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스트라이커 S급 헌터로서의 첫날

S급 등록을 마친 날 루아는 오후를 작업실에서 보냈다. 특별한 의뢰도 없었고 훈련 계획도 없었다. 그냥 거기 앉아 있었다. ETA-6 탄종을 하나 손에 쥐고. 에테르 흐름을 느끼면서.

그루민이 작업실로 찾아왔다. S급 등록 기념이라며 드워프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작은 금속 패를 건네줬다. 표면에 에테르 탄도학의 첫 탄종인 ETA-1의 단면 구조가 새겨져 있었다. 루아는 그것을 받고 한참 바라봤다.

강도윤도 저녁에 들렀다. 짧게 인사하고 새로운 논문 초고를 두고 갔다. 에테르와 S급 헌터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이수린과의 훈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루아는 나중에 읽겠다고 했다. 강도윤은 S급 이야기는 S급이 된 사람이 읽어야 제대로 이해된다고 했다.

파티원들이 저녁 모임을 잡았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냥 함께 밥을 먹는 자리였다. 남궁태가 자리를 가장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고 했다. 루아는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남궁태가 답했다. 우리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곳. 루아는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

식사 자리에서 윤성재가 처음으로 길게 말했다. 루아씨와 처음 파티를 결성했을 때 나는 그냥 A급 의뢰를 안정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에테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루아씨가 바꾼 것 같아요. 루아는 바꾼 게 아니라 같이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S급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루아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더 강한 마수, 더 높은 에테르 농도, 더 큰 책임. 그것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S급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엇인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것이었다.

이수린이 루아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공식 등록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한 가지 조언이 있었다. S급이 된 첫날, 아무것도 하지 말 것. 에테르가 자리를 잡도록 내버려 둘 것. 루아는 그 조언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밤에 루아는 에테르 공명 상태에 들어갔다. S급 등록 전과 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명 상태에서 느껴지는 에테르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은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S급이라는 사실이 에테르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처럼.

다음 날 아침 루아는 처음으로 S급 헌터로서 협회 의뢰 시스템에 접속했다. S급 의뢰 목록이 처음 열렸다. 항목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루아는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느꼈다. B급이 A급 목록을 처음 봤을 때, A급이 S급 목록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느낌. 아직 모르는 세계가 거기 있었다.

루아는 S급 첫 번째 의뢰를 고르면서 조급하지 않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하나씩 감각을 익혀나가면 됐다. 루아는 목록에서 단독 탐색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은 의뢰를 찾았다. 처음은 혼자 들어가야 했다. 새로운 수준의 에테르를 혼자 감당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루민은 작업실 한쪽 벽에 ETA 시리즈 전체 설계 도면을 나란히 붙여두었다. ETA-1의 단순한 스케치에서 ETA-6의 정밀한 나노 패턴 도면까지, 그 변화의 흐름이 한눈에 보였다. 루아는 그것을 보면서 시간이 그림으로 남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에테르 공명 상태가 일상화되면서 루아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게이트 안에서만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도 에테르 흐름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게이트가 열렸던 흔적이 남은 곳, 그리고 드워프 작업실에서 금속이 다루어지는 곳. 에테르는 어디에나 있었고 루아는 그것과 점점 더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강도윤이 책 두 권과 논문 여섯 편을 쓰는 동안 루아는 탄종을 여섯 종류 개발했다. 그 중 네 종류가 협회 공식 등록되었다. 두 사람의 작업 속도는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에테르 탄도학이라는 이름 아래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었다.

파티원들이 루아 없이도 A급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시작했다. 루아가 S급 심사 준비에 집중하는 동안 남궁태가 임시 지휘를 맡았다. 남궁태의 지휘 방식은 루아와 달랐다. 더 직관적이고 현장 중심적이었다. 그것이 파티에 다양성을 더해줬다.

이수린이 루아에게 마지막 조언을 남겼다. S급 심사는 실력을 보는 게 아닙니다. 에테르와 어떤 관계인지를 봅니다. 루아는 그 말을 여러 번 되새겼다. 실력이 아니라 관계. 그것이 S급의 기준이었다.

S급 심사 날짜가 다가오면서 루아는 점점 더 내부로 집중했다. 외부 훈련보다 에테르 공명 상태를 깊게 유지하는 내면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것이 심사의 핵심이라는 것을 루아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심사 날 연락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머니는 잘 다녀와 하고 답했다. 루아는 그 짧은 말이 자신을 가장 가볍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았다. 짐을 내려놓게 하는 말이었다.

심사 전날 루아는 ETA-6를 열 발 쏘았다.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다. 총을 내려놓고 에테르 공명 상태에 들어갔다가 천천히 풀었다. 준비는 됐다. 내일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 됐다.

S급으로서의 첫 공식 업무는 협회 에테르 안전 위원회 자문이었다. 루아는 회의실 한쪽에 앉아 자신의 에테르 탄도학 연구 데이터를 설명했다. 위원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웠지만 관심이 있었다. S급 헌터의 말이 가진 무게가 달랐다.

S급 헌터에게는 A급과 다른 수준의 의뢰가 들어왔다. 첫 번째 S급 의뢰서를 받았을 때 루아는 잠시 멈췄다. 규모가 달랐다. 리스크도 달랐다. 루아는 파티원들과 검토하기로 했다.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이수린이 루아에게 S급 첫 달 조언을 해주었다. 처음엔 모든 게 달라 보여. 근데 결국 같은 거야. 에테르 앞에 서는 것. 루아는 그 말을 이해했다. 등급이 올라가도 헌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강도윤이 루아의 S급 등록을 학술 논문에 인용했다. 에테르 탄도학의 창시자이자 최초의 S급 에테르 탄도학 헌터라는 표현이 논문에 들어갔다. 루아는 그 문장을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만든 분야 안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에테르 공명 상태에서 루아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느꼈다. 단순히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에테르 흐름이 가시화되고, 그 흐름 안에서 가장 정확한 경로가 자연스럽게 인식되었다. 이것이 S급 헌터로서의 루아가 가진 고유한 능력이었다.

파티원 남궁태가 훈련 후 말했다. 루아가 S급이 된 이후 우리 파티 전체의 의뢰 완수율이 올라갔어. 루아가 이유를 물었다. 남궁태가 답했다. 네가 에테르 공명 상태에 들어가면 우리 모두 집중이 돼. 그 말이 루아에게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그루민이 작업실에서 루아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드워프들은 장인이 만든 무기가 장인의 에테르를 담는다고 믿어. 그 말이 ETA-7의 이중 공명 매체 개념과 겹쳤다. 무기가 사용자의 에테르에 반응한다는 개념은 인간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것이었지만 드워프에게는 오래된 철학이었다.

강도윤의 에테르 탄도학 논문 세 번째 편이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이번에는 루아의 S급 심사 데이터가 포함되었다. S급 헌터의 에테르 공명 상태가 탄종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루아는 데이터 제공자로 이름이 올랐다.

이수린이 루아에게 말했다. S급 안에도 스펙트럼이 있어. 에테르 총량으로 압도하는 헌터가 있고, 정밀도로 차별화되는 헌터가 있어. 루아는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이수린이 웃으면서 답했다. 둘 다가 되면 안 돼?

협회에서 에테르 탄도학을 정식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루아는 그 소식을 강도윤에게 먼저 전해 들었다. 루아가 직접 커리큘럼 초안을 작성하는 데 참여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루아는 수락했다. 에테르 탄도학의 미래는 전달되어야 했다.

서채연이 에테르 공명 보조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지원 방식을 개발했다. 루아의 에테르 감지 범위를 파티 전체로 확장하는 기술이었다. 처음 적용했을 때 루아는 파티원 모두의 에테르 반응이 하나의 흐름 안에 포함되는 것을 느꼈다. 전술의 새로운 차원이었다.

S급이 된 이후 루아는 더 많은 헌터들의 요청을 받았다. 에테르 탄도학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루아는 가르치는 것도 배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루아 자신의 이해가 더 깊어졌다.

훈련이 끝난 뒤 루아는 ETA 시리즈의 다음 방향을 생각했다. ETA-7이 에테르 공명 매체 탄종이라면, ETA-8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아직 답은 없었다. 다만 루아는 그 질문이 언젠가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ETA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었다.

이종족 자원거래 공식화 이후 새로운 소재들이 협회를 통해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루민이 관심을 보인 소재 중 하나는 엘프 원산의 에테르 결정 변종이었다. 루나이트 합금과의 조합이 가능한지 실험이 필요했다. 루아는 그 실험에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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