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ETA-5 설계 시작

에테르 정류 구조물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면서 루아는 ETA-5 설계의 실마리를 찾았다. 에테르가 특정 패턴으로 정렬될 때 그 밀도와 방향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은 탄종 내부 구조에도 직접 적용 가능한 원리였다.

그루민과 함께 드워프 고대 기록의 에테르 정류 도형을 탄종 격벽 설계에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드워프의 광물 결정 구조가 에테르 정류 도형과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연구를 빠르게 진전시켰다.

설계 초안은 루아가 잡고 그루민이 금속 구조 관점에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ETA-5의 핵심은 탄종 내부에서 에테르가 자연적으로 정렬되도록 유도하는 미세 격벽 패턴이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사격자가 직접 에테르를 주입하지 않아도 탄종 자체가 에테르를 흡수하고 정렬하는 반자동 방식이 가능했다.

강도윤은 이 설계 방향을 보고 잠깐 손을 멈췄다. 이건 단순한 탄종 설계가 아닙니다. 에테르 자율 정렬 구조예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현된 사례가 없어요. 루아는 실현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첫 번째 설계안을 바탕으로 그루민이 소재를 선정했다. 드워프 합금 중에서도 에테르 반응성이 가장 높은 루나이트 합금을 기반 소재로 쓰고, 에테르 정류 도형을 격벽 표면에 나노 단위로 새기는 방식이었다. 그루민은 이 작업이 자신이 평생 해온 드워프 정밀 단조 기술의 집약이라고 말했다.

제작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루민의 추산으로는 최소 삼 주. 루아는 그 시간 동안 A급 의뢰 실적을 쌓으면서 ETA-4의 실전 데이터를 더 축적하기로 했다. 더 많은 실전 데이터는 ETA-5 설계를 보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에 관한 협회 내부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간접적으로 들려왔다. 루아가 제출한 스캔 데이터가 연구팀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루아는 그 소식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은 다음 탄종에 있었다.

파티원들도 각자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남궁태는 강화 지속 시간이 이전보다 두 배 늘었다고 보고했고, 윤성재는 물리 원거리 공격의 사거리를 새로운 기술로 확장했다고 했다. 서채연은 마법 회로 중첩 시술을 동시에 세 개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루아는 파티원들의 성장 보고를 들으면서 스카이 스트라이커가 더 이상 자신 혼자의 팀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각자의 방향으로 성장한 네 명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전술이 있었다. 루아는 그 전술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방법을 머릿속에서 구성하기 시작했다.

ETA-5 설계도 초안이 완성된 날 밤, 루아는 그것을 서랍에 넣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탄종이었지만, 루아에게는 이미 손끝에서 그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루민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설계 도면이 이미 펼쳐져 있었다. 루아가 아이디어를 말하기도 전에 그루민이 먼저 그려놓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보다가 동시에 시선을 도면으로 내렸다. 방향이 같았다.

ETA-5의 핵심 구조는 나노 격벽 패턴이었다. 이 패턴이 에테르 정류 도형을 모방해 탄종 내부에 새겨진다면, 에테르가 외부에서 자연적으로 탄종 안으로 흡수될 것이었다. 사격자가 에테르를 직접 주입하는 대신 탄종이 주변 에테르를 스스로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에테르 소모 감소였다. 헌터의 에테르가 소진되어도 주변에 에테르 농도가 충분하다면 탄종은 계속 작동했다. 특히 에테르 농도가 높은 A급 이상 게이트 안에서는 이 특성이 절대적인 이점이 되었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루아는 나노 격벽 패턴의 방향성 문제에 부딪혔다. 에테르를 흡수하는 방향과 탄도 방향이 일치해야 했다. 두 방향이 어긋나면 탄종이 사격 중 내부 에테르 흐름의 불균형으로 궤도가 변할 수 있었다. 루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흘 동안 도면 위에서 계산을 반복했다.

돌파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에테르 정류 구조물 스캔 데이터를 다시 보다가 루아는 구조물의 에테르 흐름이 항상 하나의 주방향을 가지면서도 측방향으로 분기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구조를 탄종 격벽에 그대로 적용하면 탄도 방향이 주방향이 되고 에테르 흡수가 측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분리 구조가 가능했다.

그루민이 그 해법을 도면으로 옮기는 데 하루가 걸렸다. 완성된 도면을 보면서 두 사람은 한참 침묵했다가 그루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만들 수 있다. 루아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그루민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할 때는 정말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소재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강도윤에게 설계 도면을 보여줬다. 강도윤은 도면을 보고 한참 후에 이것이 현실화되면 탄종 개념 자체가 바뀐다고 했다. 루아는 그것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에테르 탄도학의 다음 단계는 탄종이 스스로 에테르를 다루는 것이었다.

ETA-5 제작에 들어가는 드워프 합금 루나이트는 특수 채굴 지역에서만 나오는 소재였다. 그루민은 드워프 장인 협의회에 루나이트 우선 배급 요청을 보냈다. 이종족 자원거래 공식화 이후 드워프와의 협력 채널이 정식화된 덕분에 답변이 빠르게 왔다. 이 주 내에 배급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루나이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루아는 A급 의뢰를 두 건 수행했다. 모두 ETA-4를 사용한 의뢰였고, 실전에서 탄종의 에테르 흡수 효율을 직접 느끼면서 ETA-5에서 그것을 어느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 실전 데이터가 설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루나이트가 도착한 날 그루민은 밤새 소재를 다루었다. 루아도 작업실에서 함께 밤을 새웠다. 아침이 되었을 때 그루민은 첫 번째 격벽 조각을 완성했다. 손톱만 한 크기의 금속 조각이었지만 그 표면에 새겨진 나노 단위 패턴이 완벽했다. 루아는 그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에테르 흐름을 감지해봤다. 미세하게 끌리는 느낌이 있었다.

ETA-5 격벽 조각이 스무 개 완성되었을 때 그루민은 루아를 작업실로 불렀다. 조각들을 테이블 위에 배열해놓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바라봤다. 하나하나는 작았지만 그것들이 탄종 안에서 결합될 때 만들어질 구조를 루아는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었다.

조립 과정은 정밀 작업이었다. 그루민의 손이 드워프 특유의 집중된 움직임으로 격벽 조각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맞추었다. 루아는 옆에서 에테르 흐름을 감지하면서 각 조각이 맞물릴 때마다 에테르 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언어로 설명했다. 그루민은 그 설명을 듣고 다음 조각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조립이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루아는 탄종 안에서 에테르 흐름의 방향성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탄종이 주변 에테르를 미세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루민도 그것을 측정 장비로 확인했다. 예상보다 빠른 반응이었다.

완성된 ETA-5 시제품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루아는 눈을 감았다. 에테르 흐름이 탄종 안에서 순환하는 것이 느껴졌다. 작은 태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시험 사격 전날 밤 루아는 탄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면서도 그것을 의식했다. 에테르가 흐르는 탄종. 이것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할지가 가장 궁금했다. 이론과 수치로는 알 수 있지만, 손끝으로 느끼는 실전 감각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었다.

시험 사격 당일 루아는 이른 아침부터 사격장으로 나갔다. 그루민도 측정 장비를 들고 함께 왔다. 강도윤도 기록 목적으로 동행했다. 세 사람이 사격장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 자리가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 각자의 역할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루아는 ETA-5를 장전하고 조준하면서 탄종 안의 에테르 순환이 사격 자세와 맞물리는 것을 느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이미 그 결과를 예감하고 있었다. 발사 순간의 에테르 방출이 기존 탄종과 달리 낭비 없이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느낌이 났다.

표적을 확인하고 그루민의 수치를 보고, 강도윤이 기록을 마쳤을 때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루아가 먼저 말했다. 이게 맞는 방향이에요. 그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도윤은 펜을 내려놓고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가 다시 기록지로 시선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루아는 ETA-5를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탄종이 주변 에테르를 흡수하면서 주머니 안에서 미세하게 따뜻했다. 루아는 그 온기를 느끼면서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ETA-5의 실전 투입, 그리고 그 다음에 올 것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