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Arc 3 마무리 - S급의 문 앞에서

이수린과의 동행 훈련이 끝나고 루아는 한동안 평소 훈련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것을 배운 직후에는 그것을 일상으로 내려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배운 것이 몸에 스며들어야 했다.

에테르와 함께 있다는 개념이 루아의 일상 속으로 서서히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 에테르를 감지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처럼, 에테르와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ETA-6를 쏠 때의 감각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탄종이 에테르를 흡수하고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면, 이제는 탄종이 날아가는 에테르의 흐름 안에 자신도 있는 것 같았다. 발사 후에도 탄종과의 연결이 잠깐 유지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루민은 ETA-7 설계 아이디어를 먼저 꺼냈다. 탄종이 아니라 에테르 자체를 정렬하고 발사하는 매개체. 루아가 이수린에게서 배운 에테르 직접 무기화의 원리를 탄종 형태에 담는 것. 루아는 그 아이디어를 들으면서 그것이 ETA 시리즈의 마지막 형태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S급 심사 일정이 두 달 후로 통보되었다. 구체적인 형식은 아직 비공개였지만, 협회 역사상 A급에서 S급으로 승급한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루아는 그 숫자에 압박을 느끼지 않으려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파티원들이 S급 심사 전까지 자신들도 강해지겠다며 각자의 훈련 계획을 세웠다. 남궁태는 강화 지속 시간 최대화, 윤성재는 장거리 물리 공격 정밀도 개선, 서채연은 마법 회로 다중 운용 한계 확장. 루아는 그 계획들을 듣고 이 팀이 자신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쁜 생각이었다.

Arc 3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루아는 A급 헌터로서 이룬 것들을 돌아봤다. ETA-4에서 ETA-6까지, 이종족 자원거래 공식화, 에테르 탄도학 공인, 제주도 레이드 지휘, 에테르 공명 상태 개발, 그리고 S급 심사 자격.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나의 선이었다.

S급 심사를 두 달 앞두고 루아는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했다. 기술도, 탄종도, 레이드 기록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테르와 자신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였다. 이수린이 말한 에테르와 함께 있는 것. 그것이 S급 심사에서 가장 핵심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있었다.

그루민은 작업실에서 탄종 부품을 다듬으면서 가끔 루아를 바라봤다. 드워프식 표현으로는 손이 눈보다 먼저 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루아는 그 말이 에테르 감지 훈련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과 정확히 맞는다고 생각했다. 분석이 따라오기 전에 이미 손끝이 먼저 알았다.

강도윤 박사가 새로운 논문 초안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에테르 공명 상태와 탄도 정밀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루아는 논문을 읽으면서 자신이 경험으로 알고 있던 것이 수식과 데이터로 표현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같은 것인데 다른 언어로 씌어 있는 것 같았다.

파티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윤성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함께하면서 각자가 더 강해졌는데, 강해진 이유가 같은 것 같아. 루아가 물었다. 뭔데. 윤성재가 답했다. 서로를 신뢰하니까. 루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는 기술이 아니었다. 쌓아온 시간이었다.

에테르 직접 제어 훈련이 일상화되면서 루아의 에테르 소모 패턴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전투 후 에테르 회복에 수 시간이 걸렸지만, 에테르와 공명 상태를 익히면서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테르와 함께 있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소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협회 전술 연구 분과 회의에서 루아가 제안한 에테르 감지 네트워크 전술이 시범 운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다음 레이드에서 루아와 서채연의 공명 보조 시스템을 다른 파티에도 적용해보는 실험이었다. 루아는 그 실험이 성공한다면 레이드 전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S급 예비 자격 분류 이후 루아에게 주어진 것 중 하나는 S급 헌터들의 과거 활동 기록 열람 권한이었다. 루아는 그 기록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S급 헌터들이 어떤 방식으로 에테르를 다루었는지를 분석했다. 기록은 전투 결과 중심이었지만 그 안에서 에테르 운용 방식의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보낸 문자에 처음으로 루아의 헌터 동료 이름이 등장했다. 그루민씨 요즘 어때. 루아는 잠깐 웃었다. 어머니가 그루민을 기억하고 있었다. 루아는 잘 지낸다고 답하면서, 다음에 어머니가 방문하면 그루민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밤에 노트를 정리하면서 루아는 이 시기가 자신의 헌터 경력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ETA 시리즈, 에테르 직접 제어, 공명 상태, 레이드 지휘. 모든 것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 속도가 때로는 버겁지만, 루아는 그것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방향이 맞기 때문이었다.

파티원들과 함께한 훈련은 루아가 S급 심사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중단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루아의 에테르 공명 상태가 안정화되면서 파티원들과의 연계 전술이 새로운 수준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루아가 공명 상태에 들어가면 파티원들의 에테르 반응이 하나의 리듬 안에 묶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수린과의 훈련에서 배운 에테르와 함께 있다는 개념이 루아의 사격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ETA-6를 발사할 때 루아는 탄종을 쏘는 것이 아니라 탄종과 함께 에테르 안에서 이동한다는 감각으로 접근했다. 처음에는 추상적이었던 것이 반복을 통해 구체적인 신체 감각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루민의 작업실에서 ETA-7 설계 초안이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루아가 이수린에게서 배운 에테르 직접 운용의 원리를 탄종 구조에 담는 방향이었다. 아직 이론 단계였지만 루아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느꼈다. 에테르와 함께 있는 것을 탄종에서 구현하는 것.

협회 에테르 정류 소위원회에 제주도 레이드 데이터가 전달되었다. 구조물 열세 개가 네트워크를 이루어 게이트 에테르를 조율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데이터로 기록되었다. 강도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테르 정류 네트워크 이론을 학술지에 게재할 준비를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S급 심사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답장을 보냈다.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 그게 네 최선이잖아. 루아는 그 답장을 세 번 읽었다.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 어머니의 방식이 언제나 가장 간결하고 정확했다.

S급 심사 한 달 전 루아는 ETA-6 탄종 사용 패턴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실전에서 사용한 ETA-6 발수와 각 발의 에테르 소모량, 관통 효과, 에테르 공명 상태 유지 여부를 정리했다. 가장 효율적인 사격이 공명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상태에서의 명중률이 가장 높았다.

루아는 S급 심사에서 ETA-6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ETA-3이나 ETA-4를 비상용으로 챙기지 않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ETA-6와 자신의 에테르 제어 능력만으로 심사를 통과한다는 의지이기도 했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심사 이 주 전에 그루민이 새로운 ETA-6 배치를 완성해주었다. 이번 배치는 루나이트 합금의 비율을 미세하게 조정해 에테르 흡수 속도를 더 최적화한 것이었다. 루아가 손에 쥐었을 때 이전 배치보다 흡수 속도가 빠른 것이 느껴졌다. 그루민은 항상 더 나은 것을 만들었다.

심사 직전 밤 루아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과잉 준비가 오히려 감각을 둔화시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충분히 쉬는 것이 마지막 준비였다. 잠들기 직전 루아는 에테르 공명 상태에 가볍게 들어갔다가 풀었다. 감각이 안정적이었다. 준비가 됐다.

다음 날 아침 협회를 향해 걸어가면서 루아는 주변 에테르 흐름을 감지했다. 도시의 에테르는 게이트 안보다 희박하지만 그 안에서도 흐름이 있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 공기의 흐름, 건물 사이의 에테르 분포. 그 모든 것이 루아에게 인식되었다. S급은 이 감각을 더 넓게, 더 깊게 가져야 한다는 것을 루아는 알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 공식 분야로 인정받은 이후 루아는 가끔 처음 훈련장에서 에테르를 탄종에 실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것이 이름이 없는 시도였다. 이제 그것은 에테르 탄도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협회의 공식 분야가 되었고, 수십 명의 헌터들이 배우고 있는 방법론이 되었다. 이름 없는 시도가 이름을 얻은 것이었다.

남궁태가 어느 훈련 날 루아에게 말했다. 우리가 처음 파티 결성했을 때 네가 S급이 될 줄 알았어. 루아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남궁태가 답했다. 몰랐지. 근데 지금은 알아. 그 말이 이상하게 웃겼다. 루아는 웃으면서 그래도 아직 S급이 된 건 아니라고 했다. 남궁태가 곧 된다고 했다.

서채연이 에테르 공명 보조 기술을 다른 헌터에게 처음으로 가르쳤다. 루아의 에테르 감지를 보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었지만, 적용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을 서채연 자신이 발견한 것이었다. 루아는 서채연이 독립적인 기술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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