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ETA-5 간섭 저항 실험
실험은 그루민이 제작한 에테르 간섭 발생 장치를 사격장 한쪽에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장치는 주변 에테르를 교란하는 일종의 에테르 노이즈를 발생시켰다. 이 노이즈 안에서 ETA-4와 ETA-5의 탄도 변화를 비교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적이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노이즈 강도를 낮게 설정했다. ETA-4는 약한 노이즈에서도 탄도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루아는 그것을 손끝으로 느꼈다. ETA-5는 같은 조건에서 탄도 변화가 훨씬 작았다. 강도윤의 측정 장비가 그 차이를 수치로 확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노이즈 강도를 실제 A급 마수의 에테르 조작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였다. ETA-4는 이 강도에서 목표 지점에서 이십 센티미터 이상 이탈했다. ETA-5는 오 센티미터 이내를 유지했다. 전투 상황에서 이십 센티미터 차이는 생사를 가를 수 있었다.
세 번째 세션은 루아가 에테르를 전혀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ETA-5만을 사용하는 실험이었다. 탄종 자체가 주변 에테르를 흡수해 자동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에테르 농도가 충분한 환경에서 ETA-5는 사격자의 에테르 투입 없이도 유효한 관통력을 보였다.
강도윤은 세 번째 실험 결과를 보고 논문 한 챕터 전체를 수정해야겠다고 했다. 이것은 탄종 설계의 혁신이 아니라 헌터-탄종 관계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 평가를 들으면서도 담담했다. 아직 ETA-5는 시작일 뿐이었다.
그루민은 실험 결과를 드워프 장인 협의회 기술 보고서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드워프 세계에서도 이 수준의 탄종 기술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그것이 두 문화의 기술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에테르 제어 감각과 드워프의 금속 정밀 단조가 만난 결과였다.
실험 결과 보고서가 완성되었을 때 루아는 그것을 먼저 혼자 읽었다. 숫자들이 나열된 보고서를 보면서 루아는 이것이 단순히 탄종 성능 데이터가 아니라 에테르와 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했다.
협회 기술 위원회에서 실험 결과를 보고 ETA-5의 공식 등록 외에 추가 연구 지원을 제안해왔다. 루아는 그루민과 상의한 후 수락하되 연구 자율성이 보장되는 조건을 달았다. 협회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실험이 완료된 후 루아는 파티원들에게 결과를 공유했다. 서채연은 에테르 분산 마법과 ETA-5의 공명 현상에 관심을 보이며 자신도 측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루아는 다음 실험 때 포함하겠다고 했다. 마법과 탄종의 에테르 상호작용이 새로운 연구 방향이 될 수 있었다.
ETA-5 실험을 마무리하면서 루아는 ETA-6의 핵심 방향을 정했다. 에테르 자가 순환을 넘어, 탄종이 사격 환경의 에테르를 능동적으로 인식하고 최적화하는 방향. 이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에테르 간섭 환경에서도 최적의 탄도를 유지하는 탄종이 만들어질 것이었다.
ETA-5 간섭 저항 실험을 설계할 때 루아가 가장 고민한 것은 에테르 노이즈의 종류였다. 실제 전투에서 발생하는 에테르 간섭은 균일하지 않았다. 마수의 에테르 조작, 주변 헌터들의 에테르 방출, 게이트 자체의 에테르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험이 의미 있으려면 이 복합적 상황을 재현해야 했다.
그루민이 제작한 간섭 발생 장치는 두 종류의 노이즈를 혼합해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일정한 주기의 에테르 진동과 불규칙한 방향성의 에테르 교란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실제 마수의 에테르 조작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세션의 에테르 투입 없는 ETA-5 사격 실험에서 루아는 탄종이 주변 에테르를 흡수하는 속도를 손끝으로 직접 측정했다. 흡수 속도가 주변 에테르 농도에 비례했다. 에테르가 풍부한 환경일수록 탄종이 더 빠르게 자가 동력을 확보했다.
강도윤이 이 흡수 속도 데이터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 에테르 농도와 탄종 흡수 속도 사이의 비례 관계를 정량화하면 어떤 게이트 환경에서 ETA-5가 에테르 약제 없이 작동 가능한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루나이트 합금의 에테르 반응성이 기존 합금보다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반응성이 주변 에테르 농도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처음 확인된 사실이었다. 그루민은 드워프 전통 야금 기록에도 이 비선형 반응이 언급되어 있다고 했다.
실험 마지막 날 루아는 에테르 직접 제어로 탄종 주변에 에테르 압축 구를 형성한 상태에서 ETA-5를 발사해봤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탄종이 에테르 압축 구를 통과하면서 흡수한 에테르 양이 훨씬 많아졌고, 관통력이 추가로 향상되었다.
이 결과는 ETA-6 설계에 직접 반영될 내용이었다. 사격자의 에테르 직접 제어와 탄종의 자가 에테르 흡수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루아는 이 결합 방식을 에테르 공진 사격이라고 명명했다.
실험 보고서가 완성되어 협회 기술 위원회에 제출되었을 때, 위원회에서는 이 내용을 기밀 수준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루아는 강도윤과 상의해 기초 데이터는 학술적으로 공개하되 구체적인 제작 방법은 보호한다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ETA-5 실험이 완전히 마무리된 날 그루민이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루나이트 잔량을 확인했다. ETA-6 한 발을 만들 수 있는 양이 남아 있었다. 루아는 그루민을 보며 ETA-6 시작할 준비가 됐냐고 물었다. 그루민은 이미 시작했다고 답했다.
루아는 그루민의 작업실 구석에서 새로운 설계 도면이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루민이 먼저 ETA-6의 초안을 그려놓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도면을 함께 보면서 각자의 생각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탄종 설계의 방식이었다. 각자가 먼저 생각하고, 만나서 합치는 것.
그루민은 작업실에서 가끔 루아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드워프 장인들은 손이 기억한다고 한다. 손이 기억하면 머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루아는 그 말이 에테르 탄도학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이 기억하는 것. 그것이 모든 훈련의 목적이었다.
강도윤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들고 루아를 찾아왔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루아의 탄도 정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명 상태와 비공명 상태에서 각각 동일한 표적을 사격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루아는 동의했다.
실험 결과는 루아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공명 상태에서의 탄도 정밀도가 비공명 상태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오차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에테르 공명이 단순히 감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격 정밀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파티원들은 루아의 변화를 훈련에서 체감하기 시작했다. 윤성재가 루아와 합동 훈련을 하면서 루아의 사격 신호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읽힌다고 했다. 탄종이 날아가기 전에 루아의 에테르 흐름이 먼저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채연은 그것이 에테르 공명 상태가 루아의 사격 준비 단계에서 이미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발전의 속도가 루아에게도 때로는 빠르게 느껴졌다. 하나를 완성하면 다음 단계가 이미 보였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가끔은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 루아는 그런 날에는 총을 내려놓고 그루민의 작업실 옆에 그냥 앉아있곤 했다. 그루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S급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하지만 그 길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각 단계를 충분히 경험하고 소화해야 다음 단계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루아는 이미 배웠다. ETA-1부터 ETA-6까지가 그 증거였다.
제주도 레이드가 끝나면 루아는 S급 심사 예비 자격 심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해야 할 것들이 아직 있었다. ETA-6 실전 검증, 에테르 공명 상태 안정화, 그리고 파티원들과의 연계 전술 완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 루아는 드워프 명예 협력자 메달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같은 방향을 보는 자. 그루민이 말해준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루아는 그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목표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에테르 탄도학이 공식 분야로 인정받은 이후 루아는 젊은 헌터들의 멘토 역할을 종종 요청받게 되었다. 모든 요청을 수락할 수는 없었지만, 월 한 번 협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에테르를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항상 첫 번째 조언이었다.
남궁태가 팀 회식 자리에서 루아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름을 더 알릴 의뢰 해보는 게 어때. 대형 의뢰 한 번. 루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이름은 알아서 알려질 거야. 지금은 실력이 먼저야. 남궁태는 반박하지 않았다. 루아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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