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어머니의 방문
어머니가 루아의 숙소를 처음 방문한 것은 루아가 A급 헌터가 된 지 다섯 달이 지났을 때였다.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루아가 현관을 열었을 때 어머니는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서 있었다.
어머니는 들어오자마자 주방으로 갔다. 밥을 해주려고 왔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제대로 된 밥을 얼마나 오래 못 먹었냐며 묻지도 않았다. 그냥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밥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커뮤니티 이야기를 했다. 루아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그 중 하나를 보여줬다. 헌터 최루아씨 덕분에 저희 마을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마을까지 와서 노인들을 도와주셨어요. S급 경보 때 대피 지원을 했던 그 마을 주민이 올린 글이었다.
루아는 그 글을 읽으면서 그 새벽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손을 잡고 도왔던 노인들, 에테르 반응을 감지하면서 동시에 이동 경로를 안내했던 것들.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어머니는 밥을 다 먹은 후 루아의 작업실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루아는 안내하면서 탄종들이 진열된 선반을 보여줬다. ETA-1부터 ETA-5까지. 어머니는 하나씩 보다가 이게 다 네가 만든 거야 하고 물었다. 루아는 저 혼자가 아니에요 하고 답했다.
어머니는 에테르 정류 구조물 스캔 데이터가 출력된 종이들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며 이게 뭐야 하고 물었다. 루아가 게이트 안에서 발견된 에테르 구조물이라고 설명하자 어머니는 오래 바라봤다. 그러더니 예쁘다고 했다. 루아는 그 말이 의외로 마음에 남았다.
저녁에 어머니는 돌아가면서 루아의 손을 잡았다. 뭔가 하려다가 말고 그냥 꼭 쥐었다. 루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머니가 나가고 난 뒤 루아는 한참 문 앞에 서 있다가 작업실로 돌아갔다.
다음 날 루아는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맛있었어요. 어머니의 답장은 다음에는 더 많이 해줄게 하는 두 줄이었다. 루아는 그 두 줄을 보고 다음에라는 단어가 좋다고 생각했다. 다음이 있다는 것. 계속된다는 것.
어머니의 방문 이후 루아는 가끔 훈련 틈틈이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자주. 오늘 레이드 다녀왔어요, 그루민이 좋은 결과 나왔다고 했어요, 강도윤 박사 논문 반응이 좋다고 해요. 짧은 문자들이었지만 어머니는 항상 답했다.
루아는 그 짧은 교환이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채워준다는 것을 알았다. 헌터로서의 삶은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혼자임이 완전히 고립되지 않도록 해주는 연결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연결 중 가장 중요한 하나였다.
어머니가 돌아간 다음 날 루아는 작업실에서 어머니가 예쁘다고 했던 에테르 정류 구조물 스캔 데이터 출력본을 다시 바라봤다. 수식과 데이터로 가득한 그 종이가 예쁘다고 느껴진다는 것은 어머니의 시선이 루아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루아에게는 분석 대상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그냥 아름다운 무늬였다.
그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줬는지, 루아는 그날 에테르 정류 구조물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봤다. 분석하려 하지 않고 그냥 느끼려 했다. 에테르가 특정 패턴을 따라 흐를 때의 리듬. 수식으로 표현되기 전의 그것.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조금 이해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방문 이후 루아는 일상적인 것들에 잠깐씩 더 주목하게 되었다. 아침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의 에테르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루민 작업실의 금속 냄새가 에테르 반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강도윤이 논문을 쓸 때 집중하면 그 사람 주변의 에테르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 주목이 에테르 공명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에테르와 공명하는 상태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이 에테르를 통해 더 풍부하게 인식되었다. 그것이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남궁태가 어느 날 훈련 중에 루아에게 물었다. 요즘 뭔가 달라진 것 같아. 뭐가 달라진 거야?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보는 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남궁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루아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문자가 조금씩 길어졌다. 오늘 ETA-6 시험 결과가 좋았어요. 어머니가 예쁘다고 했던 그 구조물 데이터가 탄종 설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머니의 답장은 여전히 짧았다. 그렇구나. 잘 먹고 다녀. 루아는 그 짧은 답장이 마음에 들었다.
파티원들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서채연이 한 번 물어봤다. 루아씨 어머니는 어떤 분이에요?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짧게 말하는 분이에요. 하지만 그 짧은 말이 항상 맞아요. 서채연은 그 대답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방문 이후 한 달이 지났을 때 루아는 집을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오랫동안 가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연락하지 않고 갔다. 어머니는 현관을 열면서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했다. 루아는 깜짝 놀라게 하려 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들어오라고 했다.
집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루아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다시 느꼈다. 작고 익숙한 집,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음식, 커뮤니티 이야기. 그것들이 루아를 루아이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헌터로서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이 간단한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집을 떠나오면서 어머니가 뒤에서 불렀다. 조심히 가. 루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었다. 그 두 마디가 충분했다. 루아는 그것이 어머니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짧지만 전부를 담는 것. 루아도 그 방식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루민은 작업실에서 가끔 루아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드워프 장인들은 손이 기억한다고 한다. 손이 기억하면 머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루아는 그 말이 에테르 탄도학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이 기억하는 것. 그것이 모든 훈련의 목적이었다.
강도윤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들고 루아를 찾아왔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루아의 탄도 정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명 상태와 비공명 상태에서 각각 동일한 표적을 사격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루아는 동의했다.
실험 결과는 루아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공명 상태에서의 탄도 정밀도가 비공명 상태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오차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에테르 공명이 단순히 감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격 정밀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파티원들은 루아의 변화를 훈련에서 체감하기 시작했다. 윤성재가 루아와 합동 훈련을 하면서 루아의 사격 신호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읽힌다고 했다. 탄종이 날아가기 전에 루아의 에테르 흐름이 먼저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채연은 그것이 에테르 공명 상태가 루아의 사격 준비 단계에서 이미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발전의 속도가 루아에게도 때로는 빠르게 느껴졌다. 하나를 완성하면 다음 단계가 이미 보였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가끔은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 루아는 그런 날에는 총을 내려놓고 그루민의 작업실 옆에 그냥 앉아있곤 했다. 그루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S급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하지만 그 길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각 단계를 충분히 경험하고 소화해야 다음 단계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루아는 이미 배웠다. ETA-1부터 ETA-6까지가 그 증거였다.
제주도 레이드가 끝나면 루아는 S급 심사 예비 자격 심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해야 할 것들이 아직 있었다. ETA-6 실전 검증, 에테르 공명 상태 안정화, 그리고 파티원들과의 연계 전술 완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 루아는 드워프 명예 협력자 메달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같은 방향을 보는 자. 그루민이 말해준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루아는 그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목표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 공식 분야로 인정받은 이후 루아는 젊은 헌터들의 멘토 역할을 종종 요청받게 되었다. 모든 요청을 수락할 수는 없었지만, 월 한 번 협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에테르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항상 첫 번째 조언이었다.
남궁태가 팀 회식 자리에서 루아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름을 더 알릴 의뢰 해보는 게 어때. 대형 의뢰 한 번.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이름은 알아서 알려질 거야. 지금은 실력이 먼저야. 남궁태는 반박하지 않았다. 루아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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