한 양이었다.
남궁태가 먼저 전방 방어 장벽을 펼치며 전진했고, 마수는 즉각 반응했다. 덩치는 루아가 지금까지 마주친 어떤 마수보다 컸다. 에테르 농도가 그 주변에서 출렁이듯 변동하고 있었다. 루아는 그 패턴이 마수의 에너지 방출 준비 단계임을 즉각 파악했다.
방출 직전, 루아는 ETA-4를 연속으로 두 발 발사했다. 첫 발이 마수의 에너지 집중 지점을 흩트렸고 두 번째 발이 외피의 약점을 정확히 관통했다. 마수는 예고 없이 에너지를 방출하려다 내부 제어를 잃고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전투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마수는 루아의 두 발과 파티원들의 협공으로 쓰러졌다. 전투 시간 사 분 오십 초. 전원 피해 없음. 루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마수를 마지막 한 발로 마무리하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심사 위원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원장은 결과 발표를 길게 끌지 않았다. 스카이 스트라이커 파티, 전원 기준 충족. 최루아 헌터 A급 승급을 승인한다는 말이 간결하게 떨어졌다.
파티원들 사이에서 짧은 환호가 터졌다. 남궁태가 루아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고, 윤성재와 서채연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루아는 그 순간을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심사 위원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협회 본부로 이동해 공식 등록을 마쳤다. A급 헌터 최루아. 등록증에 새로운 등급이 찍히는 것을 보면서 루아는 이상하게도 담담했다. 설레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어야 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날 저녁 그루민에게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루민은 예상했다는 듯 짧게 대꾸하더니 내일 아침 드워프 작업실로 오라고 했다. ETA-4 다음 버전 설계를 같이 논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어머니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A급 됐어. 어머니의 답장은 두 글자였다. 수고했어. 루아는 그 두 글자가 어떤 긴 축하 메시지보다 마음에 잘 맞았다.
지정 마수의 에테르 반응 패턴은 이전에 마주쳤던 A급 마수들과 달랐다. 주기가 불규칙했고, 에너지 방출 직전에 나타나는 진폭 변화가 훨씬 짧았다. 루아는 그 짧은 창을 포착하기 위해 더 깊이 집중했다.
남궁태가 전방 방어를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렸다. 마수의 에너지 방출이 한 번이라도 파티원들에게 직격으로 닿으면 치명상이 될 수 있었다. 루아는 남궁태가 포진을 유지하는 동안 윤성재와 서채연에게 마수의 측면 이동을 차단하는 역할을 지시했다.
윤성재가 정확한 타이밍에 물리 공격으로 마수의 측면 이동을 묶자, 서채연이 마법 회로로 그 위치를 고정했다. 루아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마수가 완전히 고정된 상태에서 에테르 패턴이 방출 직전의 최고점에 도달할 때를 노렸다.
ETA-4 두 발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첫 발이 에너지 집중 지점을 분산시키고 두 번째 발이 그 분산된 틈을 파고들었다. 마수는 내부 균형을 잃고 에너지 방출을 통제하지 못했다. 그 반발이 오히려 마수 자신에게로 향했다.
남궁태가 방어 포진을 유지한 채 전진하면서 마수를 압박했고, 윤성재와 서채연이 마무리에 가담했다. 마수는 사 분 오십 초 만에 완전히 쓰러졌다. 루아는 마지막으로 한 발을 더 쏘아 확인 사살을 했다. ETA-3였다. ETA-4를 아낄 필요는 없었지만 습관처럼 정확하게 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심사 위원들이 예상보다 훨씬 가까이 서 있었다. 그들이 내부에서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루아는 알고 있었다. 박성호 위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지정 마수를 의도적으로 상향 설정했는데 대응이 완벽했습니다.
합격 발표는 짧고 명확했다. 심사 위원장이 전원 기준 충족, 최루아 헌터 A급 승급 승인이라고 선언했다. 파티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남궁태는 크게 환호했고, 서채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윤성재는 루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협회 본부 등록 절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루아는 A급 등록증을 받아들었다. 무겁지 않은 종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의 무게는 달랐다. 루아는 그 무게가 부담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의 증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파티원들과 함께 조촐한 자리를 가졌다.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 그냥 함께 밥을 먹는 자리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루아는 마주 앉은 파티원들을 보면서 이 팀이 있기에 A급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밤에 혼자 있을 때 루아는 A급 등록증을 다시 꺼내 봤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루아는 그 생각을 의식적으로 다듬었다. A급은 더 큰 무대의 시작점이었다. 더 강한 마수, 더 복잡한 의뢰, 더 많은 책임. 루아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루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을 시작했다. A급이 되었다고 해서 루틴이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엄격하게 유지해야 했다. 루아는 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잡으면서 오늘도 어제보다 한 발 더 정확하게 쏘겠다고 생각했다.
지정 마수와의 전투 중 루아는 잠깐 흔들렸다. 두 번째 발을 준비하는 순간 마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루아는 즉각 재조준을 했고, 그 과정에서 반 초가 소모되었다. 반 초. 그 반 초 동안 남궁태의 방어 포진이 마수의 측면 공격을 막아냈다.
나중에 루아는 그 반 초가 이번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재조준 능력이 아니라, 남궁태가 그 반 초 동안 포진을 유지했다는 것. 팀이 있다는 것이 그런 의미였다.
전투를 마치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을 때 바깥 공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루아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파티원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모두 살아있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합격 발표 직후 심사 위원 중 한 명이 루아에게 따로 다가왔다. ETA-4의 실전 운용을 직접 보았는데, 탄종의 에테르 전달 방식이 기존 이론 체계에서 설명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루아는 그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론보다 실전이 먼저였다.
협회 본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파티원들은 제각각이었다. 남궁태는 이미 다음 의뢰 이야기를 꺼냈고, 서채연은 창밖을 조용히 바라봤다. 윤성재는 잠이 들었다. 루아는 그 풍경을 보면서 이 팀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등록증을 받고 협회를 나오면서 루아는 걸음을 잠깐 멈추었다. 협회 건물 앞 광장에서 멀리 도시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아직 열리지 않은 게이트들이 저 어딘가에 잠들어 있었다. 루아는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집이 그쪽이었다.
집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루아는 오래간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은 내일 훈련이었다. A급이 됐다고 루틴을 바꿀 이유는 없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이. 그 생각이 루아를 조용하게 잠으로 이끌었다.
지정 마수의 에너지 방출이 내부로 역류했을 때 게이트 공간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루아는 그 순간을 마수의 방어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시점으로 파악했다. 남궁태가 전방으로 전진하는 동시에 루아는 마지막 확인 사격을 준비했다.
마지막 한 발이 발사되고 게이트 공간이 고요해졌다. 마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티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전투 종료 신호를 보냈다. 루아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전원 이상 없음. 그 확인이 가장 먼저였다.
합격 발표 후 심사 위원장이 루아에게 개인적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탄종 성능이 아니라 팀 운용이었다고. 루아는 그것이 자신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A급 등록증을 받아든 루아는 파티원들과 함께 협회를 나섰다. 저녁 햇살이 건물 유리에 반사되어 길 위로 쏟아졌다. 남궁태가 오늘 밥은 제일 비싼 거 먹자고 했다. 루아는 짧게 웃으며 앞장섰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파티원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루아는 혼자 천천히 걸으면서 오늘 하루를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A급이 되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내일은 A급으로서 첫 번째 아침이 된다. 루아는 그 내일이 기다려졌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