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A급 연속 의뢰
A급 헌터로 등록된 후 루아는 두 달 동안 다섯 건의 A급 의뢰를 수행했다. 모두 성공이었고, 그 중 두 건은 파티 전체가 투입된 의뢰, 세 건은 루아 단독 혹은 소규모 동행 의뢰였다.
다섯 건의 의뢰를 통해 루아는 A급 마수의 에테르 패턴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각 마수는 고유한 에테르 리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리듬의 주기를 파악하면 가장 효율적인 사격 타이밍을 계산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의뢰는 특히 기억에 남았다. 지하 구조형 게이트에서 마수가 에테르를 이용해 자기 자신을 위장하는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눈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에테르 패턴이 미묘하게 달랐다. 루아는 그 차이를 감지해 정확한 개체를 선별하여 처리했다.
협회 기록 시스템에는 루아의 A급 의뢰 성공 기록이 쌓여가고 있었다. 강도윤이 어느 날 그 데이터를 보면서 이 패턴은 통계적으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A급 헌터 등록 후 두 달 이내에 이 수준의 성공률을 기록한 사람은 협회 데이터 전체에서 손에 꼽힌다고 했다.
그루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ETA-5 시제품 첫 번째 버전이 완성되었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즉시 달려갔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탄종이 놓여 있었는데, 겉보기에는 ETA-4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손에 쥐었을 때의 감촉이 달랐다.
탄종 표면에서 미세한 에테르 진동이 느껴졌다. 루아는 에테르를 직접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종이 주변의 에테르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루민이 설계한 격벽 패턴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다.
시험 사격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ETA-4보다 관통력이 추가로 삼십 퍼센트 향상된 것은 물론, 에테르 소모량이 크게 줄었다. 탄종 자체가 에테르를 흡수해 사용하기 때문에 사격자의 에테르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었다.
루아는 시험 결과를 보고 한참 침묵했다. 그루민은 그 침묵을 이해했다. 이것은 루아의 에테르 탄도학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였다. 단순히 더 강한 탄종이 아니라, 에테르와 금속이 함께 작용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탄종 체계였다.
강도윤에게 결과를 공유하자 그는 즉시 이것을 학술 논문으로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루아는 실전 검증이 먼저라고 대답했다. 논문은 그 다음이었다. 강도윤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TA-5를 실전에 처음 투입하는 날을 루아는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다. 새로운 탄종은 새로운 가능성이었고, 루아는 그 가능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 가늠할 수 없었다.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A급 의뢰 다섯 건을 마무리하면서 루아는 에테르 패턴 분석 능력이 또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다. A급 마수들은 저마다 고유한 에테르 리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리듬의 변주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루아는 마수가 행동하기 이 초 전이 아니라 삼 초 전에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다섯 번째 의뢰에서 마수의 에테르 위장을 감지한 것은 그 능력 향상의 결과였다. 위장 능력을 가진 마수는 육안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했지만 에테르 패턴의 미묘한 불일치가 있었다. 진짜 개체는 주변 에테르와 완전히 융화되지 않아 경계에서 약한 간섭이 발생하고 있었다.
ETA-5 시제품이 처음 손에 쥐어진 날, 루아는 그것을 한참 들고 있었다. 탄종 자체가 주변 에테르를 서서히 흡수하면서 미세하게 온기가 도는 느낌이 있었다. 차갑고 금속적인 ETA-4와는 다른 감촉이었다. 살아있는 것 같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시험 사격 결과를 처음 봤을 때 루아는 수치를 두 번 확인했다. ETA-4보다 삼십 퍼센트 추가 향상된 관통력, 그리고 에테르 소모량 사십 퍼센트 감소. 특히 에테르 소모량 감소 수치는 루아 자신도 예상보다 높은 결과였다. 그루민의 나노 격벽 정밀도가 설계 이상으로 구현되었다는 의미였다.
강도윤이 시험 결과를 보고 학술 논문 초안을 즉각 작성하기 시작했다. 루아는 실전 검증을 먼저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강도윤이 쓰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실전 결과가 나오면 그때 논문을 완성하면 됐다.
파티원들에게 ETA-5를 처음 공개했을 때 반응은 조용했다. 남궁태가 탄종을 손에 쥐어보더니 이게 왜 따뜻하지 하고 물었다. 루아는 주변 에테르를 흡수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남궁태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채연은 마법사적 감각으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느껴본다며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신기하다고 했다.
윤성재는 기술적인 감탄보다 실용적인 질문을 했다. A급 이상 게이트에서 이걸 쓰면 우리도 에테르 소모가 줄어드는 거냐고. 루아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사격자의 에테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윤성재는 그럼 우리가 더 오래 버틸 수 있겠다며 실용적인 이유에서 만족했다.
ETA-5를 실전에 처음 사용하는 날을 루아는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다. 단순히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탄종이 A급 실전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정밀하게 기록할 의뢰가 필요했다. 협회 의뢰 시스템에서 조건에 맞는 의뢰를 찾는 데 이틀이 걸렸다.
선택한 의뢰는 단독 탐색이 아닌 파티 운용형 A급 의뢰였다. 스카이 스트라이커 전체가 투입되는 조건이었다. 루아는 ETA-5의 실전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파티 전체의 전술 완성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정을 잡았다.
ETA-5를 실전에 처음 사용한 A급 의뢰는 예상보다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마수의 에테르 조작 능력이 탄종 궤도에 간섭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ETA-5는 그 간섭에도 자체 에테르 흐름을 유지하며 목표 지점으로 도달했다.
이 특성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루아는 사격 직후 그 감각을 그루민과 강도윤에게 메시지로 전달했다. 자가 에테르 순환이 외부 간섭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강도윤은 즉각 그것이 에테르 자기 방어 구조라는 개념과 일치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의뢰 후 보고서를 쓰면서 루아는 이 특성을 별도 항목으로 기록했다. 단순히 관통력 향상이 아니라, 에테르 간섭 환경에서의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성능 지표가 탄종 설계에 추가되어야 했다. 이것은 ETA-6 설계를 논의할 때 핵심 항목이 될 것이었다.
다섯 건의 A급 의뢰를 마치고 루아는 ETA-5 실전 성능 보고서를 완성했다. 관통력, 에테르 소모 효율, 에테르 간섭 저항성, 사격 후 탄종 회수 가능성까지 포함한 종합 보고서였다. 강도윤이 이 보고서를 학술 논문의 실험 데이터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파티원들과 함께한 ETA-5 투입 의뢰에서 스카이 스트라이커의 연계 전술이 새로운 수준으로 완성되었다. 서채연의 마법이 마수의 에테르를 분산시키고, 루아의 ETA-5가 그 분산된 상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갔다. 의뢰 보고서에 이 전술 조합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장민준 파티와의 첫 번째 공식 협력 의뢰도 이 시기에 진행되었다. 두 파티의 합동 전술이 실전에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루아는 앞으로의 협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장민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음 의뢰를 함께 잡자고 제안했고, 루아는 동의했다.
A급 헌터로서 두 달간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루아는 수치보다 감각의 변화에 주목했다. 마수를 보는 방식, 에테르를 느끼는 방식, 팀원들의 움직임을 읽는 방식이 모두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강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된 것이었다.
의뢰가 없는 날 루아는 오후 시간을 에테르 정류 소위원회 자료 검토에 사용했다. 발견된 구조물의 위치 데이터를 지도에 다시 표시하면서 패턴을 찾으려 했지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루아는 앞으로 A급 의뢰를 수행할 때마다 에테르 반응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기로 했다.
ETA-5 실전 성능 보고서가 협회 기술 위원회에 제출된 후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기술 위원회에서 ETA-5의 에테르 자가 순환 방식을 공식 특수 탄종으로 등록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루아는 그루민과 협의한 뒤 수락하되, 탄종 설계 원본의 권리는 그루민과 루아에게 귀속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협회 공식 특수 탄종 등록은 루아와 그루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드워프 기술과 헌터의 에테르 제어가 결합된 탄종이 공식 체계 안에 들어온다는 것은 이종족 협력의 구체적인 결과물이기도 했다. 루아는 공청회 발표 때 했던 말이 이런 방식으로 실현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A급 헌터 등록 후 두 달간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루아는 숫자보다 감각의 발전이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마수의 에테르를 삼 초 전에 읽는 것, ETA-5가 외부 간섭을 상쇄하는 것을 손으로 느끼는 것, 파티원들의 움직임이 자신의 사격 리듬과 맞물리는 것. 이런 것들은 수치로 잡히지 않았다.
그루민이 드워프 명예 협력자 자격 메달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루민은 그 메달을 만들면서 루아가 아니었다면 이 협력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루아는 그루민이 없었다면 ETA-1조차 제대로 된 탄종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잠깐 웃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